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어산 숲속 숨어 있는 은하사엔
남방불교 전파한 장유화상의 혼이
야생 장군차밭엔 그의 향이
김해천문대 일몰엔 망국의 설움이
경남 김해 가야 유적지
경남 김해는 전기 가야연맹체를 이끌었던 금관가야의 발상지답게 고대 가야의 신화와 숨결이 숨쉬고 있는 도시다. 곳곳에는 1400여년 전 고구려와 신라, 백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520여년간 찬란한 꽃을 피웠으나 신라 중심의 역사에 가려져 가야문화의 흔적들만 남아있다. 김해여행은 가야의 역사와 숨결을 발견하는 여정이다.
초가을 아침 햇살을 받으며 천년 전설의 신어(神魚·수로왕릉 정문 위에 보이는 물고기 문양) 자국이 남아있는 신어산에 올랐다. 낙남정맥의 끝자락에 자리잡아 북동쪽으로는 낙동강이 감돌아 흐르고 남쪽에는 광활한 김해 평야가 펼쳐져 있는 김해의 진산이다.
산 자락에서 절 표지판을 보고 소나무와 잡목, 무궁화나무 등이 무성하게 어우러진 숲길을 1.4㎞쯤 오르자 주차장 약수터가 나온다. 이른 아침인데도 등산객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노송숲을 헤치고 너럭바위가 깔린 돌계단을 2백m쯤 오르자 고풍스런 은하사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에 들어서니 우람한 범종루와 고풍스런 대웅전 뒷편으로 마치 병풍처럼 드리워진 신어산과 우뚝 우뚝 솟은 바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는 내력을 가진 절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세간에는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 촬영지로 널리 알려졌지만 가야의 신화가 숨쉬고 있는 곳이다. 이 천년 고찰은 누이 허황후와 함께 인도 아유타국에서 배를 타고 김해까지 건너온 왕자 장유화상(허보옥)이 아유타국과 가야의 안녕을 위해 세웠다. 그는 신어산 기슭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동림사와 서림사를 세웠는데 당시 서림사가 지금의 은하사이다. 장유 화상은 장유면 불모산 용지봉 들머리에 자리잡은 장유암과 지리산 칠불암까지 세워 우리나라에 남방불교를 전파한 가야 불교의 시조이다.
장유암의 원주 해공스님은 “가야는 고구려와 백제 등에 전해진 북방불교보다 먼저 이 땅에 남방불교가 처음 전해진 역사의 고장”이라면서 “삼국 중심의 역사에 가려 우리 불교 역사조차도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장유화상이 남방불교를 처음 전했다고 알려진 장유암에는 그의 사리탑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신어산 이웃 김해시 어방동 분성산에는 시민들이 천체의 오묘한 운행을 관람할 수 있게, 2002년 2월에 문을 연 김해천문대가 있다. 특히 김해천문대는 해질 무렵의 붉디붉은 일몰과 분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이 빼어나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즐겨 찾는 김해의 명소이다.
|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전설이 서린 김해의 진산 신어산 자락에 허황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절을 세운 뒤 남방불교를 전파해 가야불교의 꽃을 피웠던 천년고찰 은하사.
|
멀리서 보면 천문대의 형상이 마치 알을 닮았는데 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이 알에서 태어난 것을 상징해서 지었다고 한다. 또 가락국의 왕자가 진례 토성 위의 상봉에 천문을 보려고 첨성대를 쌓았다는 비비단의 기록이 전해진다.
한편 김해는 우리나라 차문화의 중심지인 경남 하동과 전남 보성과 달리 예부터 전해지는 장군차라는 독특한 전통차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에이펙정상회담 때 세계 정상들의 부인들이 마시고 극찬을 했던 장군차 또한 허황후와 장유화상이 인도에서 가지고 들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제국주의 시절 역사학자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에서 “김해의 백월산에는 죽로차가 있다. 세상에서는 AD 48년, 수로왕비인 허황옥이 인도에서 시집 올 때 가져온 것이라고 전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서거정의 <신증 동국여지승람> ‘김해도호부’편에는 “고려 충렬왕(1274년)이 김해(지금의 서재골)에 심어져 있는 산다수(山茶樹)를 보고 맛과 향이 차 중에서 으뜸이라 하여 장군나무라 명명했다”로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장군차 역시 가야 불교와 함께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야의 슬픈 역사를 머금고 있는 셈이다.
김해시 대동면 대감리 감내마을을 찾아가자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농바위 숲아래 들녘에 새파란 야생 장군차밭이 있다. 부산에서 20분 거리여서 부산 사람들이 주말이면 아침 일찍 찾아와 직접 차를 따서 덖고 저녁에 가져가곤 한다. 장군차농원 강병호(57) 대표는 “감내마을은 마을 앞을 낙동강이 끼고 있고 뒤로는 농바위 소나무숲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어 차가 잘 자라고 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장군차밭 주위에는 소금을 뿌려놓은 듯하게 새하얀 꽃밭이 펼쳐져 있다.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정구지꽃이라면서 감내마을이 정구지와 화훼재배 마을로 유명하다고 일러주었다. 부추를 경상도에서는 정구지라고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이른다.
진례면 송정리에는 지난 3월 흙과 건축의 조화로운 만남을 내걸고 문을 연 세계 최초의 도자기미술관인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있다. 예부터 김해는 가야 토기의 진원지이자 조선 초기에는 분청사기로 유명했던 곳이다. 진례면 일대에는 1970년대부터 모여 김해도예촌을 이룬 80여개의 도예공방들이 가야 문화의 맥을 오늘에 다시 살리려고 땀을 흘리고 있다.
김해/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
김해의 전통차인 장군차 재배지인 대동면 대감리 감내마을에는 요즘 소금을 뿌린 듯 새하얀 부추꽃밭이 장관을 이룬다.
|
‘제4의 제국’ 화려한 부활
22일부터 유적지 일대서 마당극·해외민속공연 등 풍성
삼국 중심의 역사에 가리어진 가야 제국이 화려하게 부활한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에 견줘 폄하되었던 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창조적으로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2006 가야세계문화축전이 오는 22일부터 10월3일까지 김해시 가야역사 유적지 일원에서 12일 동안 펼쳐진다. ‘제4의 제국-가야의 신비를 밝힌다’를 주제로 2회째 열리는 올해 축제는 공연, 전시와 체험,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보다 더욱 알차게 꾸며진다.
특히 잊혀진 가야 역사를 다뤄 화제를 모았던 최인호 원작소설 〈제4의 제국〉을 극본·연출가 이윤택(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씨와 마당극 운동의 좌장 임진택(가야축전 집행위원장)씨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야외극으로 만들어 기대를 모은다. 가야의 공주가 일본으로 건너가 왕국을 세운 이야기를 토대로 1부 ‘사랑의 제국’과 2부 ‘태양의 제국’으로 구성됐는데, 일본 열도를 건너간 대규모 기마민족 이동설을 그리면서 동시에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의 허구를 파헤쳤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닮은 가야의 오래된 설화인 ‘황세장군과 출여의낭자’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마당극 ‘가야애’로 극화돼 첫선을 보인다. 이 밖에 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7개국 민속 공연단을 초청하는 해외 공연과 이들 나라의 현악기와 가야금이 만나는 성대한 합동공연 ‘현의 길’이 함께 펼쳐진다. 또 색다른 음악 축제인 ‘김해월드뮤직페스티벌’, ‘중요무형문화재 초청공연’,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퓨전난장콘서트’, ‘해외광대 공연’ 등의 다채로운 공연이 풍성하다.
이외에도 가야철기·토기공방, 순장체험 등 가야문화체험존, 가야국의 시조인 김수로왕과 인도 허황옥의 만남을 되살리는 국제결혼한마당, 김해큰줄다리기 등의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된다. www.gayafestival.com, (055)330-3955, 6841.
정상영 기자
|
여행 정보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동대구→신대구부산고속도로→대동요금소→북부산요금소→동김해 나들목→인제대 쪽으로 직진→하키경기장→인제대 지난 갈림길 오른쪽→신어산 은하사 또는 김해천문대.
또는 구포역 앞에서 김해행 버스 이용, 김해 시내에서 인제대학교, 은하사행 시내버스 이용. 김해버스터미널 (055)327-7880.
♤잠자리
수릉원 앞에 가족들이 전통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이 8일부터 개관. 안채와 사랑채, 별채, 단독방 등 객실 13실, 한식당, 전통찻집으로 이뤄졌으며 화장실과 에어컨 시설, 텔레비전, 통신망 랜 시설 등이 객실마다 갖춰져 있어 편리하다. (055)322-4735.
또 김해 시내에 김해관광호텔(055-335-0101), 자연황토방모텔(055-326-0991), 코리아나모텔(055-338-5660), 버킹검모텔(055-333-4001) 등이 있다.
♤먹거리
김해에는 전국에 알려진 이름난 음식은 없지만 나름대로 독특한 먹거리가 있다. 먼저 이북 피난민들이 고향의 냉면 맛을 못 잊어 밀가루로 만든 ‘가야 밀면’이 유명하다. 냉밀면과 온밀면이 있는데, 냉면 못지않게 쫄깃한 면발과 국물 맛을 자랑한다. (054)333-2801.
전국 최대 규모의 김해 도축장과 도매시장이 있는 김해에는 ‘뒷고기’라는 특별한 고기요리가 있다. 돼지를 잡고 남은 잡고기를 뜻하는데 싼값에 다양한 부위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술안주로 인기다. 두꺼비막창뒷고기(055-331-6935), 한일뒷고기(055-331-5432), 삼일뒷고기(055-334-4138), 김해뒷고기(055-325-2552) 등이 잘 알려진 집이다.
이 밖에 큰 대통 속에 오리와 닭을 구워내고 밥을 지어내는 대통구이 전문 죽순농원(055-345-3818)과 고등어로 추어탕 해장국을 끓여내는 영도해장국(055-325-8051), 숯불양념장어구이 전문 김해성 숯불장어구이(055-332-1992), 돼지고기를 숭덩숭덩 썰어서 넣은 돼지국밥 전문 밀양돼지국밥(055-325-3678) 등이 소문난 별미집이다.
♤문의
은하사 (055)337-0103,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www.clayarch.org (055)340-7000, 김해천문대 astro.gsiseol.or.kr (055)337-3785, 김해시청 문화관광과 tour.gimhae.go.kr (055)330-3241~5.
|
|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