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31 18:25
수정 : 2018.07.3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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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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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시인’ 켄드릭 라마 첫 내한
‘DNA’ ‘올 더 스타스’ 등 70분 공연
음향사고·33도 야외 스탠딩은 ‘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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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보조경기장. 6년 전, 같은 무대에 에미넴이 섰다. 스타 에미넴을 보기 위해 모인 2만여 명의 관객이 그의 랩 퍼포먼스에 열광했다. 에미넴 말고 힙합 음악으로 잠실보조경기장 객석을 채울 음악가가 더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켄드릭 라마는 2만여 명의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에 등장해 현재 자신이 ‘힙합의 왕’임을 증명했다.
단순히 인기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이력을 다 써내려가기 어려울 만큼 그래미를 비롯해 수많은 상을 받으며 비평의 영역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고, 래퍼로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까지 받으며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 사는 복잡한 감정과 현실을 노래 가사로 꾹꾹 눌러썼다. 그가 만든 앨범들은 힙합을 넘어 대중음악의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공연이 열린 30일 저녁은 여전히 폭염으로 뜨거웠다.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수많은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랩 퍼포먼스와 가사에 매료된 이들이, 또 지금 가장 ‘핫’한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는 호기심을 갖고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맨 앞부터 차례로 객석을 채웠다. 여전히 30도가 넘는 기온에 2만 명의 관객이 뿜어내는 기대 어린 열기로 잠실보조경기장은 더 뜨거워졌다.
공연 시간 8시가 되고 대형 스크린에 켄드릭 라마의 대표 앨범 <댐>(DAMN.)의 문양이 뜨자 관객은 열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밴드 편성 위에서 켄드릭 라마는
의 수록곡 ‘디엔에이’(DNA)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코카인 0.25kg과 전쟁 그리고 평화가, 힘, 독, 고통과 환희가, 부지런함과 야망과 플로우”가 자신의 디엔에이에 있다 말하는 그의 랩 가사를 안 뒤 즐기면 더 좋았겠지만, 무대 위 그의 랩 퍼포먼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가사처럼 그의 랩과 무대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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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켄드릭 라마 혼자 만들진 않았다. 팬들은 수시로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흥을 돋웠고, 어떻게 이 모든 노래의 가사를 다 따라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많은 관객이 랩과 노래의 후렴구를 함께 불렀다. 그의 랩이 현대의 시라면 수많은 사람이 함께 그의 시를 낭독한 셈이다. 곡 사이 공백이 있을 때는 켄드릭 라마의 이름을 연호했다.
‘비치, 돈트 킬 마이 바이브’(Bitch, Don't Kill My Vibe), ‘올라이트’(Alright), ‘험블’(Humble)을 연이어 부른 공연 후반부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켄드릭 라마는 더 열정적으로 랩을 하며 관객을 독려했다. 그의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무대를 장악했고 군림했다. 랩 스타이며 동시에 무대 위에선 록 스타 같았던 그의 모습은 왜 지금 젊음의 음악이 랩인지를 웅변하는 듯했다. 영화 ‘블랙팬서’의 주제곡 ‘올 더 스타스’(All The Stars)로 70여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아쉬움도 있었다. ‘스위밍 풀스’(Swimming Pools)를 부르는 도중 마이크가 꺼지는 음향사고가 생겼다. 켄드릭 라마는 침착하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지만 같은 사고가 ‘로열티(Loyalty)’에서도 일어났다. 또한 한여름 야외 스탠딩 무대는 주최 측에서 재고할 만한 문제다. 공연 후반부엔 지친 관객의 모습이 현저하게 눈에 많이 띄었다. 공연 내내 켄드릭 라마의 열정적인 랩 퍼포먼스를 즐기기엔 33℃의 기온과 습도가 만만치 않았다.
김학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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