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25 13:42
수정 : 2019.08.2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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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열린 그린플러그드 서울 축제 모습. 콘텐츠아이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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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문화행사 투자 바람
펀딩 규모 2년새 3배 급성장
전시회·영화 등 전방위로 확산
“취향에 투자하는 새 문화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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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열린 그린플러그드 서울 축제 모습. 콘텐츠아이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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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홍지은(30)씨는 음악축제 ‘그린플러그드 서울’에 100만원을 투자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투자형(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것인데, 축제 티켓과 굿즈를 받은 건 물론 원금과 10여만원에 이르는 수익금까지 돌려받았다. 그는 “평소 음악축제를 좋아해 자주 가는데, 이번에 투자까지 하고 나니 더욱 관심을 갖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축제에 올 것을 권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영화에 이어 음악축제, 전시회 등에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바람이 불고 있다. 참여하면 보통 티켓, 굿즈 등만 받는 리워드형 펀딩과 달리 이익이 날 경우 수익금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그린플러그드 서울은 지난 1월 투자자를 모집한 결과, 하루 만에 500명 가까이 몰려 목표 금액 8억원을 훌쩍 넘겼다. 최종 9억6930만원에 이르러 목표 금액의 121%를 달성했다. 축제는 지난 5월 3만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마쳤고, 투자자들은 다섯달 만에 14%의 높은 수익을 배당받았다. 축제를 주최한 콘텐츠아이디의 김승한 대표는 “기존에는 큰 회사의 투자를 받아 축제를 열었지만, 올해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성원해준 관객들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봤다.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고 말했다. 콘텐츠아이디는 크라우드펀딩으로만 제작비의 절반을 충당했다. 내친김에 다음달 열리는 ‘그린플러그드 경주’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열흘 만에 6억7000만원을 모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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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디즈 서울숲재즈페스티벌 크라우드펀딩 페이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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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8~29일 열리는 ‘서울숲재즈페스티벌’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다. 23일 마감한 결과 목표 금액 2억5000만원이 훨씬 넘는 3억5750만원을 모집했다. 축제 주최사 페이지터너는 지난해 예술경영지원센터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통해 5000만원 펀딩을 진행했다가 반응이 좋아 올해 와디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홍원근 페이지터너 대표는 “돈을 모으는 효과뿐 아니라 투자자들이 축제 성공을 위해 주변에 널리 알리는 홍보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도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성공 사례가 늘고 있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의 경우 지난 4월 크라우드펀딩 청약 개시 6분 만에 목표 금액 3억원을 달성했다. 현재 전시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데, 주말에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만큼 관람객이 많다. 다음달 열리는 ‘매그넘 인 파리’ 사진전도 6억원 가까이 모으며 펀딩에 성공했다. 영화에선 <사자> <82년생 김지영> <천문> 세 편에 동시 투자하는 한국영화 포트폴리오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 7억원 달성에 성공하는 등 꾸준히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이 영화, 전시, 공연 등에 투자하는 문화형 편딩은 금융위원회가 2016년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도입한 이래 크게 성장해왔다. 1호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이후 시장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와디즈의 문화형 펀딩을 보면, 모집 금액 기준으로 2016년 20억원에서 2018년 70억원 규모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8월 현재 벌써 50억원을 넘어섰다.
김대균 와디즈 홍보팀장은 “좋아하는 걸 업으로 삼는 ‘덕업일치’처럼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는 ‘덕투일치’의 대표적인 사례가 문화형 펀드다. 투자자들은 수익금, 티켓, 굿즈뿐 아니라 ‘축제를 내가 만들어간다’는 보람까지 얻기 때문에 만족도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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