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11.06 15:42 수정 : 2007.11.06 16:05

삐걱대는 나무의자에 앉아 70, 80년대 가요를 들으면 절로 추억에 젖게 된다.

[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22) 밤과 음악사이
70년대 그 시절과 함께하는 통골뱅이와 김치찌개

과거를 추억하면서 한잔할 수 있는 곳이다.

뉴욕 서부 56번지 허름한 전세방, 바퀴벌레들이 가득하다. 언제 꺼질지 모르는 등불은 흔들거리고, 주인의 월세 독촉은 더운 여름날 매미소리처럼 지겹게 들린다. 싸구려 넥타이를 매고 집 앞에 있는 식당에 간다. 천박한 립스틱을 바른 웨이트리스가 던지다시피 내놓은 식빵과 버터를 먹는다. 구역질이 난다. 분명 술 취한 누군가가 먹다가 남긴 빵 일게다.

언제쯤 이 거지같은 싸구려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작 이 빵을 사먹기 위해 하기 싫은 트럭 세일을 하는 것인가! 학창시절이 그립다.

오래전 어떤 이는 뉴욕에서 인생을 탓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깊은 계곡을 빠져나와 남은 세월을 멋진 것들로 채워서 아주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고, 비가 오는 울적한 날이면 더욱 간절해지는.

그가 인생을 바꾼 계기는 간단했다. 하기 싫은 일을 그만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신의 일이 아닐까?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은 그만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 사람이 누구냐면? 데일 카네기. 각종 인간관계론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카네기이다.

특이한 맛을 내는 통골뱅이는 22년간 골뱅이만 연구한 분에게 직접 사사 받았다.
<밤과 음악사이>주인의 인생 역정을 보면 카네기가 생각난다. 그는 젊었을 때 유명한 디제이였다. 70, 80년대의 팝송이란 팝송은 모두 꿰고 있던 실력으로 외국 레코드사 한국 지사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잘나가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냥 하기 싫었다. 어느날 잘 모르는 낯선 음악을 시디로 팔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것은 내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가족의 반대도 심했지만 그는 결국 원하는 대로 해내고 말았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40,50대들이 흘러간 가요를 들으며 회포를 풀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이 홍익대 앞의 과 <밤과 음악사이>다. 는 7,80년대 날라리를 위한 장소란다.

<밤과 음악사이>는 모두 3군데로, 지금 소개하는 방배동 먹자골목, 한남동, 일산에 있다.

가게 안에는 그가 젊었을 때부터 모은 엘피음반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개중에는 조용필도 있고 이미자도 있다. 마치 고미술처럼 아름답다. 또 한쪽 벽에는 근사한 디제이박스도 보인다. 베레모를 쓴 디제이가 촌스러운 몸짓으로 노래를 튼다. 심금을 울리는 옛 가요, 삐걱대는 촌스러운 나무 의자와 등불, 70년대가 돌아왔다. 이 집은 과거를 추억하면서 한잔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옛날 순자에 대한 기억, 장발머리, 명동과 충무로를 날렸던 멋쟁이들...

마포에서 유명한 ‘마포 굴다리 김치찌개’를 직접 가져와 팔고 있다.
<밤과 음악사이>에는 맛난 음식도 많다. 통골뱅이는 22년간 골뱅이 맛을 특이하게 내서 유명해진 분께 직접 사사 받았고, 김치찌개는 마포에서 유명한 마포 굴다리 김치찌개를 직접 가져와서 맛을 보여준다. 한번 먹으면 자꾸 생각나고, 비가 오는 울적한 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그 맛은 “헤일 수 없는 수많은 밤”처럼 가슴 한쪽을 아련하게 점령한다.

주인장은 그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면서 자기처럼 즐기고 살았으면 좋겠단다. 주인장처럼 사람들이 걸어간 길의 반대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만든 길은 생소하지만 멋이 풍겨난다. 그 생소한 멋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행동하라. 당신도 할 수 있다.

위치 서초구 방배동먹자골목
전화번호 02-593-5955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4시
메뉴 김치찌개 1만2천원 / 통골뱅이 1만원 / 기타 안주 1만~1만2천원대 / 소주 4천원 / 맥주 5천원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박미향기자의 삶과 맛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