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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3 11:40 수정 : 2019.07.03 19:24

2010년 4월20일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국 브리들링턴 스튜디오에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오른쪽)가 호크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제공

[이메일 인터뷰로 나눈 호크니의 예술세계]

데이비드 호크니전 석달만에 25만 돌파 흥행
10년간 대화 묶은 ‘다시, 그림이다’도 역주행

“호크니는 미술판 유행 추종 안하면서도
늘 동시대에 조응하는 예술 추구해왔다”

2010년 4월20일 데이비드 호크니의 영국 브리들링턴 스튜디오에서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오른쪽)가 호크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제공
지난 3월22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시작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석달 동안 25만명 가까운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인상파 같은 특정 사조에 편식이 심한 한국의 전시문화에 파란을 일으켰다. 폐막(8월4일)을 한달 앞두고도 여전한 ‘호크니 바람’ 속에서, 오랜 친교와 애정을 바탕으로 호크니와의 대담집을 낸 영국의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67)와 전자우편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호크니는 왜 그리는가, 호크니는 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가에 대해.

2011년 영국에서 출간된 <어 비거 메시지>(A Bigger Message)는 게이퍼드가 예술과 삶에 대해 호크니와 나눈 10여년간의 대화를 엮은 책이다. 이듬해 한국에서 <다시, 그림이다-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디자인하우스 펴냄)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 미술애호가들로부터 ‘잔잔한’ 사랑을 받던 이 책은 이번 대규모 호크니 회고전을 계기로 역주행중이다. 지난 7년간 판매됐던 것보다 최근 한달 동안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물론 “방탄소년단(RM)이 전시회 감상과 함께 <다시, 그림이다>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진 게 주효했다”는 출판사의 솔직한 설명이 잇따르지만, 묘사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을 끊임없는 예술적 탐구로 밀어올린 호크니의 참모습이 이 대담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은 틀림없다.

게이퍼드는 호크니 전시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이유로 이젠 더이상 새롭지 않을 것 같은 장르인 회화로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그의 능력을 짚었다. “그는 전세계 미술판의 유행을 따르려 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동시대에 조응하는 예술을 추구해왔다. 진지하고 영민하면서도 때로 위트와 유머가 번뜩인다. 그의 그림은 고흐·렘브란트·피카소 같은 위대한 거장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완전히 새로움을 준다.”

<월드게이트의 쓰러진 나무들>(2008년)을 그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뒷모습. 디자인하우스 제공
1960년대부터 팝 아트, 포토 콜라주, 판화, 무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지만 호크니는 “사진은 실제를 조금은 포착하지만 그렇게 많이 포착해내지는 못한다”며 그림만이 재현할 수 있는 세계를 신뢰했다. 게이퍼드는 “회화와 드로잉은 우리가 공간과 사물에 대한 더 좋은 감각을 선사하고 더 아름다운 표면을 창조해낼 수 있다. 렌즈를 볼 때 사물은 더 멀어보이지만 우리는 가까이 있으며 손과 발로 느낀다. ‘세상은 크고, 나는 그 안에 있다’는 호크니의 말에 깊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2009년 초여름의 어느날 아침, 호크니는 게이퍼드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새벽을 당신에게 보내줄게요.” 궁금증은 몇시간 뒤 풀렸다. 호크니가 아이폰으로 아침의 풍경을 그려 전송해온 것이다. 게이퍼드는 “호크니의 아이폰 회화는 참신함, 자유로움, 즐거운 놀라움을 줬다. 그는 새벽녘 캄캄할 때도 아이폰의 발광화면에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기술의 이점이라고 했다”며 “마티스와 마찬가지로 호크니는 그리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담집 <다시, 그림이다>의 지은이인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가 출판사 디자인하우스를 통해 직접 서명한 한국어 번역본을 방탄소년단(RM)에게 전달했다. RM은 호크니 전시회를 관람한 뒤 <다시, 그림이다>를 구입한 사실을 에스엔에스에 알린 바 있다. 런던 웸블리에서의 성공적인 공연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디자인하우스 제공
캘리포니아가 선사하는 햇볕과 자유를 20여년 동안 누렸던 호크니는 2000년대 중후반, 나고 자란 영국 요크셔 지역으로 거처를 옮겼다. 호크니는 빛과 구름, 땅의 색깔이 끊임없이 변하는 고향의 사계절을 열정적으로 관찰했고, 대형 회화를 제작했다. 이번 서울 전시에 출품된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 또는 새로운 포스트>(2007년)은 고향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대작(폭 12m, 높이 4.6m)이다. 호크니는 이 작품을 놓고 “풍경 안으로 발을 들여놓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이 아니다. 당신의 마음은 이미 그 안에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게이퍼드는 인근 산업단지의 커다란 창고에서 그 그림을 봤을 때 “아마도 야외에서 제작된 그림 중 가장 규모가 클 것”이라며 당시의 놀라움을 떠올렸다.

어떻게 하면 호크니의 작품을 더 잘 즐길 수 있냐는 질문에 게이퍼드는 이처럼 답했다. “호크니는 자기가 보는 것에 끊임없이 매료됐다. 웅덩이에 떨어지는 물방울만 몇시간동안 봐도 즐겁다고 말한 적이 있다. 호크니는 자신의 예술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삶을 사랑하라’(Love Life)라고 말했다. 그게 바로 호크니의 작품이 주는 가장 유익한 교훈이 아닐까 싶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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