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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4 15:23 수정 : 2018.10.14 17:52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에이치오티(H.O.T.) 재결합 공연에서 다섯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PRM 제공

13일 서울 잠실 올림픽경기장 H.O.T 재결합 공연
5만여 팬들 ‘캔디’ ‘행복’ ‘위 아 더 퓨처’ 등 떼창
공연 전 기다란 줄에도 설렘 가득한 표정만
17년 공백 무색한 멤버들의 뛰어난 기량 돋보여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에이치오티(H.O.T.) 재결합 공연에서 다섯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PRM 제공
아이돌 그룹 공연장 분위기는 여느 공연들과는 조금 다르다. 공연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가수 역량이나 공연의 퀄리티는 그대로 담보한 채, 여기에 제3의 인물, 팬이 더해진다. ‘아이돌’이라는 단어의 뜻이 품고 있는 괴력 그대로, 아이돌의 공연에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물론 그를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과 삶이 동시에 녹아나기 때문이다.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 모인 이들은 여기에 ‘추억’이라는 단어를 더했다. 케이팝 아이돌 1세대를 대표하는 그룹 에이치오티(H.O.T.)의 역사적인 재결합 공연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스’를 보기 위해 5만여 팬들이 모인 것이다. 이들이 자아내는, 무려 17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뜨거운 에너지는 공연장에 닿기도 전에 벌써 온 잠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팬클럽 ‘클럽에이치오티’의 흰 우비를 맞춰 입은 팬들이 여기저기에서 줄기차게 쏟아졌고, 우비가 없는 팬들은 흰 상의라도 맞춰 입는 예우를 갖췄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있는 편의점, 현금지급기, 화장실 어디든 끝이 보이지 않는 줄로 넘쳐났지만, 그 누구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에 드리운 건 오직 하나, 생의 빛나던 한 때를 함께 했던 동지를 17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설렘뿐이었다.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에이치오티(H.O.T.) 재결합 공연에서 다섯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PRM 제공
이날을 기다린 건 팬들만이 아니었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오후 7시를 15분쯤 넘긴 시간, 눈 부신 조명과 격렬한 기타 리프가 함께 쏟아지며 문희준·장우혁·토니안·강타·이재원 다섯 멤버가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위로 굳게 내뻗은 주먹과 함께 ‘전사의 후예’의 익숙한 인트로가 시작되자 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5만여 팬들은 타임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17년 전, 에이치오티가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공연을 펼쳤던 2001년 2월27일로 자동 소환되었다.

공연 전반부는 ‘늑대와 양’, ‘투지’, ‘열맞춰’, ‘아이야’ 등 전성기를 장식했던 비장미 넘치는 곡들로 꾸려졌다. 멤버 수에 맞춰 무대 중앙에 세운 5개의 대형 백스크린과 에이치오티를 대표하는 엠블럼 형태를 활용한 사이드 스크린은 헤비메탈을 연상케 하는 연주에 맞춰 쉼 없이 강렬한 영상을 쏟아냈다. 폐건물, 불에 탄 나무, 해골로 뒤덮인 산, 번개, 불꽃 등 지금의 케이팝에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고 어두운 세기말적 이미지의 연속이었지만, 반대로 그것이 에이치오티의 시대가 지금 눈 앞에 다시 펼쳐지고 있음을 증명해주는 듯해 일견 반갑기도 했다. 가벼운 인사를 제외하면 특별한 멘트는 없었다. 예상과 달리 너무 늦어버린 재회가 남긴 시간의 간극을 말 몇 마디가 아닌 음악과 무대로 메워보겠다는 멤버들의 의지가 느껴졌다.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에이치오티(H.O.T.) 재결합 공연에서 다섯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PRM 제공
그런 의지는 무대에 임하는 멤버들의 자세와 라이브 소화력에서 보다 강하게 드러났다. 무상하게 흐른 세월 탓에 나이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내내 멤버들은 힘들어 하는 기색을 거의 내보이지 않았다. 특히 메인보컬 강타와 메인댄서 장우혁은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아니 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선 훨씬 능숙해진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섯 멤버가 각자의 매력으로 펼쳐 보인 개인무대가 끝난 뒤 공연은 감동과 환희의 장으로 막을 옮겼다. 17년 전 마지막 콘서트 영상, 에이치오티를 함께 그리워한 멤버들의 다양한 인터뷰와 함께 흰 풍선과 날아오른 천사들로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한 ‘우리들의 맹세’를 지나, 그때 그 의상을 완벽하게 재현한 ‘캔디’와 ‘행복’, 본공연 마지막 곡 ‘위 아 더 퓨처’까지, 그야말로 ‘하나가 된 우리’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순간이었다.

다섯 멤버들은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올 때마다 “꿈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티브이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함께였다. 지금의 감격을 그대로 담은 솔직한 말에 ‘클럽에이치오티’가 아닌 이의 마음도 어쩐지 뭉클해졌다. “두려움은 없어요 슬픔도 이젠 없어/ 우리 마음을 여기에 모아 기쁨의 축제를 열어요” 앙코르 마지막곡 ‘빛’의 가사 그대로,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한 기쁨의 축제가 그곳에 있었다.

김윤하/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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