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읍 화개리 오십천변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복사꽃밭. 특히 지품면의 신양리, 오천리, 삼화리 등 아담한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오십천을 따라 긴 복사꽃 행렬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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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의 멋·맛
봄비 그친 뒤에 한결 따사로운 봄볕 사이로 문득 물 아지랑이처럼 아련하게 고향의 정경이 떠오른다. 그럴 때면 머릿속으로 ‘고향의 봄’의 선율이 흐르면서 복사꽃 향기 가득한 고향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이맘때쯤이면 고향집 뒤란에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만발했고 앞마당에는 봄볕에 두 볼이 발갛게 상기된 동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낭자했다. 복사꽃은 진달래꽃, 살구꽃과 함께 고향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무치게 고향이 그리워 훌쩍 국도 34호선을 달려 영덕 길로 떠난다. 청송군의 주왕산 자락을 지나 영덕군으로 넘어가는 황장재 고개를 넘어 지품면으로 들어서자 연분홍 세상이 펼쳐진다. 이른바 무릉도원 별천지.
화개리 오십천변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복사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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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지나 오십천변 이르자
복사꽃, 배꽃 수줍게 톡…톡…
대게는 물장구 툭…툭… 영덕군의 끝머리 지품면의 황장리를 접어들어 27㎞를 따라 강구항으로 흘러드는 오십천변과 나란히하는 지품리, 복곡리, 수암리, 신안리, 납곡리, 신양리, 오천리, 삼화리, 개화리 등 아기자기한 마을의 산과 들녘에는 연보랏빛 복사꽃이 만발했다. 특히 오천리의 오천솔밭 일대는 복사꽃과 푸른 솔밭, 푸른 강물이 어우러져 풍광이 가장 빼어나지만 지품면 일대 어디든지 길을 멈추면 그곳이 바로 복사꽃 명소일 듯싶다. 영덕읍에 인접한 화개리 오십천변으로 들어서니 푸른 강을 끼고 아담하게 펼쳐진 복사꽃밭에 부지런한 상춘객들이 꽃 사태에 취해 붉게 달떠 있다. 한쪽에는 복숭아꽃 꿀을 빨아먹으려 잉잉대는 꿀벌들을 피해 사진작가들이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댄다. “동쪽 바다 가는 길 도화 만발했길래 과수원에 들어 색(色)을 탐했네/ 온 마음 모아 색을 쓰는 도화 어여쁘니 요절을 꿈꾸던 내 청춘이 갔음을 아네/ 가담하지 않아도 무거워지는 죄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가/ 이 봄에도 이 별엔 분분한 포화, 바람에 실려 송화처럼 진창을 떠다니고…”(김선우의 ‘도화 아래 잠들다’)
화개리 오십천변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복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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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복숭아꽃이 만발한 마을은 이상향이자 선경의 세계로 여겼으나 지품면은 남다른 사연이 있다. 1959년 전국을 덮친 태풍 사라로 영덕의 논밭도 완전히 황폐해지자 지역 주민들이 고민 끝에 심기 시작한 유실수가 바로 복숭아 나무였다고 한다. 삼화1리 박상해(49) 이장은 “두해 전부터 복숭아나무를 많이 베어버려 복사꽃의 장관이 예년보다 떨어지지만 아직도 4월이면 오십천 강변을 따라 30리 길이 온통 도화빛으로 물든다”고 자랑한다. 그는 지품면 일대가 개발이 덜 된 청정지역인데다 오십천이 워낙 깨끗해서 복사꽃이 만개하는 이맘때 어느 마을을 방문하더라도 고향의 푸근한 정과 멋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말한다.
동해바다와 맞닿은 갯마을마다 돌미역을 따는 작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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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덕에는 대게의 맛이 한창 들 대로 들었다. 텔레비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주무대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강구항에는 주말이면 영덕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붐빈다. 영덕 대게는 영덕군 강구면과 축산면 사이 3마일 앞바다의 청정바다에서 잡히는데 5월부터 채취 금지 기간에 들어간다.
미역 말리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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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의 왕으로 꼽는 박달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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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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