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3.17 17:58 수정 : 2008.03.17 17:58

[박미향의 맛집] ‘산채집’ 과일소스 해산물 볶음.


[박미향 맛집] 예장동 ‘산채집’

참기름 마늘 되도록 적게 넣어 풀향기 그대로
자글자글한 ‘과일소스 해산물볶음’ 안주 제격

집을 나설 때 어떤 신발을 고를까 고민한다. 하이힐, 굽 낮은 운동화, 스니커즈, 빨간색 구두, 장화 …. 그날그날의 신발에 따라 하루 종일 기분과 발걸음이 달라진다. 굽 낮은 운동화를 신으면 왠지 공을 차야 할 만큼 땅에서 통통 튄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별 생각 없이 신은 빨간 구두가 우울하다. 날마다 나와 맞는 것을 신어야 하루가 편하다.


먹을거리도 마찬가지다. 계절이 바뀌면, 바뀐 철에 맞는 먹을거리를 찾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면 봄에는 무슨 먹을거리가 제격일까? 뭐니 뭐니 해도 나물을 따라갈 게 없을 것 같다.

서울 중구 예장동에 있는 ‘산채집’은 봄나물 요리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남산을 등지고 있으면서 강한 풀내음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일체의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양념도 적게 넣은 산채보쌈정식, 산채돌비빔밥 등 나물을 조물조물 비벼 만든 요리들이 이 집의 대표 메뉴들이다. 입안에서 나물의 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참기름이나 마늘 같은 것들을 될수록 적게 넣는다.

풀내음 그윽한 남산 오르면, 그렇게 ‘봄날은 간다’

[박미향의 맛집] ‘산채집’ 꿀참살.

새콤한 맛을 내는 ‘과일소스 해산물볶음’은 이 집의 색다른 메뉴이다. 달콤한 맛이 나는 과일소스의 주 재료는 사과와 배, 귤이다. 여기에 채소까지 얹어 새우로 우린 육수에 넣고 졸이는데, 3시간이 지나면 고추장을 넣고 다시 3시간을 더 끓인다. 이렇게 6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낮은 불에서 졸여내면 과일소스가 완성된다. 술안주로도 제격이고, 맛이 달다보니 아이들도 좋아한다. 이 집의 또다른 메뉴인 꿀참쌈은 “꿀꿀이 돼지 하고 참나물을 함께 먹는다”는 뜻으로 만들었단다. 이 집 주방을 책임지는 주인 조남곤(38)씨의 말이다. 여기에도 역시 과일소스를 발랐다.

‘산채집’ 옆에 있는 서양식 레스토랑 ‘촛불1978’은 조씨의 사촌매형이 운영하는 집이다.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에 연인들이 자주 찾는단다.

입안과 배 속에 아삭한 나물을 채우고 운동화를 신은 것처럼 가볍게 남산으로 향하는 것은 어떨까. 봄날을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02)754-1978

[박미향의 맛집] ‘산채집’ 나물

◆ 못 다한 이야기

‘산채집’과 ‘촛불1978’을 일군 사람은 사실 조씨가 아니라 조씨의 고종사촌 누이 강현영(42)씨와 매형 장경순(42)씨 부부이다. 전라북도가 고향인 이들 부부는 대학에서 함께 조경학을 전공했다. 장씨의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달랑 숟가락 두 개 들고(?) 시작한 신혼살림은 빠듯하기 짝이 없었다.

공부에 욕심이 있었던 강씨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장씨는 열심히 돈을 벌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이러 저러한 이유로 장씨는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이후 장씨는 간판회사 매니저, 신문배달,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막노동 등 닥치는 대로 일하다 이태원 음식점 내 쓴맛 보기도

장씨 부부가 본격적으로 ‘먹을거리’ 사업을 시작한 것은 이태원에 문을 연 분식집이었다. 하지만 장사가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우랴. 경험이 적었던지 그들은 곧 가게 문을 닫고야 말았다.아내 강씨도 대학원을 마친 후에 남편의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1993년, 우연히 인수한 ‘촛불1978’이 새로운 삶의 전환이 되었다. “처음에는 20평도 안되는 작은 가게였다. 남편과 나는 아주 열심히 일했다. 지금 같은 서양식 음식뿐만 아니라 찌개, 김치볶음밥도 팔았다.” 강씨는 회고한다. 두 사람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서서히 입소문이 났고, 지금은 ‘산채집’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이병학-박미향의 맛있는 여행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