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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24 10:44 수정 : 2008.03.24 10:44

돼지갈비가 들어가는 ‘포석정’ 김치찌개(왼쪽). ‘포석정‘앞 너른 옥상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는 강남의 빌딩들이 보인다. 박미향 기자

[박미향의 맛집] 옥상 맛집들

어릴 때 형제가 많은 집은 형제가 친구다. 싸우고 다투고 웃고, 형제애는 곧 우정으로 변한다. 형제들과 숨바꼭질하다보면 오빠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아주 꼭꼭 숨는다. 옥상은 좋은 은신처이다. 옥상에 어머니가 차곡차곡 쌓은 독들 사이로 작은 몸을 숨기고 있노라면 해가 뉘엿뉘엿 진다. 어린 마음에 자신을 못 찾는 오빠가 얄밉기도 하다. 까딱까딱 졸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린다. 어두워진 옥상에서 화들짝 놀라 깨면 배가 고파진다. 먹을거리가 한없이 그리워진다. 어른이 된 지금도 옥상을 떠올리면 금새 맛난 요리들이 생각난다.

산들산들 봄이다. 봄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어린시절 추억을 회상하면서 맛난 것들을 찾아 다니는 것도 꽃 피는 봄에 재미난 일이다. 서울 시내 그런 옥상에서 맛 잔치를 펼치는 집들이 있다. 발품 팔아 한번 찾아가보자.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 ‘포석정’…‘고향 달빛’ 한 잔 가득 채워 ‘쭉~’


터미널은 여행자들에게 출발이자 도착이다. 쫓기듯 그곳을 빠져나오고 썰물처럼 쓸려 들어간다. 그곳에 오랫동안 머문다면 바보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다. 지리산 흑돼지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포석정은 그런 곳에 있다. 주인 강대현(53)씨는 원래 금호고속에서 경리를 도맡아 했던 이다. 정년퇴직하고 경부선터미널 건물 옥상에 이 집을 열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업무상 사장과 함께 전국에 맛있는 집을 모두 다녔는데, 그러던 중에 만난 것이 지리산 흑돼지라고 한다.

날이 따스해지면 경부선 옥상에는 새벽 운무처럼 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하다. 아직까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아는 이만 오는 곳이다. 넓다란 터미널 건물에서 음식점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도 두개밖에 없다.

끝마무리는 김치찌개다. 김치찌개하면 듬성듬성 썬 돼지고기 앞다리살이나 비계 많은 부위를 넣은 것이 기본이다. 이곳은 네모 반듯하게 썬 김치 대신에 빨간 포기김치가, 앞다리살 대신 돼지갈비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돼지갈비는 소갈비에 비해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적다. 소 한 마리에서 60kg의 갈비가 나온다면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돼지갈비는 그 1/10인 5~6kg 정도다. 고향으로 가는 경부선 지붕 위에 앉아 ‘고향 달빛’ 추억과 함께 서울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며 마시는 소주의 맛은 어떨까? 겨울에는 ’포석정’ 안에서 고기를 먹는 재미가 또 다르다.(02)535-2661

‘헤븐’옥상에서는 한강의 바람과 도시의 불빛이 안주가 된다.

마포대교 옆 와인의 집 ‘헤븐’…흐르는 강물처럼 그저 그렇게

헤븐은 마포대교 옆 강변북로에 접해 있는 7층 건물 옥상에 있다. 한강을 바로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실내 와인 바가 있기는 하지만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널찍한 옥상에서 와인을 주문한다. 밤이 깊을수록 거세지는 강바람과 짙어지는 도시의 불빛이 술 맛을 돋운다. 주인장 오지명(48)씨는 이름처럼 천국의 정원에서 와인을 마시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단다. 그래서 자신의 사무실을 허물고 와인정원을 만들었다.

주인장이 취한 상태에서 적었는지 메뉴판의 와인 목록은 ‘샤토’와 ‘사또’를 혼동해서 적을 정도로 정신이 없다. 예컨대 ‘사토 무통 로칠드’, ‘사토 마고’ 이런 식이다. 고급 와인부터 대중적인 것까지 골고루 있지만 빈티지도 꼼꼼히 적어 놓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허술한 점이 오히려 편하게 다가온다. 겨울엔 어떡할까? 비닐 천막과 뜨끈한 난로가 준비돼 있다. (02)718-4033

‘커핀 그루나루’옥상의 보라색 파라솔이 파란 하늘과 어울린다.

대학로 ‘커핀 그루나루’…갓 볶은 ‘젊음’의 향 24시간 그윽

시끌벅적한 대학로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커핀 그루나루’ 대학로점은 옥상 치고는 낮은 곳에 있다. 3층 건물 위로 해변 파라솔을 한가득 펼쳐 놓았다. 대학로를 찾는 젊은층을 겨냥한 듯하다. 주메뉴는 샐러드와 커피, 8가지 빵(초콜릿, 파마산, 갈릭 등)이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들도 있다. 화이트 와인은 우리네 땅에서 나는 감과 다래열매로 담근 것들이고, 레드와인은 칠레산이다. 바리스타 5명이 교대로 일한다. 젊은이의 거리에 있음을 자랑하듯 24시간 영업하는 게 특징이다. 추운날을 대비해 통형 난로가 파라솔 사이로 기둥처럼 서 있다. (02)2202-0712

글·사진 한겨레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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