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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1 17:08 수정 : 2007.10.11 17:17

[곽윤섭기자의 사진클리닉] 촬영 5단계 소개


"출사하러 갔다가 찍었다" 고 말하다 보니 말이 겹칩니다. 풀어서 쓰면 "사진찍으러 나갔다가 찍게되었습니다." 고 말한 꼴이 됩니다. 어찌되었든 가을날 수풀더미속에서 짝짓기를 하는 메뚜기를 보는 것이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만 촬영과정을 소개합니다.

1. 눈에 들어오면 일단 누릅니다. 평소엔 카메라의 설정을 P 모드로 두고 다닙니다. 사진강의를 할 때도 늘 이런 이야기를 반복해서 드립니다. 언제 무엇을 찍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P 모드가 안전합니다.

원칙 1= 일반 상황에선 P 모드로 다닌다.

-보편적인 상황입니다. 특별한 목적의 촬영이라면 다르겠습니다.

물론 날씨가 좋은 야외촬영이라는 전제조건이 있으므로 출사나갈때 ISO와 촬영정보를 세팅해두는 것이 기본사항입니다. 이날은 모처럼 맑았으므로 ISO는 200에 두고 P모드로 해도 셔터속도가 어느정도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위와 같이 노출과다가 되었습니다. 자동노출 기능의 맹점이자 특성입니다. 밝으면 어둡게, 어두우면 밝게 찍게끔 되어있습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일단 급히 누른 이유는 이것저것 조절하다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면 찍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1/200초, 조리개 8

원칙 2= 없는 것보단 있는 것이 낫다.


-사진에선 중요한 이야깁니다. 초점과 노출을 완전히 제어하고 찍으려다 한 컷도 못누르면 낭패입니다.


2. 일단 한 장을 확보했으니 오류를 수정합니다. 메뚜기의 몸통이 우선적인 요소이므로 거기에 노출의 기준을 두고 매뉴얼 모드로 옮겨 찍었습니다. 1/640초에 조리개는 5.6으로 두었습니다. 심도에 대한 고려가 다소 복잡했습니다. 가까이서 찍는다고 무조건 심도를 얕게-그러니까 초점이 맞는 깊이의 정도-할 일은 아닙니다. 머리부분을 중심으로 몸통도 어느정도는 나와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리개를 더 닫아 심도를 깊게해야 하면 될 것 같지만 상황이 그렇질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풀이 우거져서 메뚜기뿐 아니라 다른 요소들이 덩달아 초점이 살아나면 어수선한 사진이 됩니다. 그래서 절충하였습니다.

원칙 3=렌즈와 피사체의 거리가 같은 곳은 예외없이 모두 초점이 맞는다.

-그래서 사진이 어렵습니다.


3. 몇가지 앵글을 더 시도하고 주변을 볼 여유까지 생기자 왼쪽편에 다른 커플이 렌즈에 들어왔습니다. 한 쌍보단 두 쌍이 더 그림이 된다는 것은 상식. 한 앵글에 담으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거리가 꽤 멀었으므로 갈등을 일었습니다. 일단 눌러둔다는 원칙에 따라 이 컷을 찍었습니다만 왼쪽의 커플은 초점이 아득히 멉니다. 그래도 조리개를 깊게 해서 찍어보려는데 날아가버렸습니다. 몹시 조심스럽게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부시럭거려서 방해가 되지나 않았나 계면쩍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풀을 뜯거나 꺾어버리고 찍으면 심도가 깊어도 지저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그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칙 4=있는 그대로 찍는다. 자연을 훼손하거나 방해해선 안된다.

-두말하면 잔소리죠.


4. 방해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다행히 이 커플은 끝까지 있었습니다. 반대편 앵글에서 찍으니 표정까지 보이는 듯합니다.

원칙 5=앵글을 다양하게.

-사진 실력이 늘려면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가을이 깊어갑니다. 메뚜기의 사랑도 그 속에서 같이 깊어갔습니다. 등에 업힌 녀석이 숫놈입니다. 크기도 작아서 꼭 어미와 새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메뚜기 사진 몇 장 놓고 장황하게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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