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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6 21:05 수정 : 2005.01.06 21:05

지난 12월30일 아침 거제도 외포 위판장. 한쪽에서 대구 경매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중매상인이 낙찰된 대구를 옮기고 있다.

“대구가 이래 마이 잡히긴 진짜 오랜만입니더. ‘금대구’ 마이 잡으니 억쑤로 좋네예.”

입 크고, 덩치 크고, 값도 비싼 대구. 탕으로 끓이면 끝내주는 국물맛으로 제값을 하는 대구가 떼지어 몰려와 어민들과 미식가들의 입을 벌어지게 하고 있다. 경남 진해만 거제도 앞바다에서 근래 보기 드문 대구잡이 풍어가가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30여 년 만의 최대 대구 풍년”이라며 활짝 웃는 어민들과 수협 관계자들의 입이 거진 대구 입만하다.

한달반세 위판량 3만2000여마리
30년만에 찾아온 최대 풍어란다

지난달 30일 아침 7시30분, 거제시 장목면 외포항 위판장. 산더미처럼 쌓이고 널린 대구 궤짝과 상인들로 발디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외포는 진해만 일대에서 가장 규모 큰 대구 집산지이자, 금어기(산란기·1월 한달)에도 대구잡이와 위판이 허용되는 전국 유일의 포구다. 요란한 종소리와 함께 새벽에 들어온 대구 경매가 시작됐다. 손가락으로 입찰값을 표시하는 ‘수지 호가 경매’다. 중·도매상인들이 진열된 대구를 살펴보고 손가락을 펴보이며 입찰가를 부르면, 경매인은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상인의 고유번호를 불러 낙찰을 알린다.

“에~, 대구 한 야마(1궤짝)~ 5만, 5만~, 아 5만5000원 15번!” 한건 낙찰에 10초가 채 걸리지 않는 경매는 2시간여 동안 쉬임없이 이어진다.

이날 위판장에 나온 대구는 1400여 마리. 지난 3일 아침 경매에선 2000여 마리가 거래됐다. 이는 2004년 1월의 하루 평균 거래량 몇백마리, 2003년 겨울의 하루 몇십마리 수준에 비하면 엄청난 증가다. 2003년 한햇동안 거제수협 각 위판장에서 거래된 대구는 모두 9000여 마리였으나, 2004년엔 11~12월 한달 반 동안 위판량만 무려 3만2000여 마리에 이른다.

거제수협 외포출장소 김이곤(46·거제수협·전국수협 노조위원장)씨는 “대구 수정란 방류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진 결과”라며 “거제 대구가 옛 명성을 되찾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거제도 장목면 앞바다 등 진해만은 1960~70년대 세계적인 대구 산란장이자, 어장이었다. 회유성 어종인 대구는 이곳에서 부화한 뒤 동해를 거쳐 오호츠크해 일대를 돌며 성장해 다시 진해만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어획량은 연안 오염 등으로 70년대말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90년대 초중반엔 한해 위판량이 고작 몇십마리일 정도로 씨가 말랐었다. 연해산 대구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이때 ‘금대구’라는 별명이 나왔다. 한 어민은 “당시엔 중간치 한마리가 50만원대에 팔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랬던 대구가, 풍어를 이룬 요즘엔 2~3㎏짜리(60㎝ 안팎) 한마리당 3만~4만원에 경매되고 있다. 포구 주변 상점에선 여기에 1만원 안팎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 지난 3일 나온 최대어인 길이 80㎝짜리(약 5㎏) 대구의 낙찰가는 9만원.

▲ 외포 앞바다의 대구잡이 모습.



대구잡이는 정치망의 일종인 호망으로 이뤄진다. 대구 이동로를 ‘장동’(길그물)이라는 긴 그물로 막아 삼각형 그물로 끌어들여 잡는다. 그물을 따라 이동하던 대구는 결국 ‘끝자리그물’에 갇히게 된다. 금어기인 1월엔 허가를 받은 호망어선 66척에 한해 외포 앞바다 지역에서만 조업이 허용된다.

금어기인데도 이곳에서 조업이 허용되는 까닭은 정자·난자를 채취해 인공수정을 시키기 위해서다. 82년 경남도에서 인공수정란 방류사업을 시작한 이래 87년부터는 거제수협에서 이어받아 해마다 5000만원을 들여 방류사업을 벌여왔다. 그 결실이 이제 대구 풍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수정란 방류는 정자와 난자를 짜내 섞은 다음 주렴처럼 엮은 삼나무 밧줄에 묻혀 바다에 담그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82년부터 이어온 인공수정 결실
“애주가들 해장 인자 걱정마이소”

아무리 많이 잡힌다 해도, 국내산 대구는 아직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기가 쉽지 않은 고급 어종이다. 그러나 거제도 여행길에 시간을 맞춰 외포 위판장을 찾는다면, 중개상들이 사들인 대구를 흥정해 주변 어물전보다 30% 가량 싸게 살 수 있다. 수입 냉동 대구에 길들여진 입맛을, 갓잡은 부드러운 연안산 대구로 되살려볼 만하다. 진해만에서 잡히는 대구는 산란을 앞둔 것들이어서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위판장에서 대구 세 마리를 6만원에 산 한 주부(거제시 옥포)는 “이삼만원짜리 한마리면 대여섯명은 실컷 묵고 남지예” 했다.

알이 든 암컷이 몸집은 크지만, ‘곤’(정자주머니)이 든 수컷이 약간 비싸다. 주름진 창자나 뇌처럼 보이는 ‘곤’을 넣으면 대구탕 맛이 더 좋아진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진해만 대구잡이철은 11월~2월, 절정기는 12월20일부터 1월20일께까지다. 외포 위판장의 경매는 첫째·셋째주 일요일을 빼고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시작된다. 거제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거제도 여행정보=수도권에서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통영고속도로로 바꿔타고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로 다시 갈아탄 뒤 하동·사천 쪽으로 잠깐 가다 사천나들목에서 나간다. 사천에서 33번 국도를 이용해 고성으로 간 뒤 14번 국도로 바꿔타고 통영 거쳐 거제도로 간다. 학동 몽돌해변의 해송횟집(055-636-2878)은 돔·농어·우럭 등 제철 회와 맛있는 매운탕(3인분 2만원)을 먹을 수 있는 집. 돌멍게·대구알젓·돌미역·파래·무김치 등 밑반찬이 맛깔지고, 친절한 것도 장점. 장목면 외포리 중앙횟집(055-636-6026)은 맑게 끓이는 대구탕(1인분 1만2000원)·물메기탕(7000원)을 낸다. 서원리 거제도굴구이(055-632-9272)에선 바로 옆 굴양식장에서 나온 굴을 싸고도 깔끔하게 구워먹을 수 있다. 깨끗이 씻은 굴을 네모난 솥에 넣고 구워먹는다. 한 판(3인분) 1만1000원, 굴죽 2000원. 학동 몽돌해변에 모텔급의 깨끗한 숙소들이 많다. 몽돌비치호텔(055-635-8883)은 바닷가 옆에 있어 전망이 빼어나다. 해돋이도 볼 수 있다. 평일 4만원부터, 주말 6만원부터(바닷가쪽 방은 1만~2만원 추가). 거제수협 (055)636-7064. 외포 어촌계 (055)636-6056. 거제시청 관광진흥과 (055)639-3253. 거제에코투어(geojeecotour.com) (055)682-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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