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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1 18:44 수정 : 2019.10.01 20:16

민성홍 작가의 신작 <유연성을 위한 연습>. 작가는 전통 산수화를 그려 넣은 작품의 천 조각에 패러글라이딩처럼 줄을 매달아 띄워 올리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젊은 작가 민성홍의 ‘전이의 연구’

현수막천에 산수벽화 프린팅
패러글라이딩 하듯 높이 띄워올려
“바람에 반응하는 유동적 풍경과
이를 유지하려는 몸의 의지 기록”

민성홍 작가의 신작 <유연성을 위한 연습>. 작가는 전통 산수화를 그려 넣은 작품의 천 조각에 패러글라이딩처럼 줄을 매달아 띄워 올리는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동네 옥상에서 전통 산수화로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안 가는 활공 퍼포먼스를 청년 작가 민성홍씨는 최근 차근차근 감행했다. 먼저 자기가 사는 곳 주변 건물 벽에 그려진 낡은 산수벽화들을 눈여겨봤다가 현수막 천에 도상을 프린팅했다. 높은 봉우리와 소나무 등이 고고한 구도로 담긴 산수화 천 조각에는 패러글라이딩 낙하산처럼 손잡이 달린 줄을 치렁치렁 붙였다. 뒤이어 작가는 밤에 도시 변두리 동네의 건물 옥상으로 갔다. 자신이 만든 ‘산수화 낙하산’(?)을 패러글라이딩하듯 줄로 끌면서 전속으로 달려 바람을 품게 하고 띄워 올렸다. 어두운 하늘 위로 산수화는 날아올랐지만, 작가가 발길을 멈추면 곧 아래로 꺼지며 스러지는 과정이 되풀이됐다. 이런 과정 자체를 영상으로 계속 찍은 것이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산수화를 일상 공간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겪어낸 민 작가의 행위 영상과 소품으로 쓰인 천 조각들이 서울 문래동 철공소 골목의 전시공간 스페이스 엑스엑스(XX)에 나왔다. 바깥에서 텅텅거리는 철공소 공구·기계의 소음을 들으면서 감상하게 되는 이 개인전 제목은 ‘전이의 연구’(Study for Transition)다.

전통 화풍의 산수화가 그려진 천 조각을 낙하산 모양으로 잘라 직접 들고 뛰어다니며 패러글라이딩을 흉내 내려 한 절실한 까닭이 있었을까. 작가는 “바람에 반응하는 유동적 풍경과 이를 유지하려는 몸의 의지를 영상 기록물로 제시한 것”이라고 했다. “관념적으로 상상된 이상향을 묘사한 산수 풍경과 움직이는 일상 풍경 사이에서 어떠한 기준과 공간의 경계에 놓여 있는 상태, 일상성과 비일상성이 교체되며 전도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작업노트에 적었다. 이런 구상의 연장선에서 프린팅된 산수화 표면 위에 여러 색으로 구획한 격자, 재봉틀로 바느질 선을 입힌 평면 작업물도 내걸었다. 작품 형식에 스며든 작가의 구상은 다분히 난삽하다. 공간 개념의 작위적인 비약도 보인다. 그럼에도 매체이자 사물로서 전통 회화를 보려는 특유의 전복적인 감각과 상상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 대학원을 나온 작가는 이산과 젠트리피케이션 등 사회 공간의 생태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잊히거나 버려진 사물들을 이질적인 구도 아래 조합하는 매체 설치 작업을 주로 시도해왔다. 4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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