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30 17:15
수정 : 2019.09.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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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돌을 맞아 14년 만의 정규앨범 <에볼루션>으로 돌아온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멤버들. 왼쪽부터 정병희(베이스), 주상균(보컬·기타),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블랙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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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헤비메탈 역사의 산증인
14년만에 9집 ‘에볼루션’ 발표
인공지능·가상현실 미래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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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돌을 맞아 14년 만의 정규앨범 <에볼루션>으로 돌아온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멤버들. 왼쪽부터 정병희(베이스), 주상균(보컬·기타),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블랙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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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89년 1집 <미라클>로 데뷔한 이래 30년간 한해도 쉬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올해 데뷔 30돌을 맞은 블랙홀이 1일 9집 <에볼루션>을 발표했다. 지난 2005년 8집 <히어로> 이후 무려 1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블랙홀은 지금껏 과거와 현재를 노래해왔다. 동학농민혁명부터 광주민주화운동까지 아픔과 저항의 역사를 되새기거나 현재 한국사회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노랫말을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에 담았다. 흔히들 사랑 노래로 알고 있는 데뷔곡 ‘깊은 밤의 서정곡’도 실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에 대한 목마름을 담은 노래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선 과거나 현재가 아닌 미래를 노래한다. 앨범 제목부터 인간의 ‘진화’를 의미하는 <에볼루션>이다.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미래는 낙관적일 거라 생각하게 됐어요. 영화를 보면 과학·물질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인간이 따라가지 못해 결국 기계의 지배를 받는 디스토피아로 미래를 많이 그리잖아요. 하지만 지난 10년간 암울했던 시대를 보통 사람들이 촛불혁명으로 바꿔내는 걸 보면서 믿음이 생겼어요.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인간의 정신세계가 진화해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 거라고요. 그런 메시지를 담은 게 이번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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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돌을 맞은 블랙홀이 14년 만에 발표한 정규앨범 <에볼루션> 표지. 블랙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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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블랙홀의 리더 주상균(보컬·기타)이 말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에이아이’, 모두가 네트워크로 연대하면서 불합리와 모순을 극복할 것이라는 내용의 ‘로그인’, 평행우주·다중우주를 다룬 ‘디멘션’, 가상현실 속 또다른 자아를 그린 ‘아이템’, 로봇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이라는 내용의 ‘러브봇’, 에스엔에스 시대상을 담은 ‘엠 팔로어’ 등 미래를 그린 수록곡들을 썼다.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 고민
고도의 연주력과 멤버들의 힘 모아
10집이 목표…앞으로 달려가겠다”
따스한 아날로그 감성의 노래도 있다. 어린 시절 자연과 교감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만든 ‘레인’과 미래에도 언제나 안식처가 되어줄 집과 가족을 그린 ‘홈’이 그렇다. ‘유어 파이어드’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으면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합리를 ‘해고’할 수 있다는 메시지의 노래다. 결국 앨범이 전하고자 하는 총체적 메시지는 ‘유토피아’라는 곡으로 수렴된다. “은하계 너머로 가서 찾은 게 아냐/ 시간을 뒤져서 발견한 것도 아냐/ 모두의 가슴에 담겨 있었던 거야/ 희망이 이뤄낸 유토피아.”
사운드에도 변화를 줬다. 과거 5~6분대에 이르는 웅장하고 복잡한 구조의 대곡을 추구했던 것과 달리 이번 앨범에선 모든 곡이 3분대의 간결하고 압축적인 구성을 취한다. 주상균은 “불필요한 허례허식을 다 빼고 엑기스(진액)만 뽑아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음악을 고민했다. 미래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단순하면서도 하이 테크놀로지가 직관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재(기타)는 “언뜻 쉽게 들려도 잘 뜯어보면 고도의 연주력과 멤버들 간의 합이 녹아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블랙홀 특유의 유려한 멜로디는 여전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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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돌을 맞아 14년 만의 정규앨범 <에볼루션>으로 돌아온 헤비메탈 밴드 블랙홀 멤버들. 왼쪽부터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주상균(보컬·기타), 정병희(베이스). 블랙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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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 앞서 지난 9월 초에는 김경호, 윤병주, 메써드,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램넌츠 오브 더 폴른 등 후배들이 블랙홀 1집을 재해석한 헌정 음반 <리-인카운터 더 미라클>을 발표했다. “후배들의 작업 소식을 처음 듣고 ‘우리가 무슨 자격이 되나?’ 반문하면서도 고마웠어요. 결과물을 듣고는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잘 깎아서 다이아몬드를 만들었구나’ 하고 감탄했죠. 내년에는 후배들과 함께 뭔가 해보려고 계획중입니다.”(주상균)
블랙홀은 오는 12월14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 화암홀에서 데뷔 30돌 기념공연을 한다. 정병희(베이스)는 “정작 우리는 30년이 됐다는 걸 못 느낀다. 맨날 농담하고 낄낄대고 연습하다 보니 우리끼린 다들 그대로인 것만 같다”고 했다. 주상균은 “데뷔할 때 목표가 10집까지 내는 거였다. 이제 9집까지 왔으니 10집 낼 동력을 얻었다. 30주년이라 해서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앞을 보며 달려가는 블랙홀이 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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