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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3 18:47 수정 : 2005.09.23 18:47

“다음엔 남북 병사들 함께 웃겨 봤으면”

“첫 공연이라 몹시 긴장하고 떨렸는데 관객들이 많이 웃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이동식 동물원’에서는 노래할 때 손뼉까지 쳐주었어요. 앞으로 한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재미있는 라쿠고 공연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울 동덕여대 국제회의실에서 한국어로 된 ‘라쿠고’ 첫 공연을 마친 재일동포 3세 라쿠고가(만담가) 쇼후쿠테이 긴페이(37·한국이름 심종일)는 “한국과 일본 모두가 즐거워하고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가 같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라쿠고가 가지고 있는 굉장한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라쿠고는 한국의 만담과 비슷한 일본의 대중예술로써 일본 전통옷을 입은 만담가가 방석에 앉아 풍자적인 이야기를 다양한 얼굴표정과 목소리, 재치있는 말주변으로 꾸며 관객들을 웃기는 1인 희극이다.

쇼후쿠테이 긴페이는 18년 전 일본의 3대 라쿠고가로 꼽히는 쇼후쿠테이 츠루베의 7번째 제자로 들어가 라쿠고를 배웠다. 현재 오사카에서는 ‘긴페이’상이라는 예명으로 널리 알려진 인기연예인이자 오사카 마이니치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인기 사회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날 그는 한 게으른 이가 호랑이 가죽을 쓰고 동물원에서 호랑이 행세를 하면서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그린 ‘이동식 동물원’과 우동집 주인을 속여서 우동을 헐값에 얻어먹는 두 친구의 흉계를 꾸민 ‘도키우동’ 등 두가지 이야기로 1시간여 동안 한국인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어 라쿠고 공연은 지난 가을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를 본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17살 여름 재일동포 학생들의 모임에서 처음으로 민족성에 눈을 뜨고 그후부터 마츠모토 쇼이치에서 심종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최양일 감독의 영화 <피와 뼈>를 보면서 나 자신의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 한국어를 못하는 자신에 대해 화가 나서 한국어를 공부하게 됐어요.”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재일교포 김양곤씨의 도움으로 한국어 라쿠고 공연을 준비해 올 2월 오사카에서 첫 한국어 라쿠고 공연을 시작한 뒤로 20회 이상 공연을 해왔다.


그는 “앞으로 휴전선 판문점 부근에서 한국과 북한의 병사들을 불러 모아놓고 한번 크게 웃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처지는 다르지만 병사들이 웃음으로써 같은 민족, 같은 피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데 판문점을 공연할 때 통일이 되어버리면 곤란하지 않느냐”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감정이 복받쳐친 탓인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어렵게 내뱉고는 잠시 울먹였다.

“저는 진짜 한국사람이에요. 한때는 내 자신이 한국인인지 일본인이지 모르고 살아왔어요. 앞으로는 일본인으로의 정체성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겠습니다. 일본인이면서 한국인으로 당당하게 살겠어요. 저는 정말 한국을 좋아해요.”

그는 24일 서울 종로 시사일본어사에서 한차례 더 공연을 가진 뒤 한국방송의 ‘게그사냥’ 프로에 출연할 예정이다.

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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