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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8:03 수정 : 2019.10.02 20:10

북서울미술관에 차려진 ‘2019 서울사진축제’ 전시장의 일부. 순환을 표방한 2부 전시 ‘러브 유어셀프’에 출품한 기슬기 작가의 사진 설치작품 <토르소>(왼쪽)와 변형된 신체 사진이 보인다.

2019 서울사진축제 개막
50년대 명동사진과 21세기 만든 이미지들이 한자리에

북서울미술관에 차려진 ‘2019 서울사진축제’ 전시장의 일부. 순환을 표방한 2부 전시 ‘러브 유어셀프’에 출품한 기슬기 작가의 사진 설치작품 <토르소>(왼쪽)와 변형된 신체 사진이 보인다.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0년 10월. 막 수복된 서울 명동 골목에서 임인식(1920~1988) 사진가는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앵글에 잡힌 곳은 시공관(지금 명동예술극장) 부근. 지금은 패션숍과 식당, 먹자골목 노점이 성업 중인 곳이다. 69년 전 그곳을 찍은 사진엔 폐허와 잿더미만 비치지만, 한가운데를 보면 낯선 표식이 있다. 뼈대만 남은 3층 건물 옥상 벽에 당대 일본 화장품 회사 상호인 ‘レ-ト白粉’(레토백분)이란 일본 가타카나+한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해방 전 번창한 일본 화장품 회사 영업점의 간판 글씨가 전쟁 와중에도 살아남아 기묘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이다.

사진 속 실물과 구도를 놓고 다기한 기억의 감각을 작동시키는 임인식의 이 문제적 사진과 성두경, 이경모의 또 다른 전쟁 기간 명동 사진들이 전시장에 나왔다. 2일부터 서울 중계동 시립북서울미술관 1·2층에서 시작한 ‘2019 서울사진축제’가 마련한 1부 기획전 ‘명동싸롱과 1950년대 카메라당’이다. 한국 사진계의 옛 명동 시대 잔상을 여러 사진과 카메라점, 사진 재료상의 자료들로 돌아보는 전시다.

맞은편에 차린 2부 전시 ‘러브 유어셀프’는 완전히 딴판인 지금 세상의 판타지 시공간을 보여준다.

벗은 몸 찍은 사진을 잘라 상반신만 남겨놓은 컷을 입체 토르소처럼 좌대에 세운 기슬기 작가의 근작이 지나간다. 아이돌 가수 김우석을 응원하며 팬이 만든 지하철 광고판, 가족의 관계까지도 마구 합성하고 조작하는 사진관 사진들, 관광객들이 남북한에 가서 자기가 꿈꾸는 풍경으로 연출한 투어 사진들이 판을 친다. 지금 도시 곳곳에서 우리의 동선을 번득이는 눈길로 담는 폐회로 카메라나 드론의 렌즈에 걸리지 않는 비결을 일러주는 코너도 있다. 연약하고 고운 제주 구럼비 산호초 사진이 군대와 토건업자의 크루즈항 삽질을 멈추게 한 전말을 알려주는 사진 공간도 나타난다.

‘오픈 유어 스토리지(너의 저장고를 열어봐): 역사, 순환, 담론’이란 표제어를 들고나온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프로·아마추어 작가, 시민을 가리지 않고 채집한 60여년 시공간 사진 이미지 120여점을 줄줄이 늘어놓거나 내려놓는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 사람들이 이미지를 만든 방식과 과정, 이면에 숨은 의도와 욕망을 짚고 따진다. 1957년의 덕수궁 인간가족전 풍경, 인스타그램 사진들, 포르노그래피의 느낌이 물씬한 뮤직비디오 동영상처럼 표제어 몇개로 꿸 수 없는 전시의 이미지 요지경들은 보는 이의 내밀한 기억과 상상으로 자기만의 사진 세상을 구축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11월10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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