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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대학로의 연습 현장. 관능적 분위기가 중심을 이룬다. 음악이 균형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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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극 ‘나! 심청’ 연습현장
본격적으로 상업화를 노리는 무용 작품이 처음 나온다. 무용수 최데레사(45)씨가 안무와 제작을 총 책임지고 있는 무용극 <나! 심청>이다. 대중성을 높이려고 ‘토털 댄스 시어터’란 양식을 들여앉혔다. 음악, 영상, 노래, 극 따위 이야기를 전하는 모든 유희적 요소들을 하나의 춤으로 인식하거나, 무용적으로 수용한다.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피나 바우슈의 ‘댄스 시어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도다. 최씨를 포함한 무용수가 14명, 배우가 3명 등장한다.
최데레사씨 안무·제작
대중성 높여 ‘상업화’ 도전
음악은 김수철씨가 맡아
9월초 국립극장서 초연
음악은 ‘작은 거인’ 김수철(48)씨가 맡는다. 1세대 인기 뮤지컬 배우 이태원(39)씨가 뮤지컬 부문을 지도하면서 심청의 어머니로도 출연한다. <철수와 영희>의 황규덕 감독이 영상물을 만들어 무대를 확장시킨다.
<나! 심청>은 모두 3부로 짜인 판타지 무용물이다. “에로틱 심청을 만나다”라고 쓰인 선전 문구에서 짐작하듯, 고전 소설 <효녀 심청>에 뿌리를 두지만 이야기는 심하게 뒤틀린다. 최씨는 설명했다. “처음 소설을 읽고, 왜 10대 중반의 심청이 죽어야 했을까, 인당수에 몸을 던진 건 자발적인 효가 아니라 강제된 희생이다, 생각했어요. ‘효녀’란 감투 하나 씌워놓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심청이 바다 속에서 본 건 효에 감동한 용왕의 나라가 아니다. 바다 대신 나타난 전생 세계에서 심청은 근친상간이라는 원형적 죄를 자각한다. 업보와 남근적 폭력의 희생양이 될 뻔한 심청, 다시 투신의 갈림길에 선다. 그리곤 비로소 독립된 자아로 거듭난다.
이쯤 되면 에로틱 심청이라기보다 페미니스트 심청이다. “지킬 건 지키면서, 무용의 상업화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나! 심청>은 그 접점에 관한 고민이다.
지난 15일 오후 3시, 대학로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두 달째다. 춤사위가 농염하다. 다분히 환상적이면서 타락한 세계를 표현하기 위함이다. 김씨의 음악이 균형을 맞춘다. 장엄하고 절제된 선율이 주를 이루다가 강렬하고 속도감 있는 퍼쿠션 리듬으로 넘어가면서 이생을 전생으로 전환한다. 음악이 춤을 안무한다.
최씨는 김씨에게 록, 뉴에이지, 전통음악 따위 다양한 음악을 주문했다. 자신이 안무하는 춤도 그렇다. 덕분에 김씨는 17일까지 꼬박 스튜디오에서 붙박여 있었다. 배경 음악은 다 만들었는데 가사에 입힐 일곱 곡이 남았다.
심청은 대중가요풍의 노래를, 전생에 나타날 남자 심청은 록, 심청의 어미는 국악과 록 풍의 노래로 무대를 푸짐하게 할 참이다.
“현대무용, 영화, 뮤지컬이 섞인다 길래 도전해 보고 싶었다”는 이태원씨는 가벼운 춤사위와 함께 네 곡의 노래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게 된다. 남편이자 같은 뮤지컬 배우인 방정식씨가 함께 출연한다. 심청은 뮤지컬 배우를 지망하는 신인 권영아(25)씨가 맡는다. 첫 작품이다. 춤과 뮤지컬, 연극을 한목에 배우는 셈이다.
한 무용연출가는 “안무가들이 무용 작품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이 적다”가 말한 바 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 <나! 심청>은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지원하기로 약속한 무용작품 지원비 가운데 최대인 1억원을 포함해, 모두 2억원에 가까운 제작비가 들어간다. 스토리가 다소 성기다. 시각적으로 관객을 얼마나 흡입할지가 관건이다. 다음달 2~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 뒤 투자자를 구해 장기공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무용의 상업화를 위해선 장기 공연이 필수인데 프리미어 성격을 갖는 이번 공연의 결과에 달려 있다. (02)521-4602.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양예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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