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쉼터 노래연습장 입구에 내건 금수산 자연생태감시단 팻말 앞에 선 박창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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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 제천 금수산 지킴이 박창호씨
포장길 턱에 발 ‘동동’…겨우 넘어도 교통사고 일쑤
“이러니 되겄어? 길 닦을 때, 통로 맨들어라 말이야”
제천 금수산 자락 용담폭포로 가기 위해 들어선 상천리 백운동마을. 마을 들머리에서 한 어르신을 만나 용담폭포 가는 길을 물었다.
“저어기 저 산 골짜기에 바위 보이슈? 그 위에 솥단지겉은 바위 보이슈? 그 밑이유.” 그가 손과 곁눈질로 마을 뒷산을 가리켰다. 그리곤 눈길을 돌려 길섶을 두리번거린다. 뭔가를 찾는 모습이다. 뭘 찾으시냐고 물으니 “깨구리”라고 한다. 차에서 내려 다가가자 그가 새로 포장된 아스팔트길 옆 시멘트 턱을 가리켰다.
“딴 게 읎어. 길 밑에 하수구처럼 세멘트 관 몇개 묻으면 되는 거여”
“지금이 깨구리 산란긴디말여, 이 턱어리가 문제여. 알 까러 암놈이 숫놈을 등에 업구설랑 개울에서 논으루 겨올라가다가는 이 턱어리 때미래 못넘어가거든. 놈들을 집어다가 저 논에 풀어줘야혀.”
새로 포장된 아스팔트길 때문에 이동로가 막혔다는 것이다. 관심을 보이며 사진기를 들고 길섶을 살피자,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열흘 전쯤엔 며칠새 백마리가 넘게 논으루 넹겨줬다니깐. 오늘은 아직 안 보이는구만서두.” 턱을 겨우 넘어간 놈들도 차에 치어 희생되기 일쑤라고 한다.
그가 “사진 찍으러 댕기는 양반이구만” 하고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일루 와보슈. 내 보여줄 게 있지.” 마을 이야기라도 들어볼 심산으로 뒤를 따라 갔다. 그가 데리고 간 곳은 ‘금수산쉼터 노래연습장’. 그는 노래방 주인이었다. 용담폭포 사진이 멋들어지게 박힌 노래방 사장 명함을 건넨 뒤 박창호(63)씨가 보여준 건 수 십장의 개구리 사진이었다. 업고 업힌 채 시멘트 턱 밑에 모여든 개구리떼, 찻길에서 차에 치어 나뒹구는 모습, 개구리를 바구니에 담아 논으로 옮기는 장면들이다. “이러니 되겄어? 도로 포장헐 당시에, 통로 맨들어라 말이야, 야생동물 통로를 내야 헌다, 하고 주장을 숱해 했는데두 안들어 먹어요. 통로란 건 딴 게 읎어. 그저 길 밑에다 하수구처럼 세멘트 관 몇개 묻으면 되는 거여.”
금수산 환경지킴이 박창호씨가 상천리 뒷산에 올라 마을쪽 가은산 줄기를 가리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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