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인 북면 천부항에서 맞은 해넘이. 북면의 대표적인 항구이자 도동행 시내버스가 다니는 천부항은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공암과 송곳봉 등이 기암괴석이 어울려 풍광이 몹시 빼어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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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어울린 울릉도
국토의 막내 독도를 보듬고 동해의 쪽빛 바다에 한점 보석처럼 떠 있는 울릉도. 울창한 원시림, 화산이 빚어낸 독특한 기암괴석의 지형과 생태환경으로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잃지 않는 울릉도에는 정들면 못 떠난다는 정들포라는 마을이 있다. 울릉도 북쪽 북면 끝에 작은 어촌 석포마을이다. 울릉도 개척 당시 주민들이 정착한 뒤 오랫동안 살다보니 정이 들어 외지로 떠나갈 때 울고간다고 해서 정들포, 정들께라는 이름이 붙었다. 석포마을 바로 동쪽에 산이 바다로 뻗다가 중간이 끊어져 마치 섬의 목처럼 생긴 섬목에서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끼고 내수전까지 4.4㎞ 구간은 울릉도 일주도로가 끊겨 있다. 깎아지른 해안 절벽과 험한 산세 때문이다.
쪽빛 바다 숨바꼭질하듯 불쑥
오랜세월 바람이 조탁해 놓은
멋스런 기암괴석이 와락 눈앞에 섬 동북쪽 남면 저동 3리에 조선 말기 울릉도 개척 시절 김내수란 이가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는 내수전의 시멘트길을 올라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서면, 바다 너머로 울릉도의 가장 큰 섬인 죽도와 관음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는 죽도에는 현재 두 부자가 살고 있다고 한다. 오른편으로 바다를 끼고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가자 길이 끝나면서 무성한 원시림과 마주친다. 서늘한 숲길. 섬잣나무, 섬피나무, 섬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등 울릉도 특산식물이 하늘을 가린다. 푸른 이끼로 덮인 옛길 바닥에는 미처 단풍이 들기 전에 떨어진 낙엽들과 솔잎들이 수북이 깔려 있고, 고사리 무리의 잎들과 키 작은 산죽들이 길섶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한 사람이 다니기에 마침맞은 외길은 가파른 산허리에 외줄처럼 걸려 있으되 가파른 오르막길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걷기에 편하다. 왼편으로 울창한 숲으로 덮인 산허리를 구비구비 감싸돌 때마다 오른편으로 숲속에 숨어 있던 동해바다가 숨바꼭질을 하듯 불쑥불쑥 나타난다. 간혹 길섶에서 만나는 섬노루귀, 울릉국화 등 울릉도의 자생식물들과 누군가가 잔가지를 쳐서 모아놓은 나뭇단이 여행길을 풍성하게 만든다. 30분쯤 걷자 정매화곡쉼터가 나타난다. 옛길에서 유일하게 약수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개척 당시 정매화라는 이가 살았다고 한다. 맑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얼굴을 씻고 정자에 앉아 땀을 들인다.
석포마을로 가는 언덕길은 어른 키 높이로 우거진 산죽으로 덮여 있어 호젓하다. 시멘트 길을 내려가자 갑자기 넓은 육군 레이더기지에 이어 석포마을과 마주친다. 죽도가 바라다보이는 마을 정자 전망대에 서자 오른편 저 멀리로 해안절벽 위에 떠나온 내수전 일출전망대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석포마을은 한때는 울릉도에서 가장 잘 살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10여호만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울릉국화를 잘 가꾸어놓은 석포교회를 지나쳐 죽암 바닷가를 끼고 시멘트 포장 언덕길을 5분쯤 내려가자 왼쪽 산기슭에 석포전망대로 오르는 산길이 나온다. 20분쯤 오르막 산길을 올라 전망대에 서니 북면을 푸근하게 감싸고 있는 푸른 동해바다와 딴바위가 와락 눈앞에 들어온다. 하산길 석포마을 아래 섬목 입구 앞 바다에서 선녀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쳐 옥항상제의 노여움에 돌이 되었다는 울릉도 3경의 제1경인 삼선암과의 만남은 여행길의 마무리에서 맛보는 즐거움이겠다.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청망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새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유치환의 ‘울릉도’) 울릉도가 자랑하는 해돋이의 벅찬 감동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으로 해남등대와 촛대암을 꼽을 수 있다. 도동항 여객선터미널 뒷쪽으로 깎아지른 해안절벽 기슭을 끼고 아름다운 행남해안 산책로가 나있다. 길이 험하지 않아 손쉽게 바다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가족들이나 연인들끼리 가벼운 산책코스로 알맞다. 특히 새벽녘 행남해안 산책로로 나서면 드넓은 동해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엄한 해돋이와 함께 화산이 만들고 오랜 세월 바다와 바람이 조탁해놓은 울릉도의 멋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울릉도/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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