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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21 11:05 수정 : 2007.09.21 11:05


한반도가 생성될 무렵부터 존재했다는 낙동강 지류의 최대 자연 습지, 약 1000여종의 생물을 품고 살아 숨쉬는 원시의 늪, 생태 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존되어 온 이래 사람과 자연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경상남도 창녕군 유어면과 이방면, 대합면 일대의 우포늪이 있다. 가시연꽃과 노랑부리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는 희귀 장소로도 유명한 이 곳은 어쩌다가 매체를 통해 발견하여 엉겁결에 찾아오는 사람들 한 무리, 전부터 알고 벼르고 있다가 기회를 잡아 찾아 온 사람들 한 무리,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어감인 '늪'을 전해듣고 의심 반 기대 반으로 찾는 사람들 한 무리, 그 일대 주변에서 살며 이제는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 한 무리가 공존하고 있는 소위, '아는 사람만 안다'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늪까지 가는데는 교통편이 불편하다. 오히려 그런 점이 우포늪을 보존시키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쯤 다 아는 사실일 터, 그래서인지 가끔 표연히 홀로 떠난 이는 우포늪을 단독적으로 만날 수 있다. 원시적 시대로 돌아가 나 자신에게로 깊이 침잠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나와 늪, 나와 세상, 나와 나를 대면할 수 있는 그 곳으로 당신을 보내고 싶다.


-하루에 세 번 운행하는 우포늪행 버스를 탄다. 기사님과 둘이 출발하여 혼자 내리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버스에서 내려 길다란 숲길을 내내 걷다보면 문득 걸음을 멈추게 되는 소리가 있다. 눈을 감는다. 이름 모를 새소리, 징징거리며 귀청을 울리는 벌레 울음소리, 저 멀리 있을 늪에서 무언가가 풍덩하고 자맥질쳐 들어가는 소리, 그리고 바람에 실려 존재를 알리는 나뭇잎 소리. 거의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이 홀홀히 서 있는 나무 몇 그루이다.


-헐벗은 듯한 표지판. 왼편으로 가면 늪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전망대도 있고 늪 속에 누워 있는 나무도 볼 수 있다. 오른편으로 가면 길게 늘어져 있는 방죽 위를 걸을 수 있는데 왼편은 거대한 늪지가,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넓게 누워 있는 논이 활짝 펼쳐져 있다.





-분명 다양한 생물들이 숨쉬고 있을텐데 그들은 아무말이 없다. 아니 말을 걸지 않는다. 그 곳에 발을 딛은 여행자는 초대 받았다기보다, 일시적 손님이라기보다, 우포늪 전체에 동화되는 과정에 서 있게 된다.


생애 전반을 둘러싸고 있는 울타리가 있다면, 그래서 그로 인해 삶이 편협되고 일상화되어 뜨겁지 않다면, 그것을 뛰어 넘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기회의 손을 붙잡는 것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다.

퉁명스럽지만 정이 많은 사람들이 있고 농어촌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 경상남도 창녕군 우포늪. 이 곳에서 다시 한번 삶의 불씨를 티워 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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