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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행남등대 밑에서 바라본 저동항 모습. 봄빛이 뚜렷하지만 성인봉 줄기 산자락은 아직도 눈으로 덮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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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독도, 울렁대는 가슴 가눌길 없어…
독도 상륙 관광 시대가 열렸다. 지난 24일 ‘입도 제한 완화 조처’가 내려진 데 이어, 28일엔 일반 관광객들이 독도 선착장에 감격의 첫발을 디뎠다. 독도 상륙과 탐방 방식, 상륙 인원, 환경훼손 방지책 등에서 아직 논란이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던 국토의 막내, 독도가 훨씬 가깝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만은 분명하다. 독도 여행 방법과 독도 여행길에 들를 만한 울릉도의 숨은 볼거리들을 알아본다.
울릉도는 독도 여행의 중간기착지이자 여정의 중심지. 일반인의 독도 상륙이 제한적으로 개방되면서, 울릉도 여행길의 곁가지였던 독도가 이제 여행의 목적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독도 여행이 아무때나 가능한 건 아니다. 상륙 인원 제한에다 당일 날씨, 독도 주변의 바람세기와 파도높이 등 여러 변수가 따른다. 독도 구경에만 목을 매다간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울릉도는 ‘동해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섬이다. 독도 탐방이 여의치 않거나, 육지와의 뱃길이 끊겼을 때도 실망만 할 필요는 없다. 눈부신 바다와 기암절벽, 그윽한 숲길들이 아쉬움을 달래주고도 남는다. 짧은 시간에 둘러볼 수 있는 울릉도의 빼어난 경치들을 소개한다. 판에 박은 듯이 진행되는 해안 유람선 관광, 해안도로 버스 여행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곳이다.
짙은 쪽빛바다 깎아지른 절벽
바닷가 검은돌들 투명한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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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태하리 학포 바닷가. 바람이 거센 날이면 파도도 구경거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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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포와 만물상=도동항에서 버스를 타고 남서쪽 해안 일주도로를 40분쯤 달리면 산막터널 지나 태하2리 학포마을에 이른다. 마을 표지석에서 굴다리 밑으로 가파른 시멘트길을 10여분 걸어내려가면 해안 경비초소 옆으로 아담한 포구가 펼쳐진다. 마을 뒤쪽, 음력 삼월 삼짓날 당제를 지내는 해신당 뒤에 학이 앉은 모습의 바위가 있어 학포로 불린다. 황토가 나온다 해서 옛날엔 소황토구미(태하1리는 대황토구미)로 불렀다.
탕건봉 자락 학포마을 전체 23가구 50여명 중, 5~6가구 10여명만이 포구 쪽에 살고 있다. 두세명을 빼곤 70~80대의 노인들이다. 분교는 폐교된 지 오래고, 빈집은 늘고 있는 ‘한적한’ 포구다. 노인들은 감자나 취나물·부지깽이나물 등을 기르며 산다.
“여긴 배도 없고 그물도 없다우.” 부지깽이나물 밭에서 잡초를 뽑던 김필녀(82) 할머니가 말했다. 악몽같던 태풍 매미가 다섯 척의 손바닥만한 배와 미역 건지던 뗏목을 다 쓸어갔다. 어촌계 배 한척만 남았다. 포구는 한결 쓸쓸해졌지만, 조용한 포구를 선호하는 외지 여행객들에겐 오히려 호젓하고 평화로운 포구로 다가온다. 포구 좌우로는 깎아지른 절벽이 달려나가고, 바닷가엔 매끄럽게 다듬어진 굵직한 돌들이 들어차 있다. 참외만한 것부터 호박 크기까지 검은빛 돌들이 파도에 쓸리며 맑고 투명한 울림을 끊임없이 자아낸다.
학포는 1882년, 섬을 비워두는 정책을 폐지하고 울릉도 개척정책을 펴기에 앞서, 실정 파악을 위해 조선 조정에서 파견한 검찰사 이규원 일행이 도착해 발을 디딘 곳이다. 이규원은 일행의 이름을 학포 바위에 새겨 증거를 남겼다. 마을을 관통하는 길 옆 바위의 ‘태하리 임오명 각석문’(도 문화재자료)이 그것이다.
마을길을 따라 통나무 민박집 옆으로 오르면, 바닷가 경치를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전망좋은 언덕에 이른다. 왼쪽 바위절벽들은 이른바 만물상이라고 이름붙은 바위무리의 일부분이다. 대밭추·가마바위·모자바위 등 만물상의 전모는 배를 타야 볼 수 있지만, 일주도로 옆 ‘만물상 전망대’에서도 바위 무리의 왼쪽 부분을 감상할 수 있다. 포구엔 구멍가게가 하나 있고, 민박집이 두 곳 있다. 학포 어촌계 (054)791-5441. 포구 구멍가게 (054)791-5409.
그림같은 바윗길 오솔길 지나면
저 멀리 성인봉·저동항이 한눈에
행남등대 가는 길=도동항에서 동북쪽 해안을 따라 행남등대까지 이어진 2㎞ 가량의 탐방로는 기암절벽과 숲의 정취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빼어난 산책 코스다. 쉬엄쉬엄 왕복 2시간. 출발점은 두 곳, 선착장에서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바윗길과 울릉군청 뒤쪽 산길이다.
선착장 뒤 계단을 올라 바윗길로 내려서면 깎아지른 해안 산책로가 시작된다. 파도와 세월이 합작해낸 수많은 바위굴과 절벽 높이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형형색색의 바윗덩어리들 밑을 통과해야 한다. 휴게소를 지나 굽이굽이 바위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바라보는 도동항과 절벽들로 떠받쳐진 산자락 풍경이 그림같다. 한동안 바윗길을 탄 뒤 해안경비초소 지나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섬조릿대 숲터널을 지나 곰솔 무리를 만난다. 갈매기를 띄우던 바닷바람은 조릿대숲을 쓸고 올라와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벋은 오솔길의 솔잎을 뒤적인다. 좌우로 털머위가 깔린 그 길의 끄트머리 왼쪽 언덕에 하얗게 빛나는 행남등대(도동등대·1979년 설치)가 옆에 태극기를 펄럭이며 서 있다.
여기서 발길을 돌리면 큰 그림 하나를 놓친다. 등대를 지나 동백나무숲길을 조금만 내려서면, 아찔하도록 장쾌한 전망이 기다린다. 잔설 쌓인 성인봉 자락과 짓푸르게 빛나는 바다, 그 사이에 조용히 떠 있는 포구, 저동항의 모습이 펼쳐진다. 바다의 푸른 공간을 채우는 것은 하얀 궤적을 그으며 지나는 어선들과 멀리서 다소곳이 엎드린 관음도와 죽도다. 행남등대 못미쳐 섬조릿대·소나무숲 갈림길에서 산길로 3㎞쯤 오르내리면 저동항으로 내려서게 되지만, 산길이 다소 험하다. 도동항으로 돌아오는 길엔 군청 뒤로 넘어오는 산길을 이용해볼 만하다. 약간의 산행과 함께 섬조릿대·소나무·후박나무·동백나무숲을 거치는 길이다.
이밖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마을’로 불리는 태하리 동남쪽 미륵산 자락 평지에 자리한 서달마을, 태하1리에서 태하등대에 이르는 산책로, 나리분지 수련장 숲길에서 용출소를 거쳐 추산 쪽으로 내려오는 코스, 그리고 다소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내수전에서 석포(정들깨·정들포)로 이어지는 옛길 등도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한 곳들이다.
울릉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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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정보=썬플라워호가 포항~도동항을 매일 오전 10시 1회 왕복 운항(054-242-5111). 도동 출항 오후 4시. 3시간 소요. 왕복 10만700원. 한겨레호는 묵호항~도동항을 매일 오전 10시 1회 왕복 운항(033-531-5891). 도동항 출항 오후 3시. 2시간20분 소요. 왕복 8만5000원. 울릉도 해안 일주 유람선(동해호·정원 210명) 1만5000원. 2시간 소요. 25인승 버스 울릉도 일주도로 순환 투어 1인당 1만5000원(두레고속관광·054-791-8300). 버스 전세 20만원. 4시간 소요. 6인승 택시 순환 투어 10만원 선. 도동에서 천부, 천부에서 나리분지·선창까지 시내버스 1시간30분~2시간 간격 운행. 도동~태하리 2000원. 도동~천부 4500원. 우산버스 (054)791-8888. 도동항 부근에 약소불고기·홍합밥·따개비밥·물회 등을 내는 식당이 몰려 있다. 우성식당(054-791-3127), 약수식당(054-791-2728), 보배식당(054-791-2683) 등. 저동 어판장 위 회센터에선 다소 싼값에 제철 회를 맛볼 수 있다. 도동과 사동에 울릉호텔 등 호텔과 여관들이 20여곳 몰려 있다. 사동의 대아리조트(02-518-5000)는 최근 완공된 전망좋은 호텔식 리조트. 143개 객실과 식당·노래방을 갖췄다. 한실 7만원. 테마21(02-549-9889)은 4월5일부터 매일 울릉도와 독도 선회여행(2박3일)을 떠난다. 울릉군청 문화관광과 (054)790-6393. (주)독도관광해운(삼봉호) (054)79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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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 하루 140명…체류 40분 제한
독도탐방 미리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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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진 독도. 왼쪽이 서도, 오른쪽이 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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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독도 지키기와 독도 방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 땅 독도 둘러보기와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신고 절차=원칙적으로 울릉군청이 신고업무를 맡지만, 사실상 삼봉호 운항사인 (주)독도관광해운에서 대행하고 있다. 전화로 예약하면, 운항사 쪽에서 신고 접수를 해준다.
배편과 요금=현재 정원 210명인 106t급 삼봉호가 하루 두차례(아침 7시30분, 낮 2시30분) 도동~독도를 운항한다. 접안 시간 포함 왕복 6시간. (주)대아는 썬플라워호(2390t급, 정원 815명)를 매주 토요일 낮 2시, 한겨레호(445t급, 정원 445명)는 4월4일부터 매일 낮 2시(토 제외) 독도 선회관광에 투입한다. 왕복 3시간 남짓. 배삯은 세 개의 배편 모두 왕복 3만7500원이다.
여러 변수들=‘입도 제한 조처’는 풀렸지만, 실제 독도 관광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상륙 인원이 1회 70명, 하루 140명으로 제한돼 있고, 1회 운항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할 때 상륙과 탐방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삼봉호는 선착장 체류시간을 40분 정도로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당일 날씨가 변수로 작용한다. 일년중 독도가 맑은 날씨를 보이는 날은 평균 40일뿐이어서, 대개 선회관광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날씨가 나빠 출항이 안되면, 신청자격은 소멸된다. 울릉군과 운항사가 요구하는 ‘선착장내 상륙만을 허용하는 조건의 입도 인원 확대’와 독도의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상륙 불가, 선회 관광만 유지’ 주장이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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