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09 16:43
수정 : 2018.12.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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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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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으로 본 ‘BTS 현상’
학국대중음악학회 정기학술대회
“방탄, 팬클럽 ‘아미’ 앞세워 언급
싸이 반짝성공과 달리 지속성 가져
여험 등 논란 땐 기획사·팬이 공조”
“아이돌 인권문제 뒤집은 그룹
케이팝 테두리를 넘어서는 중”
“노래 ‘아이돌’엔 아프리카 요소도
케이팝으로 한정해서 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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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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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학회(회장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가 지난 8일 서울 청계천로 시케이엘(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연 제24회 정기학술대회에는 유달리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날 기획세션 주제가 ‘비티에스(BTS) 신드롬의 현재와 전망’이었기 때문이다. ‘전통음악의 대중성, 혹은 그 가능성’, ‘대중음악과 젠더’ 같은 주제를 다뤄온 학술대회에서 특정 아이돌 그룹을 전면에 내세운 건 이례적인 일이다. 방탄소년단(BTS)이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으로 삼을 만큼 중요한 현상이 됐다는 방증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비티에스의 성공을 통해 본 음악산업의 이슈들’이라는 발제를 통해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인 2013~2014년만 해도 국내 반응이 크지 않았다.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의 한계 때문이었는데, 해외시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면서 국내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5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해 언론과 대중이 놀랐는데, 이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라 2015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성과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유튜브, 브이앱, 에스엔에스 등의 효율적 활용, 서구인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음악과 퍼포먼스, 팬들과의 직접적인 소통 등을 들었다. 특히 초기부터 충성도 있는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싸이 ‘강남스타일’의 반짝 성공 사례와 달리 지속성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팬 여러분’이 아니라 ‘아미(팬클럽 이름)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우리를 지지해주고 앨범을 사주는 바로 너’를 지칭해 유대감을 강화한다. 이런 팬들은 소수여도 강력한 행동력을 발휘해 디지털 중심으로 다변화된 음악시장에서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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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청계천로 시케이엘(CKL) 기업지원센터에서 한국대중음악학회 주최 제24회 정기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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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연세대 강사도 ‘비티에스 트라이앵글: 방탄소년단, 아미, 빅히트 사이의 권력 구도와 갈등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방탄소년단과 팬덤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5월 빌보드 시상식에서 아미를 맨 앞에 내세운 수상 소감 발언이 흥미로웠다. 방탄소년단은 늘 아미를 먼저 언급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미가 수직적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수평적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혐오 문제가 떠오르면서 20대 여성 아미들이 방탄소년단 노래 일부 가사에 대해 여혐 문제를 제기했다. 방탄소년단과 소속사는 한 달 넘게 침묵하다가 언론 보도 뒤에야 뒤늦게 사과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일본 우익·여혐 작사가와 협업한다는 발표에 아미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곧바로 협업을 취소하고 사과했다. 팬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최근 광복절 티셔츠, 나치 문양 모자 논란 때 기획사는 사과하고 팬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원폭 피해자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등 좋은 공조를 보여줬다. 방탄소년단·빅히트·아미의 관계를 볼 때 생산자·소비자, 스타·소속사·팬 관계로만 볼 게 아니라 각자 역할을 하며 때론 돕고 때론 견제하는 구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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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학회 주최 제24회 정기학술대회 포스터. 한국대중음악학회 제공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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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케이팝의 성공으로 볼 수 있는가’를 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규탁 교수는 “앞서 케이팝 아이돌, 음악 관계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방탄소년단이 이렇게까지 크게 성공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의 방탄소년단은 케이팝의 테두리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묘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해외 팬들이 예쁘고 화려한 군무를 앞세운 케이팝을 좋아하면서도 이를 위해 어릴 때부터 맹훈련을 하는 등 인권문제를 알고 나서는 찝찝해했는데, 그걸 뒤집은 팀이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이 케이팝의 안티테제에 가깝다고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는 “케이에만 중점을 두는 건 옳지 않다. 한류 자체가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의 장에서 형성된 것이다. 방탄소년단 노래 ‘아이돌’에는 국악뿐 아니라 아프리카 요소도 있다. 너무 한정해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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