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1 19:07
수정 : 2019.11.12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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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은 지 5년 만에 내한해 전국 순회공연에 나서는 지휘자 장한나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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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론헤임 심포니 상임지휘자로 내한]
내일 서울 시작으로 순회 공연
노르웨이 사운드 진수 선사 예정
“지휘 준비에만 10시간 쏟아부어
첼로와 양다리 걸칠 시간 없어
클래식계 성차별, 실력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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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은 지 5년 만에 내한해 전국 순회공연에 나서는 지휘자 장한나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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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무서울 정도의 맹렬한 집중, 그것만이 중요했다. 첼로든 지휘든, 여성이든 동양인이든, 노르웨이든 한국이든 그에게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일 뿐이었다.
‘첼로 신동’에서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로 변신한 장한나. 그가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은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다. 그는 오는 13일부터 전국 순회공연에 나선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오랜만에 국내 팬 여러분과 만나서 설렌다. 오래 기다렸다. 올해가 마침 한-노르웨이 수교 60주년이고, 데뷔 25주년이다. 여러모로 뜻깊은 만남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장 지휘자는 11살에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유일한 제자이며, 첼로의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도 사사했다. 대가들의 후원을 받는 세계적 첼로 연주자의 길을 가던 그가 2007년 돌연 지휘로 방향을 바꿨다. 왜 그랬을까.
“첼로 독주는 레퍼토리가 적다. 같은 곡만 연주하다 보니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야가 좁아졌다. 망원경으로 보듯이 더 큰 음악 세계를 보고 싶었다. 대학교에 진학할 무렵 베토벤과 말러, 브루크너의 위대한 교향곡 악보를 구해다 무조건 뚫어져라 봤다. 그 무한한 가능성에 눈과 귀가 열렸다.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론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이구나 확신했다. 오케스트라와 리허설을 할 때 힘들긴 하지만 물 만난 물고기가 이런 느낌이구나 싶어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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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하는 장한나의 모습.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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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첼로 앞에 앉은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을까. “지휘 준비만으로 하루 10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첼로 연주에 양다리를 걸칠 시간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음악적 첫사랑인 첼로를 연주할 때가 오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휘자 장한나가 이끄는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노르웨이의 ‘제3의 도시’ 트론헤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악단으로, 1909년 창단한 유서 깊은 오케스트라다. 장 지휘자와는 2016~2017시즌부터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다시 2022~2023시즌까지 계약을 갱신했다. 그는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진행 중이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는 내년엔 3주 동안 9곡의 교향곡 전체를 ‘마라톤’으로 연주할 계획도 세웠다. 장 지휘자는 “트론헤임은 열정에 불타는 악단이다. 내가 파격적으로 소리를 내보자고 제안했을 때도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고 자랑했다.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부산문화회관(14일), 대구콘서트하우스(16일), 익산예술의전당(17일)에서 공연을 펼친다. 공연 1부에선 “노르웨이의 정신적 목소리”인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1번’으로 시작해, 임동혁 피아니스트와 협연하는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노르웨이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2부에선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한다.
동양인 여성에 37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성차별이 심한 지휘대에 서며 느낀 어려움은 없을까. 그는 “성이든, 인종이든, 나이든 차별 없는 분야는 없다. 실력을 닦는 것만이 길”이라고 시원스럽게 답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그는 “세계 10대 오케스트라에 여성 상임지휘자가 없다. 하지만 20년 후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은근한 야심도 내비쳤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그림은 생각보다 컸다. 혼자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같이 올라가는 꿈이다. “욕심이 있다면 마치 카라얀이 베를린필에서 했던 것처럼 장기적인 비전과 안정적인 계획 아래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것이다. 100년 후엔 한국에도 베를린필 같은 오케스트라가 나올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리고 싶다.”
‘후배 음악가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가 내놓은 답은 자신의 삶을 설명하는 말처럼 들렸다. “남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외부에서 강요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내가 음악의 탐험가가 되고 내 인생의 개척자가 되는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만족하는 인생이 백점짜리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한번뿐이지 않나.”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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