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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4 19:59 수정 : 2005.04.14 19:59



“한국여성 예쁜 몸매 자꾸 감추지 마세요”

외국 디자이너들은 보통 한국인의 옷차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올 봄·여름 패션 열쇠 말은 뭘까? 지난 3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디자이너들 가운데 3명에게 물었다. 올 9월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한복 응용 기성복·전통 한복 전시’에 참여할 이들은 프랑스에선 꽤 알아주는 기대주들이다. 자신의 상표를 가지고 있는 아노 베셀(40)은 2002년 프랑스 ‘젊은 재능’ 대회에서 최고 디자이너로 뽑혔다. 로랑 메르시에(41)는 에스카다 뮈니크 그룹에서 일했고, 2001년 프랑스 패션예술발전협회로부터 이브생로랑상 등을 받았다. 산드린 필립(37)은 파리,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로마, 밀로노 등에 자신의 이름을 딴 매장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에서 본 한국인의 스타일은?

▲ 지난 11월 서울 컬렉션에 출품한 디자이너 박동준씨 작품. 패션아티스트협의회 제공
아노 베셀=한국은 빨리 변해요. 점점 패션 경향에 민감해지죠. 하지만 한국에서도 경향보다는 개인적인 개념의 옷을 입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 본 어떤 한국 여성은 아주 재미있게 옷을 입어서 저에게 용기를 줬죠. 일본에서도 일한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자기 표현이 강하지만 한국도 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패션 주류에도 다양성이 있죠. 민족주의와는 상관 없이 나라마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게 좋죠. 온 세계가 비슷하면 지루하잖아요. 한복은 섬세하고 미묘한 매력이 있어요.

산드린 필립=한국 여성들은 몸의 선이 예쁜데 드러내려하질 않아요. 저도 몸에 꼭 끼거나 가슴이 너무 파인 옷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 제가 봐도 한국 여성들은 여성성을 감추려하는 것 같아요. 한복은 섹시하진 않지만 여성스러워요. 팔과 어깨의 곡선을 보세요. 이를 이용해 여성스러움을 살리는 옷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무조건 많이 노출하는 게 곧 여성스러움은 아니죠. 저도 섹시한 여성이 좋지만 지나치게 직선으로 길게 목선을 파는 베르사체 스타일은 싫어요. 섹시함을 과격하게 반복해서 드러내면 그것도 공격적으로 보이죠. 한국 남성들도 단순하고 평이해서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더군요.

로랑 메르시에=서울과 밀라노, 뉴욕 패션은 비슷해요. 일본과 타이에 비해 세계화, 일반화된 경향이 강하죠. 어디를 가나 루이비통, 샤넬 같은 것들이에요. 요즘에 세계 어느 곳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인상은 섹시함, 부유함 그리고 ‘쿨’이죠. 청바지에 샤넬 자켓을 입는 식이에요. 한복의 실루엣은 흥미로웠어요. 그래도 몸매를 드러내기엔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펑퍼짐한 옷은 남성중심적 사회의 반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저는 한복의 윗도리를 더 짧게 올리고 몸의 곡선이 드러나도록 바꾸고 싶어요.

올 봄·여름과 앞으로 패션 경향은?


▲ 디자이너 이주영씨가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컬렉션에 올 봄·여름 패션으로 제안한 작품. 패션아티스트협의회 제공
베셀=점점 더 개인적이 되겠죠. 주류라는 개념도 사라져요. 화장 짙게 하고 몸의 한 부분을 과장되게 부풀리는 디오르 스타일은 끝났어요. 몸 선에 가까운 옷이 많이 나올 거예요. 하지만 패션은 결국 어떤 과장이기 때문에 색깔, 컷, 옷감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가겠죠. 50년대 분위기의 옷들이 유행했는데 그런 경향은 한동안 유지될 듯해요. 몸에 꼭 맞는 작은 자켓, 잘록한 허리, 넓은 스커트 같은 것들 말이에요. 올 봄과 여름엔 푸른색이나 흰색의 단순하고 고전적인 것들이 관심을 끌겠죠. 한가지 색으로 가되 명도나 채도에 변화를 주면서요. 또 오렌지도 빨강도 아닌 ‘메이플(단풍색)’이 중요한 색깔로 떠오를 거라고 봐요.

필립=올 여름엔 밝은 색깔과 원색이 인기를 끌 것 같아요. 또 유명 디자이너들이 모두 아프리카 천을 이용한 옷을 선보였죠. 면에 얼룩말 등 아프리카 동물이나 종교적 문양을 염색해 넣은 것들 말이에요.

메르시에=이브생로랑, 구찌는 여기저기 다 있어요. 그런 것 말고 특별함과 개별화가 패션의 맥이 되겠죠. 저는 올 봄·여름은 삐에르가르댕 시대가 될 것 같아요. 굉장히 단순하고 그래픽적인 것들이요.

좋은 옷은?

베셀=10년이 지나도 웃기지 않게 입을 수 있는 옷이죠. 편안하고 몸의 균형에 맞는 디자인이 좋아요.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여서 편안한 사람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의 취향이에요.

필립=저는 섬세하고 감정이 있는 옷을 좋아해요. 시적인 것이요. 여성은 여성스럽게 입는 게 좋죠. 몸을 많이 드러내라는 게 아니에요. 곡선과 섬세함을 중요하죠. 반짝이는 작은 장신구, 레이스 같은 것들이요.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듯 오래된 느낌이 좋아요.

메르시에=저는 몸의 곡선을 살리고 자신감 있는 옷이 좋아요.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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