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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7 05:00 수정 : 2019.11.07 07:13

티제이미디어, 톱100 톱아보니
임재현·황인욱 등 신인 가수들
유명 아이돌 제치고 상위권 포진

유튜브·SNS 노래 홍보 영상이
방송 출연보다 마케팅 효과 좋아
일반인 따라 부른 커버곡도 한몫

지난 4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코인노래방. 교복을 입은 채 혼자 또는 두명씩 방을 차지한 10대들은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열창했다.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곡은 대부분 발라드. 그중에서도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이나 황인욱의 ‘포장마차’가 마치 반복재생 버튼을 누른 듯 이어졌다. 김성현(18)군은 “요즘 노래 좀 한다는 애들은 다 임재현·황인욱 노래를 부른다”며 “유튜브에서 커버 영상을 자주 봤는데, 두 사람의 고음을 잘 소화해야 ‘오~ 좀 하는데?’라고 인정받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인노래방에서 만난 10대들은 “임재현(왼쪽)과 황인욱(오른쪽)이 코인노래방에선 유명 아이돌 못지않은 스타”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겨레>가 노래방 반주기 업체인 티제이미디어에서 2019년 1월1일~11월1일 가장 많이 불린 노래 100위를 뽑아보니, 유독 신인 발라드 가수의 노래가 상위권에 많이 포진해 있었다. 코인노래방 인기곡만 따로 집계한 데이터는 없지만, 코인노래방은 2019년 5월 기준으로 새로 문 연 노래방의 53%(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노래방 현황 및 시장여건 분석’)를 차지할 만큼 대세로 자리 잡아 전체 인기곡 순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수 임재현. 소속사 제공

결과를 자세히 보면, 1위는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이고 6위와 7위는 황인욱의 ‘포장마차’와 ‘취하고 싶다’였다. 하은의 ‘신용재’(4위), 케이시의 ‘그때가 좋았어’(11위), 송하예의 ‘니 소식’(13위) 등 역시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들 곡이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코인노래방을 휩쓴 이들의 노래는 음악차트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임재현의 ‘사랑에…’은 지난 5월 처음으로 멜론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했다. 당시 대형 팬덤을 거느린 아이돌을 제치고 신인 가수가 깜짝 1위를 차지하자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임재현 외에 황인욱·하은·케이시·송하예의 노래 역시 올해 멜론 차트에서 1~5위에 오른 곡이다.

이렇다 할 방송이나 홍보 활동도 없고, 얼굴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 노래가 코인노래방을 시작으로 음원 차트까지 장악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신인 가수들은 가요 프로그램 등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는 방식으로 데뷔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노래를 알릴 수 있는 통로가 다양해졌다. 신인들은 각양각색 콘셉트로 영상을 찍어 유튜브나 에스엔에스(SNS)에 올려 노래를 홍보한다. 황인욱이 포장마차에 앉아 ‘포장마차’를 부르거나 송하예가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에 대한 답가로 ‘이별에 연습이 있었다면’을 부르며 자신의 노래 ‘니 소식’까지 홍보하는 식이다.

가수 황인욱. 소속사 제공

구독자 수십만명을 거느린 유명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하면 홍보 효과는 배가된다. 지난해 9월 나온 임재현의 ‘사랑에…’은 먼데이키즈 이진성이 지난 1월 커버 영상(조회수 82만)을 자신의 채널에 올리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후배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는 채널을 운영하는 권인하가 지난 4월 이 노래를 부르면서(조회수 172만) ‘빵’ 떴다. 실제 이 노래는 2월에는 티제이미디어 노래방 인기곡 100위권 밖이었지만 3월에는 58위, 4월에는 7위, 5월에는 1위로 올라섰다.

듣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커버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반인의 능동성도 ‘얼굴 없는 신인’의 노래를 알리는 바이럴마케팅 구실을 톡톡히 한다. ‘헤어진 남친을 생각하며 포장마차 여자 버전으로 부르기’(조회수 12만) 등 일반인 영상은 큰 인기를 끌었다. 임재현은 “제 노래가 커버곡으로 많이 불리면서 대중들에게도 노래방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노래라는 생각이 퍼진 듯하다”고 말했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방송·음악 관계자의 영향력이 점차 줄고, 누리꾼이나 인플루언서가 ‘스타 메이커’로 등판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짚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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