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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4.03 16:36 수정 : 2007.05.03 15:16

태국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실내. 어린아이부터 중년층까지 누구나 좋아할 만한 곳이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④ 엘리펀트 포
세련된 곳에서 푸짐하게 즐기는 태국 음식

새벽 4시 어두운 제주도 거리, 예약한 택시를 타자마자 잠에 취해 쓰러진다. 이윽고 도착한 성산일출봉 입구, 휘휘 바람소리만 나를 반긴다.

커다란 사진 가방을 짊어지고, 그 능선을 천천히 오른다. 오싹! 지금 생각해보면 간이 커도 너무 컸다. 한 굽이 한 굽이 돌때마다 지푸라기와 갈대는 괴물로 돌변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오직 ‘나는 오른다’ 각오를 다진다. 이때 건장하고 우락부락한 남정네라도 불쑥 나타나면 그야말로 황천길이라는 생각이 들자 등짝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세계 3대 스프 가운데 하나 ‘톰얌꿍’.
얼추 정상에 이르렀다고 생각하고 바위에 앉아 땀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일출봉 난간 아래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어라, 이건 또 뭐지? 갑자기 까만 보자기가 나를 향해 달려온다. 악! 진정 귀신이 있단 말인가! 백발의노파가 난간을 넘어 내게 달려온다. 아 당신은 누구신지? “ 어이 처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아, 다행이다. 인간이었다. 일출을 보기위해 올라오는 등산객들에게 음료수와 김밥을 파는 할머니였다. 할머니 왈 “ 야, 나도 깜짝 놀랐어. 머리 풀어헤치고 그러고 있으니. 나도 제명에 못살고 갈 뻔 했어.”

해는 2시간이 지나 떴고, 그 사이 할머니와 나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당시 내 몰골이 머리에 꽃을 달고 뛰어다니는 여자와 같아서 등산객조차 그 꼴을 하고 사진을 찍는 나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한 잡지에 표지와 여러 페이지를 장식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미쳐있는 것은 참으로 보기가 좋다. 그 누구라도 말이다.


대학로 <엘리펀트 포> 주인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분명해진다. 비록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이름을 널리 알리진 못했지만, 그의 열정과 자부심만은 어떤 거창한 레스토랑의 그것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호주배낭여행 중에 참가한 세계요리축제에서 동남아 요리를 맛본 후 그것에 미쳐 버렸다. 직장을 다니는 중에도 틈만 나면 태국까지 가서 음식 맛을 보고 왔고, 관광객으로 간단한 요리학교에 등록해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세련된 곳에서 푸짐하게 즐기는 태국 식당 ‘엘리펀트 포’
그의 이런 열정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태국 음식 전도사가 되었다.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강한 열망은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곳은 다른 태국음식점처럼 태국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신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까지 좋아할 만한 깔끔하고 밝은 분위기이다. 음식 가격도 적당해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요리조리 양을 고려해서 이것저것 주문해도 8만원을 넘지 않는다. 메뉴를 잘 구성하면 푸짐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단체 모임을 하기 에도 적당하다.

중국 샥스핀, 프랑스 브야베스와 함께 세계 3대 스프에 드는 톰얌꿍은 얼큰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새우볶음 쌀국수는 신선한 새우맛과 찰진 기름이 어우러져 젓가락이 절로 간다. 닭고기 그린 커리는 야채를 짓이겨 죽처럼 만들고 독특한 향과 코코넛밀크를 섞었다. 태국 전통 맥주 싱하도 별미인데, 단 것도 있고 매콤한 것도 있어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호주나 미국에는 동남아 음식점이 많다. 서양인들은 중국, 일본요리보다 오히려 동남아 요리를 더 즐긴다. 주인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즐기지 않는 지 안타까워했다. 태국 음식 때문에 태국어까지 공부했다는 그는 정말 제대로 빠져 있다. 그의 눈에는 이 맛을 보러 오는 이들만이 크게 보인다. 아름답다. 그의 눈이. 한때 나의 눈이 사진기와 함께 빛났던 것처럼.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창가를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빛깔의 등.
위치 종로구 혜화동
전화번호 02-765-1284
영업시간 11시 30분~오후 10시30분
메뉴
세트메뉴 2만~3만원 (스프링롤+쇠고기쌀국수+파이애플 볶음밥 등 ) / 코스요리 1인당 2만~2만5천원 / 음료, 맥주 2천~4천원 / 전채(얌운센 등 ) 4천~9천9백원 / 국수 7천9백~8천9백원 / 밥류 7천9백~8천9백원 / 요리 9천9백~1만3천원 / 디저트 2천5백~5천원

* 귀띔 한마디 초등학교 이상의 자녀와 함께 새로운 맛을 즐기러 가기 좋다. 월요일마다 쉰다. 5월부터 네이버 쿠폰이 제공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매일 다르다.

* 강력 추천 조용한 분위기에서 알뜰하게 먹으며 모임하기 좋은 곳. 조용히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나이 많은 연인, 밝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싶은 가족을 위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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