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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3 17:53 수정 : 2006.11.23 17:53

테이블마운틴은 이름 그대로 칼로 자른 듯 평평한 정상에 킹 프로테아를 비롯해 핀보스, 에리카 등 수많은 식물들로 이뤄진 ‘하늘정원’이 펼쳐져 있다.

아프리카 남쪽 끝 케이프타운


검은 대륙의 땅끝에 섰다.

세찬 해풍을 헤치고 ‘폭풍의 곶’ 해안 절벽에 오르자 확 트인 전망에 온몸에 전율이 인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는 대서양과 인도양의 검푸른 물결이 부딪쳐 천둥소리를 내며 하얀 포말로 부서져 내린다. 남위 34도21분25초. 해안에는 북위와 남위, 그리고 영어와 토속어인 아프리칸스로 희망곶의 위치를 표시한 이정표가 서 있다. 우리에게 희망봉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케이프 오브 굿 호프’(Cape of Good Hope), 곧 희망곶에 섰다.

대서양·인도양이 맞부딪는 곳, 유럽침략의 아픈 기억은 그림 같은 ‘하늘정원’으로 피고 ‘만델라의 감옥’ 로빈섬도 이젠 전설 깃든 관광명소로

1497년 유럽 동편의 미지의 세계,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던 포르투갈인 바르톨로메우 디아스가 발견해 ‘폭풍의 곶’이라 불렀고, 1497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을 기념해 ‘희망의 곶’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유럽제국들의 대륙 침략의 발판이었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지금은 케이프타운을 찾은 여행자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현지 안내인은 진짜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은 희망곶에서 동남쪽으로 200㎞ 거리의 케이프 아굴라스라고 귀띔한다.

희망곶 동쪽으로 2㎞쯤 떨어진 해안절벽에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인도양과 대륙 서쪽의 대서양이 만나는 접점인 케이프 포인트를 찾았다. 궤도차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자 저 멀리 희망곶이 보인다. 인도양 쪽은 해안절벽을 이루고 대서양 쪽은 붉은 알로에 베라가 피어 있는 산기슭이 완만하게 경사를 이뤄 해안과 만난다. 희망봉과 케이프 포인트는 케이프타운으로부터 60㎞ 떨어진 케이프 반도의 남단에 자리잡은 두 꼭짓점이다. 케이프 반도의 끝은 케이프 포인트이지만, 위도상으로는 희망봉이 조금 더 남쪽에 있다.

여행광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지구 최후의 관광지 아프리카 대륙. 그 가운데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은 아프리카로 가는 첫 관문이다. 남아공의 시초가 되었던 곳이라는 뜻의 ‘머더 시티’라는 별명을 가진 아름다운 이 항구도시는 쾌적한 지중해성 기후와 세련된 도시 경치가 워낙 뛰어나 ‘아프리카의 유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유럽제국이 인도로 가는 항로를 찾다 발견해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이용했던 희망곶은 이제 케이프타운을 찾은 여행자의 필수 관광코스가 되었다.

희망곶과 함께 케이프타운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테이블마운틴을 꼽을 수 있다. 8억5000만년 전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른 해발 1086m의 산은 이름 그대로 산 정상이 뾰족이 솟은 게 아니라 평평하게 다진 모양이다. 실제로 정상에 오르면 마치 칼로 반듯하게 자른 듯 평평해 테이블마운틴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구름이 자주 정상을 가려 남아공 사람들은 산을 가린 구름을 가리켜 테이블보라고 부른다.

360도를 천천히 회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자 그림처럼 아름다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 시내와 대서양의 푸른 물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은 또다른 세상이다. 평평한 테이블에는 동서 3㎞, 남북으로 10㎞가량의 드넓은 ‘하늘 정원’이 거짓말처럼 펼쳐져 있다. 구름이 저만치 발아래에 걸려 있고, 색색의 꽃과 풀이 가득하다. 테이블 마운틴은 식물의 보고이다. 남아공의 국화인 킹 프로테아를 비롯해 핀보스, 에리카, 콘부시, 핀쿠션 등 발견된 식물만 1500종을 넘는다. 단위 면적당 식물 분포 수치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테이블마운틴 옆자락으로 예수의 12제자를 본떠 이름지은 ‘12사도 봉우리’가 펼쳐져 있으며, 케이프타운 남쪽 앞바다에는 조그만 섬이 외롭게 떠 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거하다 18년 동안 정치범으로 수감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전설적인 감옥 로빈섬이다. 지금은 국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고 99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섬에는 만델라의 수감 번호가 적힌 감방과, 그의 체취가 묻은 담요와 식기가 보존돼 있다.

척박한 바위 땅 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테이블마운틴의 수많은 식물들에서, 만델라의 로빈섬에서, 또 희망곶에서 오랜 세월 숱한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일궈낸 남아공 민중들의 삶의 흔적과 희망을 엿본다.

케이프타운/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여행정보

♤가는 길

한국에서 남아공까지는 항공편으로 19~20시간쯤 걸린다. 지난 10월31일부터 타이 방콕~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구간의 취항을 시작한 타이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여러모로 편리하다. 이 노선에는 최신형인 에어버스 340-600기종이 투입됐다. TG703편으로 0시15분 방콕을 출발해 오전 6시20분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다. 또 TG704편이 오후 1시45분 요하네스버그를 출발해 오전 5시45분에 방콕으로 돌아온다. 이 노선은 인천에서 방콕으로 출발하는 TG635편, 방콕에서 인천으로 들어오는 TG634편과 1시간 내외의 대기시간으로 바로 연결된다. 항공권 가격은 조건에 따라 90만원부터 152만원까지. 홍콩에서 남아공항공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행시간이 길고 갈아타므로 짐은 되도록 간단하게 꾸려 기내에 들고 타는 것이 좋다.

♤잠자리

케이프타운의 워터프런트에 있는 테이블베이 호텔은 로빈섬과 테이블 마운틴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최고급 호텔이다. 아라벨라 셰러턴 호텔은 대규모 컨벤션 센터를 소유한 비즈니스 호텔로 객실에 팩스,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먹거리

남아공은 프랑스나 칠레 못지않게 빼어난 와인 생산국이다. 스텔렌보스 지역에 이름난 포도·포도주 농장들이 많으며, 주요 도시마다 큰 레스토랑들은 자체적으로 만든 와인을 선보인다. 가격도 1병에 2만원선으로 부담이 적다. 오스트리치라고 불리는 타조로 만든 타조고기 요리도 유명하다.

♤기타 정보

남아공의 화폐단위는 란드(R)로 약 130원 안팎. 국내에서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 공항이나 은행에서 재환전해야 한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이 늦다. 현지시간이 자정이면 한국시간은 오전 7시이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아공은 북반구의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 남아공은 지금 여름의 초입으로 한낮엔 더운 편이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해 여행하기에 알맞은 계절이다. 낮에는 자외선 차단제인 선블록, 아침·저녁에는 긴팔옷이나 점퍼가 필요하다. 또 크루거 국립공원 등 북부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말라리아 예방접종이 필요없다. 남아공에서 한국에 전화를 걸려면 한국 내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컬렉트콜)는 0800-9900-82. 한국에서 자동연결 27(남아공 국가번호)-21(케이프타운 지역번호)-전화번호. 케이프타운에서 한국에 자동연결 09-82(한국 국가번호)-지역번호-전화번호.

♤관광명소

테이블마운틴에서 가까운 볼더스 해안에 펭귄 서식지가 있다. 나무 산책로를 따라가며 해안과 백사장에서 수많은 펭귄들이 눕거나 서 있고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요하네스버그의 레세디 민속촌에서는 줄루, 소토, 코사, 페디 등 남아공을 대표하는 4개 종족의 주거 생활양식과 그들의 전통 공연을 볼 수 있다.

♤주의할 점

남아공의 치안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와 달리 도시 변두리나 농촌지역은 치안 상태가 좋지 않아 개별 여행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대도시에서도 밤에 혼자 다니다가는 강도 등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요하네스버그는 대도시인데도 치안이 불안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저녁 늦게 시내를 돌아다니지 말고, 숙박도 이웃 프레토리아나 선시티에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행상품

아프리카 여행은 흔히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로 입국해 북쪽으로 케냐나 탄자니아 등을 거쳐 세렝게티와 응고롱고 등에서 사파리를 즐긴 뒤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를 보는 것이 순서. 이후에 남아공의 케이프타운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프리토리아와 선시티 쪽으로 올라오는 일정이다. 대략 15일 정도 걸리지만 이동거리와 프로그램이 많아 빠듯하고 비용 역시 500만원을 넘는다. 아프리카 전문 여행사인 클럽아프리카(www.aat.co.kr)가 남부 아프리카 쪽인 남아공, 짐바브웨, 보츠와나, 잠비아 등을 엮은 4개국 8일 상품을 319만원에 내놓았다. 빅토리아폭포와 선시티, 케이프타운을 엮은 8일 상품은 349만원. 아프리카의 3~4국을 돌며 사파리를 즐기는 8~9일짜리 상품은 300만원 정도. (02)772-9006.

♤문의할 곳

주한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02)792-4855. 주남아공(프리토리아 위치) 한국대사관 (27)12-460-2508~9, 남아공 관광청(www.southafrica.net), 케이프피닌슐러 국립공원(www.cpnp.co.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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