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오르기에 제격인 국사봉 정상을 향한 길에서 내려다본 무의도 전경. 오른쪽 뒤에 보이는 게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다.
|
탁 트인 전망 뻥 뚫린 가슴 봄이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고 만물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따뜻한 봄볕에 움츠러들었던 손가락 마디마디 세포까지 되살아나는 듯 하다. 온몸이 근질거리는 게 마냥 어디론가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샘솟는다. 어디가 좋을까? 푸른 생명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산에 가볼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럼 봄맞이 가족 산행에 ‘딱’인 산은 어디일까? 한국등산중앙연합회 총무이사이자 산머루산악회(sanmeoru.co.kr) 등반대장인 정유식씨와 함께 찾은 곳은 무의도(인천시 중구). 영화로 유명해진 실미도의 이웃섬이다. 그런데 섬에서 등산을? 걱정 말란다. 산봉우리가 2개나 있단다. 인천 무의도 #1. 오전 10시=서울에서 출발. 영종도 인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공항 여객터미널 진입로 직전에 무의도 방향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빠져 7㎞ 가량 가면 연육도를 지나 잠진도 선착장에 다다른다. 무의도 배를 차질없이 타기 위해선 미리 전화(032-751-3354~6)나 인터넷(muuido.co.kr)으로 배편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겠다. 왕복요금은 대인 2000원·소인 1400원인데, 차량을 탄 채로 배에 오르면 2만원 안팎을 더 내야 한다. 배는 5분도 채 되지 않아 무의도 선착장에 다다랐다. 10분 가량 걸으니 마을 사이로 국사봉(230m)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룡곡산(244m)과 함께 이 섬의 양대 봉우리다. #2. 낮 12시=산을 오른다. 해빙기에는 땅이 질으니 발밑을 조심해야 한다. 10분 정도 오르니 벌써 몸이 달아오르고 아래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5분 더 올라가니 중간 봉우리가 나온다. 전망이 탁 트이는 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잠시 쉰 뒤 능선을 따라 오른다. 햇볕이 잘 들어서인지 땅이 잘 말라 있다. 오후 1시, 쉬엄쉬엄 왔음에도 벌써 정상이다. 실미도는 물론 영종도의 인천공항이 성냥갑만하다. 반대편 아래로는 하얀 모래사장이 보인다. 하나개해수욕장이다. 백사장 위에 권상우·최지우가 나온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도 보인다. 눈앞에는 호룡곡산 봉우리도 보인다. 섬에 있는 산답지 않게 커다란 산맥을 축소해놓은 듯 아기자기한 산세를 자랑한다. 멀리 푸른 바다 사이로 수많은 무인도들이 점점이 떠있다. 다른 등산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이런 풍경은 섬 산행의 묘미이다. #3. 오후 2시=바다를 보기 위해 하나개해수욕장 쪽으로 산을 내려온다. 해수욕장 입장료는 대인 2000원·소인 1000원. 하얀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걷다가 바지를 걷어부치고 바닷물에 발을 살짝 담근다. 땀을 한 바가지 흘린 뒤라서 그런지 상쾌한 기분이 온몸을 휘감는다. <천국의 계단> 세트장 집이 있는 언덕에 오른다. 하얀 집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창문으로 집안의 살림살이도 들여다 본다. 한 식당에 들어가 매운탕(중 3만5000원·대 4만원)으로 점심을 먹고 해수욕장을 빠져나와 마을버스를 탔다. 선착장까지 걸어서 가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4시 배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으로 돌아와 승용차에 오른다. 이제는 집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푹 담그고 땀을 씻어내는 일만 남았다. 단, 온몸에 그득 밴 봄의 향기는 그대로 남겨두고 말이다.
무의도/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도란 도란 쉬엄쉬엄 어라, 벌써 정상이네 당일치기 봄맞이 산행 가볼만한 곳 봄이라고 하지만, 산에는 눈이나 얼음이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강원도 쪽 산이 대체로 그렇다. 이런 산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좀 곤란하다. 한국등산중앙연합회(sanak114.co.kr)의 추천으로 요즘 주말에 가족과 함께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산들을 소개한다.
|
||||
진안 마이산(680m)=말의 두 귀를 닮았다는 전북 진안의 마이산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한 쌍의 남녀로 보이는 등 그 모습이 다양하게 보인다. 마이산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금강 물줄기를 이루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는 섬진강으로 흐른다. 동쪽에 솟아있는 수마이봉은 오를 수 없으며, 서쪽에 솟아있는 암마이봉만 오를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서다산이라 불렸고, 봉우리 두 개가 높이 솟아있다 하여 용출봉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밖에 붓끝과도 같다 해서 문필봉, 또 개골산, 돛대봉, 용각봉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마이산 남쪽에는 유명한 돌탑인 마이탑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 탑은 인간의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뜻으로 108기를 쌓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80여기만 보존돼 있다. 4월 중순께 남부주차장 입구에서 열리는 벚꽃축제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등산 코스> 북부주차장-안부-암마이산 정상-안부-은수사-탑사-남부주차장(왕복 3시간 소요. 가족 단위에 적격인 코스)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이나 경부고속도로 옥천나들목에서 빠지면 된다.
|
||||
가평 운악산(935.5m)=경기 청평에서 북동쪽으로 20㎞ 떨어져 포천과 가평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운악산은 ‘경기도의 소금강’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주봉인 망경대를 둘러싼 바위절벽들이 커다란 수석과도 같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어 사계절 내내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산이다. 다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기암절벽을 만나게 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현등사 입구인 동구주차장 옆 식당에서 내놓는 전통 손두부 요리가 이름나 있다. 순수 국산 콩과 천연 간수를 사용해 두부를 직접 만들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이 지방 명주인 가평 잣막거리를 곁들이면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싹 가신다. <등산 코스> 1.동구주차장-현등사-삼거리-정상-사거리안부-동쪽계곡-동구주차장(왕복 3시간 소요. 정상 부근에 바위가 많아서 가족 단위로는 힘든 코스) 2.가족과 함께 가벼운 산행을 즐기고 싶으면 현등사까지만 올라갔다 내려오면 된다.(왕복 2시간 소요) <가는 길> 서울에서 경춘가도를 타고 가다가 청평 지나서 2㎞ 정도 가다 표지판 따라 좌회전하면 된다.
|
||||
|
||||
겨우내 움츠린 몸 욕심내면 화 불러 발바닥 전체로 딛고 리듬 타면서 봄을 맞아 운동을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운동이 많겠지만, 막 운동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 가운데 하나가 바로 등산이다. 유산소운동인 등산은 별다른 경쟁 없이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조절해가며 서서히 부하를 높여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등산의 효과는 심폐기능 향상, 근력 강화, 정신적 만족감 등 세 가지로 대표된다. 특히 산이 주는 맑은 공기와 물, 아름다운 풍경은 운동의 효과를 더욱 높여주며, 도시 속에서 운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준다. 효율적인 산행법을 소개한다. ● 발바닥 전체로 디뎌서 걸어야=등산의 기초는 걸음이다. 편안한 자세로 피로하지 않게 걷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쪽 발끝부터 내디딘 뒤 발바닥 전체를 땅에 밀착시키면서 충격을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차츰 속도를 높여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 균형을 유지하고 리듬을 타면서 걸어야=오랫동안 산행을 해온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걷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걸음에 리듬을 심어줘야 덜 지치고 산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듬을 타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 너무 오랫동안 쉬지 말아야=쉬지 않고 걸으면 나중에 피로가 급격히 쌓여 금세 지친다. 초보자는 30분 걸은 뒤 5분간 쉬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50분 걸은 뒤 10분간 쉬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다만 너무 오래 쉬면 몸의 리듬이 깨져 다시 산행에 나서기가 더 힘들어진다. ● 물과 음식을 적당히 먹어야=산행 전에는 평소 식사량의 2/3 정도를 산행 2~4시간 전에 하는 것이 좋다. 탈수를 유발하는 고단백 음식은 가급적 피한다. 산행 도중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으로 걷기가 불편해지며, 혈액 성분이 묽어져 노곤함을 느끼게 된다. 입안과 목을 축일 정도로만 물을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땀을 많이 흘리면서 생기는 탈수증 예방에는 수분과 비타민을 공급해주는 오이·당근·귤 등이 효과적이다. 서정민 기자
해빙기 산행 방심을 금물 살짝 언 땅·낙석 조심
여벌 옷 챙겨가야
△ <한겨레> 자료사진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