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바위란다. 툭 튀어나온 두 바위가 개구리 눈 같다나... ©박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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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고향과의 사이를 돌고 날면서 퍼져가는 공간도 보통, 시간만이 갖고 있으리라고 믿는 힘을 나타낸다. 즉 공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시시각각 내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리고 그 변화는 시간에 의해 일어나는 변화와 매우 비슷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 이상의 것이다. -토마스 만, 마(魔)의 산(山)중에서 금강산 호텔에서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굳게 다문 입술이 인상적인 북측 직원과 하얗고 말쑥한 얼굴의 남측 직원이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북측 직원과 남측 직원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왼쪽 가슴에 인공기를 바탕으로 한, 김일성 주석 얼굴이 들어간 배지를 달고 있으면 북측 직원인 것이고, 현대아산 배지를 달고 있으면 남측 직원인 것이다. 겉 모습에서 다른 점을 찾는다면 북측 직원은 살찐 사람이 없고 거무접한 피부에 입귀가 합족하며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반면 남측 직원은 살집이 조금 있는, 비교적 하얀 얼굴에 몸집이 조금 더 커보였다. 방을 3번 옮기는 우여곡절 끝에 내 룸메이트는 강원도 춘천에서 온 14살 소년으로 정해졌다. 호텔 주차장 건너편에는 김일성 주석의 모습이 담긴 대형 모자이크가 있었다. 그 앞에서 사진을 찍는 데는 북측 직원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했다. 이유인 즉슨 관광객이 찍은 사진에 김일성 주석의 얼굴이나 다리가 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혹자는 수년 전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당시 북측 응원단이 비에 젖은 김일성 주석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던 것을 연상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 말도 맞았지만 왠지 관광상품이 된 김일성 주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랄까? 자존심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 글씨의 절박한 자기 방어적 슬로건들마저 남측 사람들에겐 관광 상품이 되는 것이니까. 남측 사람들이 지불한 돈에는 ‘미제 원쑤를 쳐부수자’는 문구를 신기하게 바라볼 권리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연인처럼 보이는 관광객 둘이 북측 호텔 직원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사진기를 맡기고 촬영당하는 장면을 보니 그런 생각이 마구 드는 거다. 국가보안법은 뭐하고 있는 저런 사람들 안잡아가고...^^;; 잠재적 국가보안법 위반자인 그들은 그 사실을 꼭꼭 숨기려는 듯 서둘러 그 자리를 뜬다. 서로 공범 관계를 맺었다는 것에 대해 안도하는 듯 보이기도 하고. 오늘은 8월 15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하얀 비옷을 걸친 채 CBS 방송국이 마련한 8·15특집, ‘통해야’ 콘서트를 잠깐 구경한 후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짐을 부리고 TV를 켜니 남측 방송이 나왔다. 조선중앙TV라도 나오길 바랐던 것인가? 웃음이 피식 나왔다. 이러니 호텔방에서 있어야 할 이유를 못 느끼는 것이다. 아홉시 뉴스에서는 ‘815 광복절 맞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나온다. 그리고 법조 비리와 한미FTA... 고개를 돌려 베란다를 내다보니 금강산 호텔 뒤편에 역시 군부대가 있다. ‘김정일 장군을 목숨으로 보위하자’는 내용의 붉은 글씨가 하얀 현판위에 단단하게 써 있었다. 위병소 앞에는 황갈색 군인이 경직된 자세로 서 있다. 호텔 창 밖을 찍는 것은 금지된 일 이라는 6조 조장의 당부말이 떠올랐다. 다시 TV로 눈을 돌렸다. <리포터>올해도 어김없이 따로 열린 자신들만의 광복절, 한쪽에서는 한반도기가, 다른 한쪽에서는 미국기가 나부끼는 광경에서, 또, 참가자들의 연령대와, 현수막 문구, 어느 것 하나에서도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극단적인 구호와 욕설, 몸싸움조차도 전혀 낯설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학계에서는, 역사적 원죄인 분단에, 사생결단식 정치문화가 끼어들면서 갈등을 키웠다고 분석합니다. <인터뷰>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냉전적 질서속에서 대립을 키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 KBS 9시 뉴스 중]
련주담, 물 빛을 보라... ©박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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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기행문을 쓰고 있는 지금, 터져 나온 ‘주택가로 침투한 파친코’ 바다이야기 관련 이슈들, 도박에 중독된 서민들, 양극화에 허덕이는 사회... 예전, GOP에서 가끔 들었던 대북선전방송의 문구들이 생각났다.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자유 대한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국의 품으로 달려오십시오. 무엇을 망설인단 말입니까?” 뉴스가 끝났다. 방으로 올라오던 도중, 우리 일행들이 술을 마시러 2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목격했던 나는 포장마차(그 선술집 이름이 그냥 ‘포장마차’다)로 발걸음을 뗐다. 포장마차는 노천에 있었는데, 우리 일행은 계속해서 내리는 비 덕에 하늘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포기하고, 건물 벽쪽 높은 처마 밑 탁자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북측 접대원들과 즐거운 입담을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북측 녀성들이라 해서 다를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나 화장을 하고, 현대식 정장을 입고 있다. 성형수술을 한 듯한 얼굴도 있다. 나중에 금강산 산행길이나, 해금강, 삼일포를 관광하며 만나 본 이북 녀성들 대부분이 그런 인상이었다. 북한 사람들의 발음은 특이하다. 몇 가지 통설로 정의를 내려보기도 했으나 우리가 유추해본 것이라곤 고작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두음법칙이 남아 있다’라거나(그렇게 보면 남측에서 두음법칙이 없어진 것은 영어의 영향일게다) ‘일상적으로 입술을 동그랗게 모아 발음하는 언습으로 발음이 지나치게 원순음화 되었다.’는 것 정도였다. 언어는 살아있는 것이기에 우리의 잣대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똑같은 표기기호라도 그 발음은 다른 것이다. 영어의 알파벳과 독일어의 에스체트가 기호는 같지만 발음이 다르다는 평범한 사실을 상기시켜본다.
련주담 푯말 ©박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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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폭포, 봉황이 하늘을 나는... © 박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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