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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8.10 11:16 수정 : 2007.10.02 10:31

유럽의 가정집 처럼 편안하게 만들려고 애쓴 주인장의 솜씨가 엿보인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18) 머슬 앤 머글
얼큰한 국물이 우러나는 벨기에식 홍합요리

‘딸랑딸랑 으쓱으쓱 딸랑딸랑.’ 귀여운 방울이 여러 개 달린 광대모자가 저절로 웃음을 자아낸다. 광대들은 항상 왕의 눈치를 살피면서 춤을 춘다.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이 일이다.

한때 모 대기업 회장이 구속된 적이 있었다. 그 회사 주가가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한 직원 왈 “주가가 내려야 돼요. 그래서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식을 지금 발표하는 겁니다. 왜냐면 회장님이 구속되어있을 때 주가가 오르면 무지하게 화내시거든요” 믿거나 말거나! 왠지 광대가 생각난다.

<머슬 앤 머글>에 가면 광대들의 모자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그곳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면 ,흰색 벽 위에 어린왕자가 커다란 조명을 받아 깊고 검은 주름으로 빛나고 있다. 마치 어설픈 난장이마을에 있는 작은 집에 들어온 듯하다. 주방에선 요리를 만드는 소리가 들리고, 왠지 난장이가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머슬’은 홍합을, ‘머글’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서 마법사가 아닌 평범한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마디로 인간에게 마술 같은 홍합 요리를 선사하겠다는 주인장의 생각이다.

머슬 앤 머글 문을 열면 흰색 벽에 기대 서 있는 어린왕자를 만날 수 있다.
벨기에의 대표 요리는 홍합과 감자를 이용해서 만든 ‘믈 프리뜨’이다. 서양식 요리 중에 이 것처럼 국물이 얼큰한 것도 없다. 주인장이 프랑스에서 맛본 최고의 맛이었단다. 그 매력에 흠뻑 빠져 본래의 전공인 프랑스 요리는 뒷전으로 하고 이 벨기에의 홍합 요리를 한국에 선보이기로 결심했단다.

원래 예술 분야에 몸담았던 주인장은 더 늦기 전에 요리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프랑스로 떠났었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이 멋진 홍합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더 깊은 벨기에 홍합요리를 만나기 위해 바로 벨기에 먹자골목으로 맛 순례를 떠났다. 그의 노력과 고생이 <머슬 앤 머글>에서 빛나고 있다.

주인장은 가게 내부를 유럽의 가정집처럼 편안하게 만들려고 애썼다. 요리는 한 나라 문화의 상징적인 코드라고 하는데, 그 코드를 거창하고 우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단다.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단다.


주인장의 이런 철학이 메뉴판에서도 빛이 난다. 각 요리 마다 자세한 설명이 붙어 있어서 이곳을 처음 찾는 이도 쉽게 메뉴를 고를 수가 있다.

홍합요리는 우리네 김치찌개처럼 서양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이다. 또 매우 창의적인 요리이기도 하다. 구하기 쉽고 손질하기 쉬운 홍합을 이용해서 자신의 예술적인 끼를 살린다면 아주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모든 홍합 요리가 다 맛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얼큰한 것부터 달콤한 것까지 그 맛도 다양하다. 와인과 함께 먹으면 더욱 멋진 맛을 낸다. 와인과 홍합이라, 색다른 조합이다.

실내는 흡연석과 금연석으로 나누어져 있다.

머슬 앤 머글

먹다보면 어느새 테이블 한쪽에는 홍합껍데기가 수북하게 산을 이루고 있다. 큰일을 해낸 듯한 뿌듯함이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친다. 이윽고 빨갛고 파란 광대 모자를 쓴 젊은이들이 다가와 그 산을 옮긴다. 딸랑딸랑 가져간다.

항상 웃는 얼굴의 광대는 알록달록한 화장 뒤에 고통과 인내, 슬픔을 담고 있다. 가장 아픈 것은 화려하거나 끝없이 밝은 것 속에 숨어있는 어두운 빛이다. 그 어두움은 더 짙다. 태양의 파편이라도 되어 그 어두움을 지우려면 한 없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광대는 웃는다. 결국 그 웃음으로 그의 삶이 구원받을지니. 우리 모두 그처럼 웃어보자. 홍합의 벌어진 입처럼 커다랗게. 맛난 향이 솔솔 나듯이 복이 입으로 술술 들어온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홍합 요리는 우리네 김치찌개 처럼 서양에선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이다. 이곳의 대표 요리인 믈 그랑텡과 믈 알라또마뜨.

위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전화번호 02-324-5919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2시

메뉴 홍합요리 8천~1만4천원 / 샐러드&에피타이저 5천~2만원 / 파스타 8천5백~9천원 / 밥류&육류 8천5백~1만2천원 / 와인 4만원대~십만원대

* 강력추천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면 같이 외국여행을 온 듯하다.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당신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 귀뜸 한마디 금연석과 흡연석이 나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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