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고문서학자 후지모토 유키오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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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교토대서 ‘금석집첩’ 발견
한국엔 없는 최대 규모 조선 탁본첩 최근 역사서 2960권 서지정보 묶어 내
2006년 문집 정리 이어 두번째 결실
동국대 지원 받아 경전·사상서도 계획 <사부>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역대 역사 문헌 2960건의 전체 정보를 1588쪽에 집대성한 대작이다. 2960종의 일본 소장 한반도 역사문헌들을 총망라해 주요 색인과 정보를 정리했고, 글자수는 200만자 이상이나 된다. 동아시아의 전통 문헌 분류체계인 경(經:경전)·사(史:역사서)·자(子:사상서)·집(集:문집) 가운데 사서류인 ‘사부(史部)’와 관련된 고문헌들을 모아 판본을 분류하고 해설했다. “일본에 산재한 역대 조선 고문헌을 집대성한 최초의 자료집입니다. 특히 책 속 2900여건의 문헌들마다 딸린 정보 항목이 28가지나 됩니다. 책을 찍은 시기와 출판 장소, 인쇄본 활자 판각에 참여한 새김장인(각수)의 이름을 망라해 싣고, 문헌을 소장했던 옛 학자와 장서인의 정보들까지 챙겨 넣어서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어요.” 책에는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만 있는 <고려사절요>, <한서>, <자치통감강목> 같은 15세기 금속활자본 역사서에 대한 상세한 서지 정보들이 담겨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나 임진왜란의 교훈을 회고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 같은 유명한 문헌들도 장소와 시기를 달리해 찍은 여러 판본들의 주요 정보들을 여러 장에 걸쳐 소개했다. “한국 연구자들이 일본 곳곳의 소장처를 일일이 돌면서 문헌 정보를 확인해야하는 수고와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죠.” 일본에 소장된 한반도의 고문헌 정리작업의 첫발이었던 집부(集部:문집류) 작업을 정리한 <일본 현존 조선본연구 집부>는 그가 2006년 교토대 학술출판회를 통해 발간있다. 그러나 두번째 작업인 사부는 적지 않은 곡절을 거친 끝에 나왔다. “교토대 출판회가 일본에 있는 조선 고문헌 경사자집의 4부 정리 작업을 모두 내주겠다고 했어요. 조건은 일본 문부성의 출판지원금을 받는다는 조건이었어요. 그래서 두번째 사부 편을 발간하려고 기금을 두번이나 신청했는데, 모두 떨어졌어요. 국외 동료학자들은 지원신청에 실패했다는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마침 교토에 온 동국대의 김상일 국문과 교수가 동국대불교학술원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니 참가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연결을 시켜줬어요. 동국대 지원으로 2011년 발간 준비가 시작됐고, 2년전 초고를 탈고하고, 2년간 교정을 거쳐 책이 나왔죠.” 원래 교토대 학부시절 어학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1967~70년 한글학회 초청으로 서울대에서 한글과 국어학 분야에 대한 연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고문서들을 접했고, 일본의 학술출판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한반도 전래 고문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당돌한 마음’으로 한반도 고문서 고문헌을 정리해보자고 맘먹었고, 70년 귀국하자 마자 우선 교토대와 오사카 부립도서관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공들여서 찾아낸 첫 성과물이 바로 교토대 도서관에 소장된 19세기 조선의 역대 금석문탁본 대형자료집인 <금석집첩>이었다. 이 첩은 2015년 고려대 민족문화원 해외연구센터의 조사에서 전모가 첫 국내 공개된 데 이어 발견자인 후지모토는 올해 1월 성균관대 동아시학술원 주최 학술회의에서 이 문헌과 관련된 논고를 발표해 40여 년 연구성과의 일단을 국내 학계에 처음 풀어냈다. 영의정 김재로가 관여했고, 자료집의 방대한 규모로 미뤄 나라에서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최근 발간한 <일본 현존 조선본연구 사부>를 펴보이고 있는 후지모토 유키오 전 교수. 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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