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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7 17:56 수정 : 2005.08.19 00:32

지난 14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05 서머소닉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 일본 그룹 ‘오렌지 레인지’와 이에 열광하는 관객들.

관객도 밴드도 ‘달렸다’

길고도 모진 여름, 해마다 일본에서는 7,8월에 세계적인 록 뮤지션들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이 열린다. 7월, 니가타 현 나에바 스키장에서 열리는 ‘후지 록 페스티벌’과 8월, 도쿄와 오사카에서 동시에 열리는 ‘서머소닉 페스티벌’ 이 그것. 1997년에 시작한 후지 락 페스티벌에서는 고즈넉한 자연의 낭만과 달빛까지 음악으로 변신시켜 버리는 여유가 있다면 2000년에 시작한 서머소닉 페스티벌에서는 가까운 도심 한가운데서 부담없이 달려주고 질러주는 에너지가 있다. 지난 2001년 서머소닉 페스티벌에는 서태지가 참여해 서태지 팬들을 위한 특별 전세기가 뜨기도 했다.

‘후지 락을 갈 것인가? ‘썸머소닉을 갈 것인가?’ ‘콜드플레이’ ‘팻보이 슬림’ ‘벡’…(후지 락) vs ‘위저’ ’오아시스‘ ‘딥 퍼플’… (서머소닉) 어디를 갈 것인가. 우열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마음 가는대로 가면 그 뿐! 이건, 페스티벌이니까!

페스티벌 기간인 13일과 14일, 공연장인 오사카 월드트레이드센터 주변은 오사카 항의 바다냄새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음악소리,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공연장은 메인 무대인 ‘오픈 에어 스테이지’부터 ‘마운틴 스테이지’ ‘소닉 스테이지’ ‘아쿠아 스테이지’ ‘록 스테이지’로 나뉘어져 있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입맛에 맞는 음악을 골라 즐길 수 있다.

간단한 소지품 검사 뒤 들어간 공연장.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외국인부터 뒷통수에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름만 남기고 깨끗하게 밀어버린 사람 (아쉽게도 이번 페스티벌에는 참여하지 않는 뮤지션이었다. 다음 번엔 꼭 오기를!) 컵맥주를 들고 혼자서 춤추는 사람까지 공연장 안은 그야말로 페스티벌 그 자체였다.

예정 시각 오후 7시30분에 정확하게 시작된 ‘오아시스’의 무대. 갤러거 형제가 등장하자 열광하는 관객들. 하지만 그런 것쯤 개의치 않는다는 듯 형 노엘 갤러거는 덤덤하게 기타를 쥐었고 동생 리엄 갤러거 역시 특유의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탬버린을 입에 무는 자세를 취하며 공연이 시작되었다. ‘턴 업 더 선’ ‘라일라’ ‘원더월’ 등의 곡들이 이어지다가 마침내 ‘돈트 룩 백 인 앵거’에 이르자 관객들 모두 손을 하늘로 향한 상태에서 합창을 시작했다. 특히 곡 속의 연인인 ‘샐리’를 애타게 외쳐대던 앞자리 청년의 티셔츠에 박혀있던 문구 ‘페스티벌 이즈 필드 위드 해피니스’(페스티벌은 행복으로 가득찬다). 와하하~ 머리카락 사이로 시원스럽게 달려드는 바닷바람이 이보다 짜릿할 수 없었다.

비가 오면, 쓰레기 수거용 비닐 봉지에 구멍을 뚫어 즉석 방수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햇볕이 뜨거우면, 주최 쪽에서 뿌려대는 물대포에 머리를 적셔가며 이틀 동안의 페스티벌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세계적인 뮤지션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자본’의 힘도 부럽긴 하지만 우리도 그 규모에 상관없이, 멋지게 한 번 놀아볼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어가는 열정을 다시 한 번 쏟아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져본다.

길고도 모진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여름을 불살라 보시렵니까? 우비와 수건은 선택! 당신의 열정은 필수!

김지연/한국방송 라디오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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