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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7 16:33 수정 : 2019.11.18 02:34

영국 밴드 멈퍼드 앤 선스가 15일 서울 서교동 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멈퍼드 앤 선스’ 첫 내한공연 리뷰·인터뷰

그래미상·글래스턴베리 간판스타
700석 규모 공연 무대 흔치 않아

공연 도중 음향 사고 나자
객석 내려와 통기타 치며 노래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 합작품
우릴 흥분시키는 음악 영향 받아”

영국 밴드 멈퍼드 앤 선스가 15일 서울 서교동 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지난 15일 저녁 영국 밴드 ‘멈퍼드 앤 선스’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서교동 공연장 무브홀. 한국인보다 외국인 관객이 더 많아 보였다. 그래미상을 받고 글래스턴베리 등 세계적인 음악축제에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오른 대형 밴드가 700석 규모 무대에 서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들의 명성을 익히 아는 외국인 관객이 대거 몰린 건 그래서다. 국내에서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덜해도 진가를 아는 팬들은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몇만명 앞에서 공연하는 밴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한 관객이 감격스러워하며 옆 사람에게 말했다.

멈퍼드 앤 선스는 2007년 마커스 멈퍼드(보컬·기타·드럼), 벤 러빗(보컬·건반), 윈스턴 마셜(보컬·밴조·기타), 테드 드웨인(보컬·베이스)이 결성했다. 이들은 공연 전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영국에서 흔한 가족기업 이름의 형태를 따서 밴드 이름을 지었다. 아빠와 아들들이라는 본래 뜻보다는 형제 같은 멤버들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데뷔 앨범 <사이 노 모어>(2009)로 2011년 영국 브릿어워드 최우수 앨범 상을 받은 데 이어, 2집 <바벨>(2012)로 2013년 미국 그래미어워드 올해의 앨범 상과 브릿어워드 최우수 영국 그룹 상을 받았다.

멈퍼드 앤 선스는 1집과 2집에서 포크 록을 기반으로 하면서 밴조·만돌린 등 민속 악기와 더블베이스 등 어쿠스틱 악기를 주로 연주했다. 벤 러빗은 “처음에는 펍과 클럽에서 펑크·록·블루스·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했다. 사람들 관심을 끌려고 남들 잘 안 쓰는 밴조와 만돌린을 연주했더니 반응이 좋았다. 재미로 시작한 악기가 우리의 정체성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3집 <와일더 마인드>(2015)에선 기존의 어쿠스틱 악기 대신 일렉트릭 기타, 신시사이저 등 전자악기를 내세워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 윈스턴 마셜은 “우리는 늘 우리를 흥분시키는 음악에 영향을 받는다. 3집 작업 당시 우린 그런 음악에 빠져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발표한 4집 <델타>에선 초기의 민속 악기 사운드에다 일렉트로닉·랩·재즈 등의 요소를 섞어 더 폭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였다. 윈스턴 마셜은 “그땐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많이 들었다. 한국계 디제이 예지의 음악을 좋아한다. 요즘은 케이팝을 많이 듣고 있어 다음 앨범에 그런 요소가 들어갈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영국 밴드 멈퍼드 앤 선스가 15일 서울 서교동 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하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멈퍼드 앤 선스는 이날 공연에서 1~4집을 망라하는 히트곡들을 들려줬다. 곡에 따라 일렉트릭 기타, 밴조, 더블베이스 등 악기를 계속 바꿔가며 연주했다. 주로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마커스 멈퍼드가 드럼을 치며 노래할 때도 있었다. 이들은 “멤버마다 악기를 한정 짓거나 밴드의 음악 장르를 규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게 열려 있는 밴드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공연 도중 갑자기 마이크 소리가 안 들리는 음향 사고가 일어나자 밴드 멤버들은 무대에서 내려와 객석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서서 공연을 보던 관객들이 홍해처럼 갈라지며 길을 터줬다. 멤버들은 음향 장비 없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 차분히 감상하던 관객들은 후렴구 대목을 따라 불렀다. 마커스 멈퍼드는 공연 전 인터뷰에서 “공연은 아티스트와 관객의 컬래버레이션이다. 우리보다 관객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길거리 버스킹 같았던 즉흥 무대는 그의 말마따나 밴드와 관객의 아름다운 합작품이었다.

마커스 멈퍼드는 관객들에게 “아쉽지만 내일 아침 6시 대만으로 가야 한다.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아이 윌 웨이트’였다. 관객들은 손을 치켜들고 펄쩍펄쩍 뛰며 “아이 윌 웨이트, 아이 윌 웨이트 포 유~” 대목을 크게 따라 불렀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에 대한 화답처럼 들렸다. 멈퍼드 앤 선스가 다음에 또 온다면 더 큰 공연장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날 작은 공간에서 함께 호흡하고 노래했던 관객들이 두고두고 부러움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일 터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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