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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04 05:00 수정 : 2018.12.04 05:00

최근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페이지터너 제공

국내에선 접하기 힘든 생소한 악기
서울대 음대 시절 맑은 소리에 꽂혀
팀파니 배우러 유학갔다가 돌아서

선우정아·고상지 등 동료들 힘 보태
재즈·펑키·탱고·발라드 색채 두루담아
초등학생 딸 생각하며 만든 노래도
“엄마 마음으로 비브라폰 알리고파”

최근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페이지터너 제공
비브라폰이라는 악기가 있다. 쉽게 말해 진화한 실로폰이라고 보면 되는데, 국내에선 좀처럼 접하기 힘든 악기다. 이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이가 있으니, 이름부터 비브라폰의 본토 발음 바이브라폰에서 따온 ‘마더바이브’다. 그는 지난달 첫 정규 앨범 <마더바이브>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 1일 첫 단독공연까지 마쳤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한겨레>에서 만난 마더바이브는 “엄마의 마음으로 비브라폰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 산골에서 자란 그는 5살 때부터 버스 타고 시내 피아노학원에 다녔다. 취미로 크로마하프와 오카리나를 연주한 어머니, 아코디언과 색소폰을 연주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중학생 때까지 피아노를 전공할 요량이었던 그는 교회 밴드에서 우연히 클래식 타악기 팀파니를 접했다. 이를 계기로 클래식 타악기로 전공을 바꿔 예고에 진학했다.

서울대 음대에 입학한 뒤 비브라폰을 알게 됐다. 클래식에서 많이 쓰이는 마림바와 비슷한 유율타악기(실로폰처럼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타악기)로, 1920년대 미국에서 탄생했다. 피아노처럼 페달을 밟아 소리를 길게 끌고 갈 수 있고, 공명관에 모터로 작동하는 팬이 있어 바이브레이션 효과도 낼 수 있다. 무엇보다 맑고 투명한 소리가 그의 마음을 빼앗았다.

최근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페이지터너 제공
대학 졸업 뒤 미국 보스턴음대에 유학 가서 보스턴심포니 수석 팀파니 연주자 팀 제니스를 사사하면서도 비브라폰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했다. 팀 제니스가 그에게 말했다. “난 재즈 드러머 출신이야. 팀파니를 연주하면서 재즈 밴드도 하고 있지. 어차피 음악은 하나야. 네가 좋아하는 유율타악기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용기를 얻은 그는 보스턴음대 석사를 마친 뒤 버클리음대에 들어가 비브라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재즈, 펑키, 라틴 등 다양한 음악세계에 발을 들였다.

버클리음대 시절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교수들의 배려로 아이를 업고 학교에 나갔다. 아이를 업고 연주하는가 하면, 교수가 분유를 타서 아이에게 먹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점차 커가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맞닥뜨려야 했다. 결국 졸업하지 못한 채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음악가 정원영을 만났다. 그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며 “희경(마더바이브의 본명)씨, 음악을 즐겨요”라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음악과 삶에 대해 더 많은 성찰을 하게 됐다. 또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과 어울려 공연하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틈틈이 자신의 곡도 만들어나갔다.

최근 첫 정규 앨범을 발표한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 페이지터너 제공
그렇게 5년간 쌓아온 결과물을 모은 게 이번 앨범이다. 정원영이 프로듀싱을 맡았고, 친한 동료 음악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첫 곡 ‘에브리 타임 유 콜 마이 네임’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을 생각하며 만든 노래다.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 햇살이 느껴지고, 네가 내 얼굴을 만지면 별빛이 느껴진다”는 엄마의 고백을 영어 가사로 담았다. ‘대한포도주장미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같이 섰던 동료 선우정아, 강이채, 안신애(바버렛츠)가 목소리를 보탰다.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 해금 연주자 최민지, 보컬리스트 일레인도 각기 다른 곡에 참여했다. 앨범에는 재즈, 펑키, 탱고, 발라드 등 여러 색깔의 곡들이 펼쳐지는데, 이를 꿰뚫는 건 비브라폰의 영롱한 사운드와 마더바이브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다.

“아쉬운 면도 있지만, 지금껏 쌓아온 것들을 정리해 내보낸다는 의미가 커요. 그동안 흡수한 것들을 잘 소화해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색깔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요즘 많이 해요. 하고 싶은 얘기와 음악이 점점 더 쌓이고 있어요.”

짧지 않은 세월을 음악과 함께 보낸 그이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지도 모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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