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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7 19:12 수정 : 2005.08.17 20:36

“발레 안보면 금단현상 나타나요”

무대위아래사람들


발레의 ‘발’자만 들어도 몸에선 엔도르핀이 확 분비되는 사람들이다. 발레가 왜 좋냐고 물어보면 멀뚱멀뚱 서로 바라볼 뿐이다. 사랑? 계기가 있을지언정 이유는 없다.

의류 회사원 주선영(39)씨와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이경민(25)씨다. 나라 안에서 손에 꼽히는 순수 발레토마니아(발레광)다.

각각 ‘유니버설’·‘국립’ 열렬한 지지
이젠 스태프·단원들과도 친구사이

발레면 다 좋다는 이들을 결국 도발시켰다. “유니버설 건 눈이 아프고 머리가 산만해져요. 색감이나 의상이 너무 화려하고 강하거든요. 군무 탄탄한 건 인정해요.” 경민씨, 선방을 날린다.

“어머, 내가 다 좋아하는 요소들이네…. 아니야, 요즘은 군무도 좀 이상해. 더 노력 좀 해야돼. (하하)” 선영씨 웃는다. 그리곤 말한다. “전 흐릿한 게 싫어요. 국립 건 너무 부드럽고 무난해요. 지루해 보이거든요. 전 생리적으도 유니버설과 맞는 것 같아요.”

이들, 보시다시피 ‘계파’가 있다. 선영씨는 ‘유니버설발레단(유니버설)파’고 경민씨는 ‘국립발레단(국립)파’다. 발레단에서도 이 둘의 실체와 내공을 인정한다. 인연 탓이 크다.

선영씨는 초대권으로 처음 봤던 작품이 유니버설의 <백조의 호수>(99년도)다. “마지막에 울었어요. 무용을 보고도 울 수 있구나 신기했죠. 충격이었어요.” 이제 문훈숙 유니버설 단장은 물론 스태프, 무용수와도 친분이 두텁다. 무언가를 자꾸 해주고 싶단다. 직접 스태프를 포함한 전 단원을 찍은 사진을 액자에 담아 건네거나 이름을 새긴 휴대폰 고리를 만들어 선물했다. “가장 해주고 싶은 건 무용수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별 토슈즈”라는 그는 “올 연말에 뭘 선물할지” 이미 장고에 들어갔다.


10여 년 전, 경민씨는 고등학생이었다. “원래 발레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국립이 불 질렀다. 학교에서 국립의 <까르미나 브라나>를 단체관람한 뒤다. “인상이 너무 강했어요. 무용, 합창, 무대연출이 특이했죠.” 예술의전당은 뒷마당이 됐다. 국립이 유리 그리가로비치(볼쇼이발레단 전 예술감독)의 3부작을 2001년 올릴 땐 무대 자원봉사를 했다. 그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겠다.

“발레가 마약 같다고들 해요. 안 보면 금단현상이 시작됐다고, 약 맞을 때 됐다고 하면서 발레 공연장을 찾아요.” ‘정익는 발레마을’(국립의 공식 팬클럽) 창단 때(2000년)부터 활동하다 지난해엔 회장도 지냈다.

“국립과 우리가 있어서 발레 시장이 이 만큼이라도 커졌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 발레단과 무용수들 크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있죠.” 선영씨도 인정한다. 부럽진 않다. 그는 지금 “단원들의 아픔까지 보고 들어주는” 유니버설의 ‘대모’다.

발레가 더 사랑스러운 건 하나같이 발레의 속살을 본 적이 있어서다. “팔짓 하나도 그냥 나오지 않거든요. 수석 무용수일수록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몸을 풀고 움직이길 멈추지 않아요.”(선영) “객석에서 그리고 무대 뒤에서 보는 게 서로 얼마나 다른지 몰라요. 가까이서 본 무용수들의 땀방울을 잊지 못하거든요.”(경민)

예전의 자신들처럼, 발레는 특정층이나 본다는 대중들의 인식이 못마땅한 이들, 쓴 소리를 뱉었다. “술값, 옷값 좀 줄이면 되거든요.” 죽도 잘 맞는다. 녹취한 엑스(X) 파일이다.

공연장에 가면 무용수들이 별로 없어. 맞아. 다른 작품들을 안 본다니까. 힘든가봐, 그래도 공부해야하는 거 아닌가. 그럼. XX도 그 작품 봐야 하는데 안 온다니까, 하는 게 많다니까.

연구비로 의무방어전 하듯 만드는 대학 작품들은 이제 겁나서 못 보겠다니까. 무서워, 얼마나 실망시킬지. 그래, 그래. 실험적인 창작이 너무 없어서 난 아쉬운데 그건 아니야.

무용수들 실력이 좀 된다 싶으면 해외로 나가려고 하잖아. (포인트 테크닉으로) 막 서려고 애쓰는 사람들만 꼭 보는 것 같아서 아쉬워.

남자 무용수 절대 부족하잖아. 군대 문제 어떻게 해야잖아. 맞아, 국내외 콩쿠르, 그것들 형평성 있게만 대우해줘도 좋은데 말이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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