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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7 18:48 수정 : 2005.08.17 18:54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의 미술전 ‘내부공사’에 출품한 작가 김명집, 권노해만씨의 사진+회화 공동작업인 <둥지는 없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 쥘의 키치적 영상 작업을 언뜻 떠올리게 하는 이들 작품은 몸의 역동적 에너지와 인간 존재에 대한 불교적 메시지 등을 진중하게 표현했다.

프린지페스티벌 미술딸림전 ‘내부공사’

확실히 미술은 장소 가리지 않는 게 매력이다. 낯설고 외진 공간에서 시큼상큼한 작업들을 뜻밖에 발견하는 재미란! 독립문화의 산실인 서울 홍대 앞에서는 요즘 부근 대안공간들을 비집고 누비는 미술투어가 쏠쏠하다. 좁고 퀴퀴한 반지하, 지하 공간들로 내려가면 인형과 옷을 잇대어 만든 이상한 덩어리들, 방 속에 귀여운 동물과 괴물이 범벅되어 붙어 있는 환상체험실, 홀로그램 유토피아의 정경들이 튀어나온다. 젊은 전위예술가들이 지난주 시작한 8회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의 미술 딸림전인 ‘내부공사’(28일까지, 일부 행사는 다름)는 섬과 같은 이곳 8개 전시공간들을 표류하는 시각여행이다. “생각 없이 보세요. 온갖 이미지, 메시지들이 도처에서 튀어나오는 지금 세상에서 젊은 작가들이 그걸 어떻게 제 것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지요.” 길라잡이를 자처한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 김기용씨가 운을 뗀다.

동물인형 잇대어 내장처럼
딴곳선 돼지가 날아다니고
홀로그램 유토피아 전경…
8개 전시공간으로 시각여행 떠나보자>

김씨의 안내로 주택가 골목에 있는 아트 스페이스 휴의 ‘더블바인드 전’(02-333-0955)부터 투어를 시작한다. 일본 오사카, 나고야 대안공간에서 활동하는 독립작가들의 다기한 작업들을 모아놓았다. 마이크를 붓에 매달아 스티로폼에 글자 쓰는 소리가 들리게 한 뒤 용액을 녹여부어 글자 형상을 새긴 사운드 퍼포먼스, 옷가지들을 줄 모양으로 꽁꽁 묶거나 여러 동물인형들을 한데 이어 신체의 내장처럼 만든 덩어리 조형물들이 보인다. 사물의 형체에 강력한 변형을 가해 난해한 의미를 만드는 연금술사적 작업이랄까. 일본의 고속열차 신칸센의 질주 장면이나 화장실에서 볼 일 보는 남자들의 모습을 지루할 정도로 계속 틀어대는 가토 만야의 영상 또한 비틀기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제일 무서운 건 무슨 작업을 하더라도 반향과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일본 독립미술의 현실을 소개한 디렉터 히라마츠의 말을, 이들은 작업으로 웅변하고 있었다.

<발기(發氣)>
맞은 편 스페이스 키친(02-338-4020)에서는 잡지 사진기자인 김명집씨가 연주자 겸 화가인 권노해만씨와 ‘트기의 트기’란 이름의 사진+회화 작품들을 펼쳤다.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튼다는 의미의 전시는 연꽃이나 별, 우주 같은 불교적 이미지와 알몸의 남녀 사진들이 결합된 키치적 스타일이다. 하지만, 마냥 가볍지 않고, 불교적 화엄과 어울린 누드 상들은 경건하고 진중하다. 공사장 청년의 나신과 주위의 꽃 그림으로 젊은 부처를 표현한 <싯다르타>, 털이 많은 남자 다리의 힘찬 몸짓을 발기한 성기 같은 무궁화 꽃술과 함께 구성한 <발기()> 등에서 작가적 열정이 꿈틀거린다. 벽에 붙은 관객의 쪽지에는 “불교적 느낌과 70년대 우리 영화를 보는 느낌이 뒤섞였다”는 평이 보인다.

홍대 정문으로 가는 윗쪽길로 올라가 쌈지스페이스 지하의 아름다운 가게 홍(02-338-4236)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방 모양의 설치공간이 기다린다. 상상실험실 파랑캡슐이 준비한 미니 테마파크 공간이다. 날아가는 돼지, 둥둥 뜬 물고기, 멸치 박힌 괴물 등 동화 속 혹은 악몽의 세계 같은 여러 방들과 거울 방들을 지나가며 공감각적 팬터지를 맛보게 된다. 한국화 대안공간인 꽃 갤러리는 붓대신 홀로그램띠를 붙여 몽유도원도의 산하를 그리고 거기에 여성의 유방 같은 복숭아 꼭지를 숱하게 그려 환상적이면서도 에로틱한 이상향을 담은 김현지씨의 <복숭아맛 파라다이스>가 눈맛을 낸다. 푸른 기름 종이에 관객이 묻힌 살갗의 흔적들을 확대한 박근영씨의 이색 이미지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다. 숲 갤러리(02-326-1255)에서는 생태 전시 ‘에코 빌리지’(20일까지)가 한창이다. 홍대 앞 대형 지도를 전시장에 그려놓고 전철역, 소극장, 버스 정류소 부근에 자생하는 은행잎, 민들레 잎 따위의 식물들을 채집해 붙이면서 생태지도를 완성하는 얼개다. 이밖에 갤러리 스케이프(02-3143-4675)에서는 쌍방향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애니 플레이’전(21일까지)과 주택 설계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우리 집은 공사중’ 전(22~28일)을 차리며, 예술인 바인 로베르네 집(02-337-9682)은 대도시 밤 풍경을 표현한 정현주씨의 부조 작품들을 내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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