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8 18:35
수정 : 2018.04.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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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휘. 이흥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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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휘 6년 만에 단독 콘서트
집회 단골곡 대신 팝송 선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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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휘. 이흥렬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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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뀐 다음부터 아주 한가해졌습니다. 역시 우리 같은 사람은 시대가 어지러워야 하는데, 현장에서 오던 연락도 이제 급격히 줄어들었네요.”
근황을 묻는 질문에 ‘시민가수’ 손병휘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콘서트를 하는 이유도 이런 ‘상대적인’ 한가함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가발전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6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콘서트 ‘추억은 힘’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손병휘는 정식 공연장보다는 거리에서, 임시 무대에서 더 많이 노래해왔다.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준비하는 만큼 예전과는 다르게 공연을 진행하려 한다. 지금까지 모두 7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고 거리에서 숱하게 노래했지만 노래방에 등록돼 있는 노래는 ‘나란히 가지 않아도’ 한 곡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선 자신의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 처음으로 친숙한 팝송을 부를 계획이다.
이는 손병휘가 가진 오랜 고민의 연장이기도 하다. 집회장에서 주로 요구되는 노래들이 있지만 손병휘의 음악적 욕심과 부딪칠 때가 있다. “늘 그래요. 매번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공연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사실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은 현장에서 잘 안 불릴 노래들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어요.”
4집에 담긴 8분짜리 대곡 ‘강물은 똑바로 가지는 않지만 언제나 바다로 흐른다’는 음악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예스런 악기인 멜로트론(테이프 재생 건반 악기)이 전면에 등장하는 멋진 아트록 트랙이었기 때문이다. 포크 가수로 알려져 있지만 손병휘의 음악적 취향이나 지향점은 아트록을 향해 있다.
5집에 담긴 ‘쿠바를 떠나네’나 최근 4·3항쟁 70주년 기념음반에 수록한 ‘붉은 섬’ 같은 노래 역시도 정서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붉은 섬’은 제주와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를 연결해 어둡게 표현한 신곡이다. “최근에 쓴 곡들 가운데 아트록 스타일은 없지만 의식적으로 한번 만들어볼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굳이 드러내진 않았지만 올해는 그가 노래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티케이(TK) 출신 군인 아버지를 둔 손병휘는 제도권 교육을 착실하게 받은 모범생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운동권 노래 동아리만 가득한 걸 보고 문제의식을 느껴 순수 포크 동아리 ‘소리모아’를 만들었을 정도다. 하지만 몇 개월 만에 ‘의식화’된 그는 노래모아를 빠져나와 1993년 서총련(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노래단 ‘조국과 청춘’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마을’을 거쳐 솔로 활동을 하며 민중가수로, 시민가수로 25년의 세월을 보냈다.
“25년 해온 걸 돌아보면 용케도 해왔다 생각은 들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습니다. 제가 97년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의미를 많이 부여했다면) 진작 음악을 그만두었을 거예요. 음악천재들 부러워하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만 받으니까 자기객관화 잘하면서 큰 기대 없이 꾸준하게 음악 해야죠. 그러기 위해서 괜히 25주년, 30주년 이런 거 챙기지 말아야 하고요.(웃음)”
‘25주년’이란 의미보다 “한가해졌다”는 이유가 더 큰 명목이 된 6년 만의 단독 콘서트는 서울 성동구 성수아트홀에서 27~28일 이틀간 열린다. 1집부터 7집까지의 노래를 고르게 들려주고 7080 애창곡, 팝송 메들리도 준비한다. (02)3143-7709.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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