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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의 미술전 ‘내부공사’에 출품한 작가 김명집, 권노해만씨의 사진+회화 공동작업인 <둥지는 없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 쥘의 키치적 영상 작업을 언뜻 떠올리게 하는 이들 작품은 몸의 역동적 에너지와 인간 존재에 대한 불교적 메시지 등을 진중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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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지페스티벌 미술딸림전 ‘내부공사’
확실히 미술은 장소 가리지 않는 게 매력이다. 낯설고 외진 공간에서 시큼상큼한 작업들을 뜻밖에 발견하는 재미란! 독립문화의 산실인 서울 홍대 앞에서는 요즘 부근 대안공간들을 비집고 누비는 미술투어가 쏠쏠하다. 좁고 퀴퀴한 반지하, 지하 공간들로 내려가면 인형과 옷을 잇대어 만든 이상한 덩어리들, 방 속에 귀여운 동물과 괴물이 범벅되어 붙어 있는 환상체험실, 홀로그램 유토피아의 정경들이 튀어나온다. 젊은 전위예술가들이 지난주 시작한 8회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의 미술 딸림전인 ‘내부공사’(28일까지, 일부 행사는 다름)는 섬과 같은 이곳 8개 전시공간들을 표류하는 시각여행이다. “생각 없이 보세요. 온갖 이미지, 메시지들이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지금 세상에서 젊은 작가들이 그걸 어떻게 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길라잡이를 자처한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 김기용씨가 운을 뗀다. 동물인형 잇대어 내장처럼딴곳선 돼지가 날아다니고
홀로그램 유토피아 전경…
8개 전시공간으로 시각여행 떠나보자> 김씨의 안내로 주택가 골목에 있는 아트 스페이스 휴의 ‘더블바인드 전’(02-333-0955)부터 투어를 시작한다. 일본 오사카, 나고야 대안공간에서 활동하는 독립작가들의 다기한 작업들을 모아놓았다. 마이크를 붓에 매달아 스티로폼에 글자 쓰는 소리가 들리게 한 뒤 용액을 녹여부어 글자 형상을 새긴 사운드 퍼포먼스, 옷가지들을 줄 모양으로 꽁꽁 묶거나 여러 동물인형들을 한데 이어 신체의 내장처럼 만든 덩어리 조형물들이 보인다. 사물의 형체에 강력한 변형을 가해 난해한 의미를 만드는 연금술사적 작업이랄까.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의 질주 장면이나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남자들의 모습을 지루할 정도로 계속 틀어대는 가토 만야의 영상 또한 비틀기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제일 무서운 건 무슨 작업을 하더라도 반향과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일본 독립미술의 현실을 소개한 디렉터 히라마츠의 말을, 이들은 작업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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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기(發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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