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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20 10:40 수정 : 2018.09.20 10:40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들머리에 나온 보주 든 나한상. 은은한 미소가 번지는 얼굴 표정이 인상적이다.

휴식 제공할 연휴 전시들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들머리에 나온 보주 든 나한상. 은은한 미소가 번지는 얼굴 표정이 인상적이다.
여기 들어오면 나른한 명상에 빠지게 된다. 인간들의 감정과 마음을 쏙 떠서 옮긴 표정들이 눈길을 어루만지는 덕분이다. 억누르거나 감추거나 피하려 했던 우리 안의 민얼굴, 슬픔과 기쁨, 공감, 성냄 같은 날선 감정들이 돌사람 얼굴에 파묻힌 채 나타난다.

국립춘천박물관에 차려진 특별전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한가위 연휴 조용한 휴식과 성찰을 누리기에 안성맞춤 마당이다. 인간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어 못난 중생과 부처의 마음을 이어준다는 성자 나한상들이 300여점 돌조각으로 줄줄이 나타난다. 2001년 강원도 영월 창령사터에서 무더기로 발굴된 이 돌 나한상들은 12~13세기께 유물로 추정되는데, 이름없는 석공이 화강석 재료로 얼굴 표정의 특징을 절묘하게 잡아내어 만든, 시공을 초월한 걸작들이다. 나한상들이 늘어선 전시실 자리 밑바닥엔 인간 마음 곳곳을 읽어내려간 작가 김승영이 벽돌로 만든 설치작품들이 차곡차곡 채워졌다. 벽돌마다 ‘지금 이곳’ ‘내 마음’ ‘남의 슬픔을 아는 것’ 등의 글자들이 보인다. 작가는 전시실 들머리에도 나한의 세계로 들어가는 징검다리인 물그릇 설치물을 놓아 관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풀어준다.

전국 곳곳의 국립박물관들에서도 연휴기간 즐길 만한 좋은 전시들이 많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 삼종 세트’가 눈대목이다. 자연과 한몸이 되길 갈망했던 남미 콜롬비아 원주민의 황금문명과 문물들을 소개하는 ‘엘도라도 황금유물’ 전과 20m 넘는 <대동여지도> 전폭을 처음으로 일반 관객 앞에 펼쳐놓은 우리 옛 지도들의 대잔치 ‘지도예찬’ 전이 기다린다. 18세기 조선 문화계의 수장으로 불린 강세황과 그의 부친, 아들, 손자, 증손 5대의 조선 초상화들을 한자리에 내건 ‘진주강씨 5대 초상’전까지 보고 나면 눈이 한껏 불러온다. 국립부여박물관의 ‘치미, 하늘의 소리를 듣다’ 특별전은 전통건축의 용마루 끝을 수놓은 장식기와인 치미의 명작들을 망라했다. 백제 왕흥사터 치미, 익산 미륵사터 치미, 신라 경주 황룡사터와 분황사터의 치미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개관한 서울 종각 근처 공평도시유적 전시관도 새 나들이 명소다. 조선초부터 근대기까지 종로 일대의 옛 시장과 골목 사이 집터들을 돌아보며 역사를 체험하게 된다.

현대미술로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시들을 권한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독특한 음양의 회화를 길어 올린 거장 윤형근 회고전은 명불허전의 전시다. 냄비와 소쿠리, 주전자, 컵 철근 등의 일상용품 등으로 덩어리 탑을 만들어 휑한 지하 전시실을 채워버린 자칭 ‘인테리어 업자’ 최정화 작가의 현대자동차 시리즈전도 차려졌다. 대형 국제미술제인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도 연휴기간 볼 수 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창령사터 오백나한’전 전시장 모습. 앞에 가사를 저며입은 나한상은 수더분한 중년여인의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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