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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 사극 <왕세자 실종 사건>의 연습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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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서재형 연출·한아름 작가의 ‘왕세자 실종사건’
평화롭던 조선시대의 어느날 왕실의 동궐에서 거처하던 왕세자가 사라지자 궁궐이 발칵 뒤집어진다. 왕세자에 대한 추적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뜻밖에 궁궐 안 인물들의 숨겨진 관계가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예술의전당이 젊은 작가와 연출가를 발굴하기 위한 ‘자유 젊은연극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인 <왕세자 실종사건>이 다음달 11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독특한 ‘활동이미지극’ <죽도록 달린다>로 연극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신예 서재형(연출가)-한아름(대본작가) 콤비가 다시 작품을 맡았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평화롭던 궁궐에 어린 왕세자가 실종된 뒤 왕과 왕비, 나인, 내관 등이 등장한 가운데 3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연출가 서재형씨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제목은 <왕세자 실종사건>이지만 정작 왕세자는 등장하지 않는다”며 “연습을 통해 작가와 배우들의 창의적인 의견을 반영해서 계속 수정작업을 하고 있지만 입궐 전부터 알던 사이였던 내관과 나인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극은 왕세자 실종사건 이후 궁궐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 처한 상황 때문에 왕세자의 실종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는 일종의 부조리 사극으로 진행된다.
서 연출가는 “조선 왕실의 기대주인 ‘왕세자의 실종’이라는 사건의 본질에서 너무 멀어진 인물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려고 했다”고 작품의도를 설명했다. 퓨전사극보다는 세태 풍자사극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작품은 왕세자가 사라지기 전 얼마 동안의 시간을 극중 인물들과 관객이 함께 반복, 추리하는 형식으로 현재와 과거의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새로운 연극적 기법이 도입된다. 기승전결식 연극이 아니기 때문에 서 연출가는 ‘토막 이미지’보다는 ‘덩어리 이미지’를 주는 연출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그는 조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커다란 큐빅 모양의 자유소극장 무대에 세트를 최소화해 배우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비워두고 관객들을 위해서도 상상력의 공간을 많이 마련한다는 생각이다. 조명의 색이나 강도를 조절해 부족한 공간을 채우고 시공간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데뷔작 <죽도록 달린다>의 ‘활동 이미지극’을 의식한 듯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에게 느린 움직임을 강조했다”면서 “배우들이 뛰는 것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느린 이미지극’인 셈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타악그룹 ‘공명’이 생음악으로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이태훈씨가 조명을 맡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홍성경, 장우진, 구혜령씨 등이 출연한다. (02)580-13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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