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포구에 자리잡은 한 주꾸미 전문점 주인 아주머니가 당일 들어온 싱싱한 주꾸미를 들어올리며 주꾸미 예찬을 하고 있다. 서천/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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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은 지금 주꾸미 잔치중 쫄깃쫄깃 오동통통 나른한 봄을 깨우네 바닷바람 쐬며 주꾸미 등 해산물을 맛보는 서해 봄 바닷가 여행을 떠나 보자. 3~4월 주꾸미철에 맞춰 서천 마량리와 보령 무창포, 군산 해망동, 부안 곰소항에선 주꾸미를 주제로 한 축제가 펼쳐진다. 축제장이 아니더라도 이맘때 경기도에서부터 전라남도까지 서해안의 웬만한 포구를 찾으면 횟집들에서 싱싱한 주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990003%%
서천 마량포구·홍원항 어획량 줄어 ‘귀하신 몸’ 한입 꿀꺽
동백꽃 터널아래 눈도 즐거워라 지난 주말 동백정으로 이름난 서천 서면 마량리 포구. 따스한 오후 봄볕 아래 어민들이 소라껍데기가 줄줄이 달린 밧줄 정리를 하고 있다. 큼직한 소라껍데기를 1m 간격으로 매단 밧줄더미가 어른 키 가까운 높이로 여기저기 쌓여 있다. 주꾸미잡이용 소라방(소랑패기) 밧줄이다. 서천 마량포구와 바로 옆 홍원항은 일찍부터 주꾸미잡이로 알려진 어촌이다. 소라방이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자루 형태의 그물로 잡는 낭장망 어업으로 주꾸미를 잡아들인다. 주꾸미잡이는 소라방 방식과 낭장망 어업, 끌방(고대고리)으로 나뉜다. 끌방은 그물로 개펄 바닥을 훑어 어린 주꾸미는 물론, 바닥의 모든 해산물을 싹쓸이하는 불법 어로방식이다. %%990004%%소라방은 주꾸미의 산란기 생태를 이용한 전통적인 어로방법이다. 소라껍데기를 매단 밧줄을 수심 10m 안팎의 연안 바닥에 깔아놓는다. 그러면 알 낳을 곳을 찾아 바닥을 기어다니던 주꾸미들이 들어가 숨게 된다. 어민들은 파도가 잔잔한 날 바다에 나가 줄을 당겨 올려 주꾸미를 수확한다. 줄을 당기며 차례로 딸려 나오는 소라껍데기를 확인해, 들어있으면 쇠꼬챙이로 끄집어내 통에 담는다. 보통 서너개중에 하나꼴로 주꾸미들이 들어 있다. 한 줄에 대개 100개 안팎의 소라껍질이 달리는데, 바다에 내릴 때는 이 밧줄 수십가닥을 이어 바다에 가라앉히고 부표에 깃대를 꽂아둔다. 이렇게 한번에 가라앉히는 소라껍데기 수는 많게는 수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소라껍질로 잡은 주꾸미는 대개 알이 듬뿍 든 암컷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쇠꼬챙이에 찔려(침을 맞아) 오래 살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낭장망 어업은 암컷과 수컷이 섞이고 크기도 고르지 않지만, 상처없이 잡아 오래 살려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육질에서 암컷·수컷의 맛 차이는 없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마량포와 홍원항을 아우르는 서면수협 중매인협회장 이상석(63)씨는 “맛 차이는 서식 환경에서 나온다”면서 “마량·홍원 앞바다는 모래와 펄이 반쯤 섞인 곳인데 이곳에서 잡은 주꾸미들의 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소라방 어선(2~3t)이 마량포에 20여척, 홍원항에 30척 있다. 낭장망 어선(8t 이상)은 홍원항에서만 40척 가량이 주꾸미잡이에 나선다. 이렇게 잡아들인 주꾸미는 위판장에서 입찰방식으로 거래된다. 아침 7시30분부터 중매인들은 날씨와 당일 출어 규모, 전날 잡힌 양을 보아가며 그날 들어올 주꾸미 구입 물량과 가격을 적어 입찰을 벌인다.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중매인에게 그날 잡아올 물량이 우선 돌아간다. 양이 많을 때는 소라껍질로 잡은 것보다 그물로 잡은 것이 더 비싸게 거래된다. %%990002%%1970~80년대까지도 1000마리씩 상자에 담겨 값싸게 거래됐지만 요즘은 찾는 이들이 늘면서 값이 많이 올랐다. 몇 년 전까지도 ㎏당 3000원 안팎이던 것이 요즘은 낙찰값만 2만원 가까이 올라갈 때가 많다. 지난해부터 끌방이 전면금지된데다, 최근 강풍으로 낭장망 그물이 피해를 봤고 소라방 출어일수가 적어 어획량이 더 줄었다. 그러나 차츰 수온이 올라가고 맑은 날이 이어지면 수확량도 늘어나리란 게 어민들의 예상이다. 마량포와 홍원항엔 하루 2~15t의 주꾸미가 들어오는데, 양에 따라 배 가량의 가격 차이를 보인다. 지난주 목요일 낙찰값은 1㎏에 1만8900원이나 됐다. 그 전주엔 평균 8000원선 안팎이었다. 그러나 마량리에서 열리는 ‘동백꽃·주꾸미축제’(26일~4월8일) 기간에는 미리 확보한 물량을 풀어, 방문객들이 축제장이나 주변 식당에서 회는 1㎏에 2만5000원, 볶음·샤브샤브는 2만8000원 균일가에 먹을 수 있다. 당일 물량이 많으면 낙찰값에 약간의 웃돈을 얹어 사갈 수도 있다. 축제장에선 주꾸미 요리 시식회, 서천의 명주인 한산소곡주와 한산모시 전시회, 민속놀이 체험행사 등이 벌어진다. 주변 개펄에서 조개잡이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행사장 옆 도둔곶엔 천연기념물인 마량리 동백나무숲이 있다. 화력발전소 옆 언덕을 85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덮고 있다. 오백년 가까이 된 동백나무숲으로, 4월이면 붉은 꽃송이들이 활짝 피어난다. 나무 밑으로 들어가면 송이째 떨어져내려 깔린 붉은 꽃터널을 만난다. 서천해양박물관도 부근에 있다. 서천 서면사무소 (041)950-4613. 가는 길=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춘장대나들목을 나가 서면소재지 지나 팻말 보고 춘장대해수욕장·마량리 쪽으로 간다. 보령 무창포 소라껍데기속 알찬 놈만 골라골라 무창포 앞바다 석대도 주변은 일찍부터 이름난 주꾸미 서식지다. 무창포 어촌계에선 전통 방식인 소라고둥만을 써서 주꾸미를 잡는다. 낭장망 어선은 없다. 2~3t짜리 어선 27척이 하루 평균 1t 가량의 주꾸미를 잡아들인다. 입찰은 매일 오전 10시를 전후해 무창포 위판장에서 열린다. 무창포는 소량 가족형 어업으로 주꾸미를 잡아온 곳이지만, 주꾸미를 주제로 한 축제를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8회째를 맞는 올봄 주꾸미축제는 지난주말 이미 시작했고, 4월17일까지 한달간 이어진다. 가장 먼저, 가장 오랫동안 벌이는 주꾸미축제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무창포해수욕장 옆 무창포항 행사장에서 ‘무창포 고둥주꾸미축제’를 열어,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고둥주꾸미축제 자문위원 임홍빈(57·무창포번영회장)씨는 “우리 고장에선 끌방이나 낭장망을 쓰지 않고 오로지 고둥을 이용해서 주꾸미를 잡는다”며 “따라서 알이 듬뿍 든 쌀밥주꾸미가 많은 것이 자랑”이라고 말했다. 축제장엔 포장집 17개를 마련해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주꾸미 요리를 선보인다. 주로 야채와 당면 등이 들어가는 볶음이나 탕, 샤브샤브를 차려낸다. 포장집들과 주변 식당들에서 1㎏ 정량(4인분량)으로 만든 각 요리를 3만원 균일가에 제공한다. 또 수산센터를 이용하면 당일 주꾸미 낙찰값에 약간의 웃돈을 얹어 사가지고 갈 수도 있다. 도다리와 키조개 요리도 맛볼 수 있다. 25일 오후 품바공연, 26일 오전 주꾸미아가씨 선발대회와 불가사리잡기대회, 4월2일엔 주꾸미 디스코대회, 3일엔 주꾸미·도다리잡기 체험이 열리는 등 17일까지 포구와 위판장 주변에서 다양한 행사가 벌어진다. 무창포 어촌계 (041)936-3510. 군산 해망동 별미요리 시식만 해도 배가 든든 군산 앞바다 비응도와 개야도 주변에서 소라방을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다. 두 섬의 소라방 어선은 450여척. 날씨가 좋은 날이면 평균 비응도에서 4~5t, 개야도에서 3t 가량의 주꾸미가 잡힌다. 두 섬에 각각 위판장이 있다. 군산 수산물종합센터 번영회와 군산시는 두 섬에서 들여온 주꾸미를 내걸고 25일부터 31일까지 해망동 수산물종합센터 주변에서 ‘제4회 군산 주꾸미축제’를 한다. 포장집 40개를 마련해 놓고, 그날 그날 달라지는 위판장 낙찰값에 따라 공급가와 판매가를 명시하고 주꾸미 요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회와 볶음, 데침, 랩에 싸서 굽는 양념구이 등 주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축제장에는 8가지 주꾸미 요리를 각 1000~5000원에 제공하는 주꾸미 별미 시식 코너가 따로 마련된다. 축제기간 체험행사로 주꾸미 먹물 휘호대회(25~27일), 얼음 깨고 생선 가져가기(상설), 수산물 1000원 경매(매일 오전 11시), 경품대잔치(매일 3명) 등이 벌어진다. 선창 아줌씨 선발대회(27일), 바다사랑 군산사랑 열린음악회(25일) 등 행사도 곁들여진다. 군산시 수산물종합센터 번영회 (063)442-4822. 부안 곰소항 황포돛대 50여척 또다른 볼거리 %%990005%%변산반도 남쪽 해안의 곰소항과 모항, 격포항은 예로부터 주꾸미잡이가 성행했던 지역. 곰소 앞바다는 왜정 때 간척사업 이후 개펄이 차츰 메워지며 수산물이 줄어들었지만, 요즘도 모항과 격포 앞바다, 위도 부근에서 주꾸미들이 나온다. 소라방(소랑패기)과 낭장망 어업을 겸한다. 끌방 어업이 금지되면서 어획량은 급격히 줄었지만 소라방 등을 이용해 모항·격포 등에서 꾸준히 주꾸미를 잡고 있다. 최근 위도 ‘방폐장’ 추진 사태로 심한 몸살을 앓았던 부안의 진서면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난해부터 주꾸미축제를 열고 있다. 4월9일부터 15일까지 진서면 곰소항 행사장에서 ‘제2회 부안 곰소 알주꾸미축제’를 연다. 50개의 포장집을 갖춰놓고 볶음·전골·샤브샤브 등 주꾸미 요리를 낼 계획. 축제 기간 방문객들에게 균일가 주꾸미요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4월8일 낮 12시 알주꾸미 나눠먹기 한마당(300여명분 시식회), 오후 3시 황포돛배와 50척의 배가 동원되는 해상 선박 퍼레이드가 열리고, 9일과 10일엔 음식자랑 난장 한마당, 풍물한마당 등 행사가 벌어진다. 진서면 사무소 (063)582-7301 이밖에 인천 소래포구와 김포 대명포구, 강화도 선두리 포구 등에서도 주꾸미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멀리 갈것 있나? 서울서 먹자고!
고추장 옷입은 주꾸미 구이 화들화들
서울시내에도 주꾸미를 내는 집들이 있어, 굳이 먼거리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도 주꾸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최근 많이 늘었지만, 20년 이상 전문으로 주꾸미를 다뤄온 집들도 있다. 주로 술안주용으로 매콤한 양념 숯불구이를 내는 집들이다.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고추장을 듬뿍 바른 주꾸미를 석쇠에 얹어 구워먹는데, 다리가 약간 감겨들 정도로만 살짝 익혀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 마포 쭈꾸미=15년째 주꾸미 구이를 해온 집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선도높은 국내산 주꾸미만을 골라 쓰고 냉동은 쓰지 않는다. 양념숯불구이만을 낸다. 1인분 1만2000원. 마포 도화동 도화파출소 옆 골목. (02)703-1538.
■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극동빌딩 옆 골목.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5번 출구, 농협 옆이다. 주꾸미 구이를 25년간이나 해온 주꾸미 숯불구이의 원조격인 집이다. 선도 높은 생물 주꾸미만을 골라 쓴다. 숯불구이지만 ‘주꾸미 불고기’로 더 알려져 있다. 2인분 한접시 1만4000원. (02)2279-0803.
■ 서대문 삼오 쭈꾸미구이=서대문역 부근. 20여년째 양념 주꾸미구이(1인분 8000원)를 내고 있다. 주꾸미 전골(5000원)도 낸다. 지하철 5호선 7번 출구. (02)362-2120.
■ 마포 쭈꾸미집=마포주차장 건너편. 10여년째 주꾸미 양념숯불구이를 내고 있다. 석쇠에 구운 주꾸미를 마늘·고추와 생김에 싸먹는다. 1인분 8000원. 부안산을 주로 쓰지만, 부족할 땐 수입산 냉동주꾸미를 쓰기도 한다.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 (02)719-8393.
■ 신촌 쭈사모=주꾸미를 표고·팽이버섯·떡과 고추장에 버무려 도자기판에 볶아 먹는 불쭈꾸미(1인분 5000)를 2년째 내고 있다. 수입 냉동 주꾸미를 쓴다고 밝히는 집. 주꾸미를 삼겹살과 함께 볶아먹는 쭈삼쭈삼과 주꾸미찜도 있다. 전철 신촌역과 기차역 사이 민들레영토 신관 건너편 골목. (02)362-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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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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