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6 17:22
수정 : 2018.04.16 18:01
가수 닐로 음원 역주행 낳은 ‘스텔스 마케팅’ 의혹 외면한 채
증거 조작해 의혹 제기한 일부 누리꾼 법적 대응으로 ‘물타기’
소유자를 알 수 없게 감춰둔 계정으로 홍보를 하는 이른바 ‘스텔스 마케팅’을 통해 음원을 역주행(통상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음원 차트에서 거꾸로 서서히 인기가 올라가는 흐름을 일컫는 말)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수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컴퍼니가 의혹 제기에는 입을 다물고 일부 누리꾼들에게 되레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한겨레>는
‘가수 닐로의 음원 역주행 진실은 ‘스텔스 마케팅’이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닐로의 소속사이자 바이럴 마케팅 전문 회사인 리메즈 컴퍼니가 그동안 여러 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광고임을 밝히지 않고 특정 가수의 영상을 한꺼번에 노출하는 방식의 ‘스텔스 마케팅’을 해온 사실을 밝혔다. 리메즈 컴퍼니는 자사 소속 가수 닐로의 마케팅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해 짧은 기간에 음원 인지도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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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채널들은 지난 10월 이후 주소나 계정 이름이 조금씩 변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기재된 팔로워 수를 전부 합하면 500만이 넘지 않는다. 사진 한겨레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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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가 입수한 리메즈 컴퍼니의 제안서 및 제휴 계정 리스트를 보면, 리메즈 컴퍼니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8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익명으로 소유하고, 이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600만 명의 팔로워를 통해 가수나 노래에 대해 입소문을 내주는 대가로 영상 제작을 포함해 500만원을 요구하는 제안서를 타 레이블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입수한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 리스트를 보면, 리메즈 컴퍼니와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계정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회사는 논란 이후 닐로의 음원 역주행을 두고 “바이럴 마케팅의 노하우”로 일군 성과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특정 시점에 리메즈 컴퍼니가 익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일제히 닐로의 노래를 공유하는 일종의 ‘자가발전’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메즈 컴퍼니는 음원 역주행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15일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공식 입장에서 스텔스 계정을 통한 자가발전 방식의 비정상적인 마케팅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되레 음원 역주행이 지니는 문제를 제기하며 증거를 조작한 일부 누리꾼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쪽으로만 이슈를 집중했다. 리메즈 컴퍼니는
“(일부 누리꾼들의 증거 조작에 대해) 전문 로펌의 자문을 받았으며, 16일 오전 중으로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조작된 증거로 리메즈와 소속 아티스트, 그리고 저희 음악을 사랑해 주신 팬분들을 우롱한 행위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물을 것
”이라며 “(우리는) 어떠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았고, SNS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광고 툴을 사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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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의 소름돋는 라이브’ 계정이 공유한 리메즈 컴퍼니 직원의 라이브 영상.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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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리메즈 컴퍼니가 ‘스텔스 마케팅’ 외에도 부적절한 마케팅 방식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리메즈 컴퍼니 소속으로 자신을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소개한 다수의 누리꾼이 음원 역주행 논란이 일고 있는 닐로의 노래 ‘지나오다’를 따라불러 자신의 유튜브 채널이나 페이스북에 올렸다. 특히 이들은 자신을 리메즈 컴퍼니 소속이라고 소개하면서, 전문가 수준의 가창력을 가지고 꾸준하게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서 리메즈 컴퍼니가 “음악 관련 전공자들을 조직적으로 홍보에 동원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음악평론가 배순탁 씨는 닐로의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중의 반응을 보면, 지금은 사회 전반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윤리’가 화두이고 그 어느 때보다 이 기준에 민감해진 시기”라며 “대중들은 이런 행위가 불법은 아니라고 해도 직업 윤리의식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이어 “실시간 차트의 폐해라고 볼 수도 있다. 차트라는 게 기본적으로 누적된 역사를 만들자는 건데, 음악 평론가로서 지금의 실시간 차트를 보고 가요계의 흐름을 기억해내기란 힘들다”며 “(순기능이 없다면) 실시간 차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 되물어야 한다. 실시간 차트의 폐해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음반 산업 관계자도 “직업윤리 면에서도 그렇지만, 이런 방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문제다. 마케팅이 아닌 어뷰징의 방식으로 가요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리메즈 컴퍼니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리메즈 컴퍼니는 “아직 공식입장을 정리 중이며, 사실관계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박세회 기자
sehoi.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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