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6 14:44
수정 : 2020.01.0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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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서 3년 반 만에 만나 공연을 펼친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향. 대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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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향,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 이후 첫 공연
“공들인 연주, 이번 공연 각별히 생각한 듯”
시향 ‘명예 음악감독’ 추대 목소리 힘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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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서 3년 반 만에 만나 공연을 펼친 정명훈 지휘자와 서울시향. 대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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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반만의 만남이었다. 지난 주말 열린 서울시교향악단 신년음악회는 오랜만에 정명훈(67) 지휘자와 서울시향이 재회한 공연으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3천석이 매진된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공연에 이어, 5일 공연은 대원문화재단이 주최한 신년음악회로 예술의전당에서 전석 초대로 진행됐다. 정 지휘자가 절도 있고 힘찬 지휘로 서울시향을 이끄는 모습은 음악감독 시절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에 이어 브람스 ‘교향곡 1번'까지 끝나자 정 지휘자는 만족한 표정으로 단원들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단골 앙코르곡이었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연주한 뒤, 정 지휘자는 악장·수석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해피 뉴 이어!”를 외치고 무대를 떠났다.
정 지휘자는 서울시향 음악감독으로 10년간 활동하며 시향의 수준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고소·고발로 얼룩진 ‘서울시향 사태’를 겪으며 2015년 12월 음악감독 직을 그만뒀다. 그다음 해 8월 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에서 같이 연주한 이후 서울시향과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장원 평론가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정 감독 시절에 많이 했던 레퍼토리인데, 이번 연주에선 정 감독이 공들여 설계한 대목들이 들려 흥미로웠다. 정 지휘자와 단원들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정성 들여 연주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향 사임 이후 더는 악단을 책임지는 자리는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가 2017년과 2018년에 창단한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와 원 코리아 유스 오케스트라는 남북 합동 공연을 목적으로 만든 프로젝트성 악단으로, 일 년에 한두 차례 공연을 여는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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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신년음악회에선 정명훈 지휘자는 서울시향과 함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을 협연자로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대원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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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계기로 클래식계에선 정 지휘자를 시향 명예 음악감독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 지휘자가 음악감독을 맡았거나 오래 인연을 맺어온 국외 악단들은 악단 역사에 없던 직위를 만들어 그와 지속적인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15년)와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016년)는 그를 명예 음악감독으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2012년)는 수석 객원 지휘자로 추대했다.
한정호 에투알클래식 앤 컨설팅 대표는 “신년음악회가 매진되는 건 드문 일이다. 관객이 좋아하는 지휘자라면 시향이 명예 음악감독 지위를 주고 그 재능과 명성을 악단과 한국 클래식계를 위해 활용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정 감독이 시향에 기여한 것을 생각하면 명예지휘자 추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 당장은 2015년 사태 때 논란이 재연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정 지휘자의 국내 활동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지휘자 쪽에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정 지휘자 쪽은 “계속 일정이 이어져 인터뷰가 어렵다. 현안이 있다면 인터뷰를 하겠지만, 이번 시향 지휘를 현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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