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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4 18:46 수정 : 2019.10.25 02:40

장민승 작가가 올해 초 내놓은 근작 <오버 데어>의 포스터. 영국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24일~11월3일)의 딸림 행사로 26일 런던 테이트모던 영화관에서 열리는 필름앤아트부문 상영행사에 출품돼 현지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1000일 제주’ 영상 작업한 장민승씨
대표 영상 이미지 집약시킨 이이남씨
테이트모던 영화관에서 작품 선보여

장민승 작가가 올해 초 내놓은 근작 <오버 데어>의 포스터. 영국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24일~11월3일)의 딸림 행사로 26일 런던 테이트모던 영화관에서 열리는 필름앤아트부문 상영행사에 출품돼 현지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바이올린을 등에 진 채 철모 쓰고 군복을 입은 병사 백남준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난 17일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 차려진 거장 백남준(1932~2006)의 회고전에 가면, 진짜 군인처럼 변신한 백남준이 땀 뻘뻘 흘리며 바닥을 포복하는 1970년대 초반 영상물이 나타난다. 반전을 암시한 그룹 비틀즈의 전위적 노래 <레볼루션>이 리더 존 레논의 목소리로 울려퍼지는 가운데, 40여년전 거장의 티브이 퍼포먼스가 모니터에 흘러간다.

백남준의 작품들은 대개 유쾌하고 즐겁다. 세상의 온갖 사건과 사람 군상을 익살스럽게 막 뒤섞거나 선무당 같은 기행을 천진난만하게 보여주는 까닭이다. 거대 우주와 자연, 문명 속에서 삶과 예술의 덧없음을 선승처럼 콕 집어내는 그의 작품세계를 회고전은 12개의 방에 차린 보기드문 영상, 설치, 조형물들의 단면들을 통해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지난주 회고전이 개막한 런던에는 이 전시 못지 않게 거장의 그늘을 보여주는 한국과 서구 작가들의 전시들도 잇따라 열리고 있다. 특히 백남준의 후예인 한국의 소장 미디어아티스트들과 고인이 한국 미술판에 뿌린 발자취를 보며 영향을 받은 중견 소장작가들의 기획전이 눈에 띈다. 미디어영상 작가로 국내에서 돋보이는 화제작들을 만들어온 장민승씨와 이이남씨의 작품 행보를 주목할만하다. 이들은 런던 동아시아 영화제(집행위원장 전혜정, 24일~11월3일)의 딸림 행사로 2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테이트모던 영화관 스타시네마에서 열리는 필름앤아트부문 상영행사에 나란히 근작들을 출품한다. 2014년 에르메스미술상을 수상했던 장민승 작가는 지난 2015년 이래 1000일 동안 제주섬의 한라산과 바다를 담아낸 다큐영상 신작 <오버데어>와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몸짓과 풍경으로 담아낸 <보이스리스>(2015), 설악산 토왕성계곡의 험준한 자연을 찍은 <아르카디아(입석부근)>(2016)를 선보인다. 한라산과 인근 바다를 소재로 자연 그대로의 날선 풍경을 즉물적으로 담아낸 신작 <오버데어>와 세월호 비극을 상징하는 어둠 속 막막한 바다 풍경과 배우의 수화 몸짓 등으로 표현한 연작 <보이스리스>는 절제된 영상 미학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현지 관객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인 정재일 작곡가가 모든 출품작의 배경 음악을 만들며 협업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움직이는 고전 명화의 동영상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이남 작가는 지난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당시 회의장에 미디어아트 작품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중견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번 상영회에는 자신의 대표적인 영상 작품 13개의 이미지를 집약한 <뿌리들의 일어섬>(2019년)이라는 60분짜리 작품을 내놓는다. 두 작가는 작품들을 상영한 뒤 작가와의 대화(토크)에도 나선다. 이외에 김영미 작가는 가족과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담은 <화가와 엄마>란 영상 작품을 내놓으며, 생전 백남준 작가와 함께 활동했던 일본 행위예술가 오리모토 타츠미도 상영행사에 참석해 노인의 신체적 변화 차별 등의 문제를 담은 <할머니의 점심> 등 작품을 선보이고 관객 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백남준 전시를 본 뒤 바로 옆 공간에서 그의 영향을 받은 후예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끌린다. 상세한 내용은 영화제 누리집(www.leaff.org.uk)을 보면 된다.

런던 바라캇갤러리에 전시중인 신미경 작가의 세라믹 신작들.

비누조각 작업을 지속해온 신미경 작가는 런던 도심 화랑가의 바라캇갤러리에 개인전(다음달 22일까지)을 차려 신작인 세라믹 작업들을 처음 선보이는 중이다.영국 유학중 배운 도자 제작 기법을 적용해 가마에서 흙을 구울 때 터져 나온 파편들을 다시 구운 작품들이다. 갤러리의 고대 유물 소장품과 신작들을 뒤섞어 배열한 전시장은 옛 것꽈 새 것, 인공과 자연의 경계에 대한 성찰을 일으킨다.

런던 도심 트라팔가 광장에 인접한 주영국 한국문화원에서 지난 1일부터 열리고 있는 ‘리얼 디엠제트 프로젝트’의 기획전 ‘경계협상’(11월23일)도 런던을 찾은 애호가들이라면 놓치기 어렵다. 올해 3~5월 서울 문화역 284 등에서 선보인 휴전선 비무장지대의 미래 상상력을 담은 전시지만, 작품 질과 밀도는 훨씬 높아졌다는 평이다. 1988년 당시 비무장지대를 ‘호랑이 농장’으로 만들자는 구상을 장난스레 적은 백남준의 컬러인쇄지 글씨, 군용모포를 늘어놓아 분단과 전쟁의 긴장상태를 암시한 임민욱작가의 설치영상물, 이불 작가의 디엠제트 기념물 철탑 모형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전시장 들머리 현관 공간 내부는 최정화 작가가 설계했다. 2008년 그가 싸구려 샹들리에와 낡은집의 나무쪽을 떼어와 벽체를 만든 독창적 작품이란 점에서 또다른 개성을 풍기는 감상거리다.

한편, 런던 도심의 로열아카데미( 왕립미술원) 미술관에서는 영국 조각거장 안토니 곰리의 시기별 대표작들을 배치한 대형 회고전이 열려 인파를 모으는 중이다. 등신대 군상이 바닥 천장 벽에 여기저기 매달리거나 금속조각들로 분절된 몸조각 등의 실존적 인체상들이 감동을 안겨준다. 백남준 전이 열린 테이트모던에는 물안개와 뿌연 대기 속을 부유하는 경험을 안겨주는 과학기술적 상상력의 대가 올라프 엘리아슨의 대형 회고전이 함께 진행중이다. 여러 색깔 윤곽선이 겹치게 관객의 몸짓을 벽면에 투영한 작업은 백남준 회고전의 과거 관객 참여 영상작업과 매우 비슷해 백남준 미디어아트의 다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직감하게 해준다. 상설 컬렉션 전시공간도 볼거리들로 넘친다. 미국의 팝아트 거장 에드루샤가 그린 찢겨진 성조기 따위의 강렬한 그래픽적 회화들과 독일 작가 레베카 호른의 유명한 손 더듬이 동영상,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피아노 설치물 등이 나왔다. 런던 도심 트라팔가 거리 인근의 화랑가에서는 이달초 영국의 국제미술장터인 프리즈가 막 끝나고 큰 손들의 구매 시즌이 시작된 참이다. 미국작가 브래드포드(하우저앤워스), 로젠 퀴스트(타데우스로팍), 송동(페이스), 사이톰블리(가고시안) 등의 명품 신작들을 한달음에 구경할 수 있다.

런던/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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