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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9 14:24 수정 : 2019.07.29 14:31

톰 요크(오른쪽)가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엑스 제공

[톰 요크 28일 내한공연 리뷰]

7년 전 ‘라디오헤드’ 이어 솔로론 첫 한국공연
일렉트로닉 사운드·몽환적 영상 어우러진 무대

톰 요크(오른쪽)가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엑스 제공
“좋은 저녁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예요. 영어할 수 있나요? 화장실이 어디예요?”

또박또박 한국말이 울려 퍼졌다.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톰 요크 내한공연에서다. 톰 요크가 말한 게 아니다. 그가 조작한 컴퓨터 장비를 통해 여성 목소리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말한 것이다. 이날 무대에선 인공지능마저 음악의 자장 안에 포섭하는 전위적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톰 요크는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보컬리스트다. 그는 2006년 밴드와는 별도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1집 <디 이레이저>에서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어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 8년 만인 2014년 2집 <투모로우스 모던 박시스>를 내놓았고, 최근엔 3집 <아니마>를 발표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라디오헤드가 아닌 톰 요크 솔로로 이뤄진 것이다.

톰 요크(맨 왼쪽)가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엑스 제공
톰 요크는 2012년 라디오헤드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환상적인 공연을 펼쳤다. 당시 국내 록페스티벌 사상 최다 관객을 모았고, 이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최대 히트곡 ‘크립’을 부르진 않았지만, ‘카르마 폴리스’ ‘엑시트 뮤직’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 등 익숙한 대표곡을 불러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 솔로 공연에선 떼창이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톰 요크 솔로 음악은 절대음감의 천재가 아니고선 골백번을 들어도 따라 부르기 힘들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한 곡들은 시종일관 흐릿하고 몽환적이며, 톰 요크의 보컬은 예기치 못하는 방향으로 뭉개지듯 흐른다. 때론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는가 하면, 때론 흐느끼고 절규한다.

톰 요크가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엑스 제공
관객들은 떼창 대신 음악 속으로 영혼을 내맡겼다. 음악에 깊숙이 빠져들었다가 간간이 손을 치켜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디제이가 일렉트로닉 음악을 틀 때처럼 톰 요크는 곡과 곡 사이에 빈틈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때문에 관객들은 박수 칠 타이밍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실 박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톰 요크가 곡 사이사이 “하하하” 웃거나 “땡큐”라고 내뱉는 것조차 음악처럼 들렸다.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놓칠세라 귀를 기울였다.

음악과 함께 공연을 이룬 또다른 요소는 톰 요크의 춤과 무대 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상이었다. 톰 요크는 굿판에서 접신한 무당처럼 몸을 마구 흔들어대며 뛰었다. 기타와 건반을 연주하고 컴퓨터 장비를 조작하다가도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몸짓으로 분출했다. 스크린에선 오로라가 피어나고 유성우가 쏟아지고 오색찬란한 무지개가 번지는 듯한 영상이 음악과 맞춤으로 흘렀다. 무대에는 라디오헤드와 오래 손발을 맞춰온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와 비주얼 아티스트 타릭 바리가 함께했다.

톰 요크(가운데)가 28일 저녁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단독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엑스 제공
본 공연을 마치고 사라졌다 다시 나온 톰 요크는 건반을 치며 새 앨범 <아니마>의 타이틀곡 ‘돈 코러스’를 앙코르 곡으로 불렀다. 솔로곡 중 가장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발라드에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톰 요크가 몇곡 더 하고 사라진 뒤에도 관객들은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얼마 뒤 톰 요크가 또 나왔다. 두번째 앙코르였다.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서스페리아> 사운드트랙 ‘서스피리움’을 연주하자 관객들은 꿈결을 헤매는 듯한 표정으로 음악에 빠져들었다. 톰 요크도, 관객들도 이대로 시간이 멈추는 마법이라도 바라는 듯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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