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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7 16:57 수정 : 2005.08.17 17:30

정규수-김지숙씨

정규수-김지숙씨 “배우들은 왜 모노극에 빠지나”


모노드라마는 달콤한 유혹이다

연극배우라면 누구나 모노드라마의 유혹에 곧잘 빠진다. 배우는 혼자서 수많은 인물로 변해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맘껏 자신의 역량을 뽐낼 수 있다. 수많은 관객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희열도 느낀다.

지독한 경상도 사투리의 배우 고 추송웅은 1977년 한국 신연극 70년사에 기념비적인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을 무대에 올려 단숨에 스타배우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그 유혹에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다. 한번 삐끗하면 공들여 쌓아올린 경력에 씻을 수 없는 흠집을 남기기 쉽다. 적지 않은 남녀 배우들이 모노드라마에 도전했다가 열패감을 맛본 뒤 쉽게 헤어나지 못하곤 했다. 그래도 배우들은 모노드라마, 그 매력적인 도전을 꿈꾼다.

올해 초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6명이 모노드라마의 유혹에 빠졌다. 윤석화, 김성녀, 손숙, 김지숙, 박정자, 양희경. 오랫동안 연극 마니아의 한결 같은 신뢰를 받아왔던 이들 6명의 여배우는 지난 2월 중순부터 서울 강남 우림청담시어터에서 ‘여배우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대표적인 모노드라마로 릴레이 공연을 벌이고 있다. 모노드라마의 어떤 매력이 이들을 부추기는지 국내 대표적인 남녀 모노드라마 배우 정규수(48)씨와 김지숙(49·극단 전설 대표)씨를 만나 모노드라마의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정규수씨는 1981년 한국적인 모노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품바>의 1대 품바를 맡아 전남 무안군에서 초연 뒤 파죽지세로 서울을 점령했다. 그는 1500회가 넘는 장기공연으로 일약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김지숙씨는 1991년 모노드라마 <로젤>을 초연한 이래 3천회 가까이 장기 공연으로 8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한국 연극계의 별로 떠올랐다. 그는 9월16일부터 두달간 <로젤>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연극배우라면 누구나 모노드라마를 꿈꾼다

김지숙=나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만은 분명하다. 관객의 시선을 모두 받으며 그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쁨도 있다. 또 같은 내용이라도 매일매일 관객들에게 다른 모습을 보이려는 노력이 쌓여가면서 작품의 완성도에 이르는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나만 게으르지 않다면 도전해볼 만한 연극이다.


정규수=<품바>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아직도 <품바>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품바>는 마당놀이식 모노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정극과는 달리 실수하더라도 유머러스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드라마 위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끼’로 난처한 상황을 바꿀 수 있는데, 정극의 경우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바꿀 수가 없다. 나의 경우는 그런 점에서 많은 이익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모노드라마는 독이 있다

=내 경우에는 관객들의 반응이 워낙 좋으니까 매너리즘에 빠져서 남의 충고를 안 듣게 되더라. 나중에는 그것을 깨달았을 땐 만회한다는 생각보다는 나 스스로가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작품도 안했고, 모노드라마를 잊어버리기 위해 15년 동안 숫자 일, 이, 삼, 사를 외다시피 하면서 내 자신을 다스려야 했다. 그러다 연극인 재교육센터인 ‘아리아카데미’에 들어가 훌륭한 선배들을 만나 많은 것을 배웠다.

=모노드라마는 외줄 위를 달리는 오토바이와 같다. 한번 출발하면 머뭇거리거나 멈출 수가 없다. 또 라이브로 공연하기 때문에 실수할 위험도 높다. 관객이 볼 때는 몇 초 몇 분에 불과하지만 배우에게는 그것이 오랜 고통의 시간이다. 배우 혼자서 공연을 이끌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늘 시간을 계산해야 한다. 또 수백명이 넘는 관객의 기를 모아서 분배하는 작업이므로 기싸움, 호흡싸움을 해야 한다.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추송웅 선배께서 1985년 12월 어느날 <로젤>을 공연하고 있는데 찾아오셔서 “모노드라마를 더 이상 하지 마라, 생명을 단축하는 작업이다”라고 충고하셨는데, 그 분이 바로 얼마 뒤 돌아가셨다.

모노드라마를 꿈꾸는 동료 또는 후배에게

=절대 나 같은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턱대고 덤비기보다는 먼저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아야 한다. 나의 경우 ‘아리아카데미’가 소중한 경험이었다. ‘내가 풍선이었구나’ 싶었다. 젓가락 하나만 닿아도 펑하고 터지는…. 남의 흉내를 내지 말아야 한다. 내가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정서적 안정감과 연기력, 또 사회적인 태도 모두 갖추고 난 뒤 선배들에게 조언을 들어보고 결정하라. 하고 싶은 욕망만으로 덤빈다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자기 함정에 빠질 우려가 높다. 모노드라마를 하면 얼마나 무대가 정직하고, 관객이 정확하고, 내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만약 모노드라마를 한다면 무대에 다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추송웅 선배처럼.

또다시 모노드라마에 도전한다면

=추송웅 선배의 혼신을 쏟아붓는 연기를 보면서 부러웠다. 나도 저 광기를 닮을 수 있을까? 50살이 넘어서 만약 다시 모노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노인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너는 이것을 어떻게 보니?”,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왜 할아버지는 그렇게 사세요?”라고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지는 식으로 엮어가는 작품을 구상해보았다.

=모든 사람들은 상황이나 대상에 맞춰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연기법, 다시 말해 우리 안의 이중성과 허구성을 들춰내는 작업을 재미있게 꾸며보고 싶다.

모노드라마는 계속되어야 한다

두 배우는 모노드라마를 하면 몸이 지치지만 자기를 뛰어넘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좋은 공연을 하고 나면 마음이 정제된다고 입을 모았다. “육체적으로 힘들수록 정신적인 에너지는 증폭된다. 또 배우라는 일을 직접 껴안아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지 않은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희열감 맞본뒤 매너리즘 15년간 헤어나지 못해
무턱대고 무턱대고 덤비지 마라”

정규수
정규수씨는 1981년 1대 품바로 전남 무안군에서 초연한 뒤 1500회 공연.

대표작으로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1997) <택시 드리벌> <박수칠 때 떠나라>(2000) 악극 <나그네 설움>(2003) <웰컴 투 동막골>(2002), (2003) <세상을 편력하는 두 기사 이야기>(2005) 등과 영화 <간첩 리철진> <피도 눈물도 없이> <복수는 나의 것> <혈의 누> 등이 있다. 96년 히서상 올해의 연극인상, 97년 백상예술대상 인기상, 2005년 서울연극제 연기상 등 수상.

“내 모든것 발산 매력 추송웅선배처럼 목숨 건다면 도전해 볼만”

김지숙
김지숙씨는 1977년 현대극단 입단. 1990년 12월 <로젤> 초연 이후 1998년 11월 안동공연까지 2300회, 80만명 이상의 사상 최장기 공연 및 최다관객 동원. <천국의 계단> <엄마의 얼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부도덕한 행위로 체포된 어느 여인의 증언> 등. 1980년 한국 연극영화예술상 작품상, 1987년 관객들이 뽑은 올해의 배우상 수상. 현재 극단 전설 대표, 성균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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