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17 20:22
수정 : 2019.09.17 20:25
|
서촌 거리에서 그림 작업중인 김미경 작가.
|
김미경 ‘그림 속에 너를 숨겨 놓았다’
네번째 개인전 오늘부터 새달 1일까지
|
서촌 거리에서 그림 작업중인 김미경 작가.
|
서울 서촌 일대의 풍경과 꽃 그림에 몰두해왔던 ‘옥상화가’ 김미경(59) 작가가 지난 2년간 그려온 신작들로 전시회를 차린다.
18일부터 서울 서촌의 전시공간 `창성동실험실‘에서 시작하는 네번째 개인전 <그림 속에 너를 숨겨놓았다>(10월1일까지)는 그의 새 출발점을 알려준다.
그림 70여점이 내걸린 전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져온 나무들의 강인하고 유연한 자태들이 출품작들의 주된 소재로 나타난다.
작업노트에서 작가는 서촌 그림 귀퉁이에 소품처럼 자리잡았던 나무들이 2년 전 가을께부터 자꾸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렇게 적었다. “지난해 초 제주도 중산간 마을 가시리 ‘구석물당’에서 큰 동백나무를 만났다. 성황당 격인 구석물당 나무는 폭력과 학살과 전쟁으로 마음이 갈갈이 찢긴 가시리 사람들을 위로해주며 수 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오고 있었다. 그 후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성황당 같은 느낌의 나무들을 그리며 돌아다녔다.”
|
김미경 작가가 펜과 수채로 그린 근작 <제주 가시리 구석물당>(2018~2019년).
|
작가가 구석물당 동백나무에서 새삼 느낀 위안은 전시의 대표작인 ‘제주도 가시리 구석물당’으로 그려져 나왔다. 제주 특유의 덤불숲 곶자왈에서 현무암 위로 엉키듯 드리운 동백나무 가지들, 뚝뚝 떨어진 붉은 동백꽃잎들이 선연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경복궁 영추문 맞은편 서촌거리 가로수의 넉넉한 모습을 담은 대작을 비롯해 전남 강진, 경북 경주, 충북 괴산, 강원 강릉, 딸이 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의 나무들을 담은 작품들은 그의 새 작업이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나무야말로 나이가 들면서 더 근사해지고, 인간세계의 일을 다 짐작하면서도 말이 없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19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해 2004년까지 기자로 일했으며 2014년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그만 두고 전업작가로 변신했다. 출품작들은 최근 개설한 작가의 누리집(
rooftopartist.com)에서도 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김미경 작가 제공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