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 주인의 야심작 ‘어향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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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토크] ‘목란’의 어향동구
1980년 22살 요리 경력은 불과 5년만에 데뷔
일본서도 인기…직접 만든 즉석 만두도 바삭
1980년 어느날 저녁 7시.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한·중 수교가 1992년에 이뤄졌으므로 당시 중국은 지금의 대만). 대사와 그의 부인, 대사관 직원 등 예닐곱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한 젊은 요리사가 조심스럽게 자신이 만든 요리를 들고 이들 앞에 나타났다. 그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50여명의 사오십대 베테랑 요리사들을 제치고 중국대사관 사상 최연소 조리장으로 뽑힌 22살의 리옌푸(李連福·이연복)가 정식으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을 대표하는 대사관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자리에 들어갔을 당시 그의 요리 경력은 불과 5년. 대사관 쪽에서도 그의 음식 솜씨를 높이 사 파격적인 발탁을 하기는 했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날 그의 첫 음식을 맛본 이후로 그런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28년이 흐른 지금 그는 서울 서대문 중국음식점 ‘목란’ 주방에서 여전히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집이면서도 기름 적게 쓰고 느끼하지 않는 맛 특징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그가 첫손가락으로 내세우는 요리는 무엇일까? 그는 질문을 받자 망설임 없이 ‘어향동구’란 요리를 소개했다.
“동구버섯(표고버섯을 말린 것)을 물에 불리면 향이 달라져요. 향긋한 향을 가진 동구버섯을 닭뼈를 우린 육수에 넣어 불립니다. 버섯은 육수를 빨아들이지요. 익힌 새우를 다져서 동구버섯 위에 올립니다. 함께 쪄내지요. 그 위에 어향소스를 뿌려 먹습니다.”
어향소스는 생선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실제론 생선은 들어가지 않는다. 마, 고추, 피망 등 야채를 볶은 것과 굴소스, 후추, 감자전분을 함께 끓여 만든 소스다.
이 요리를 첫손가락에 꼽은 이유가 뭘까? 그의 말이 이어졌다.
“어향동구는 채로 썬 고기 위에 어향소스를 부어 먹는 ‘어향육사’를 제가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고기 대신 버섯과 새우를 넣었지요. 요즘 사람들은 기름지거나 살찌는 요리는 피하잖아요? 그래서 시대 흐름에 맞춰 웰빙식으로 제가 바꾼 겁니다. 저희 집 요리의 특징은 중국집이면서도 기름을 되도록 많이 쓰지 않고 느끼하지 않는 맛을 내는 것이지요.”
수저로 한 접시 가득 담아 맛을 보았다. 버섯 위에 올려진 새우는 마치 으깬 밥알처럼 뭉실하게 부드러웠다. 입안에 가득 집어넣으니 버섯의 덩어리감이 혀를 감싸 안고, 우유 같은 새우의 질감이 혀의 천장과 벽을 덮어버린다. 마지막을 장식한 건 어향소스에 들어간 청양고추가 내는 톡 쏘는 맛이다. 중국집 하면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군만두도 이 집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는 요리다. 이 집에선 만두를 어떻게 만들까? “만두를 서비스로 주는 중국집들의 경우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만들어진 냉동만두를 사서 튀겨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만두피도 직접 만들고 만두속 역시 제 식으로 만들지요. 주문이 들어오면 그 때부터 빚기 시작해요. 속은 돼지고기가 80% 들어갑니다. 한 개 먹으면 ‘고놈 참 실하다’라는 소리가 나오지요.” 크래커처럼 바삭한 만두피는 캐러멜색으로 노릇노릇하게 익은 게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그 안의 돼지고기 속은 그의 자랑대로 기름기가 거의 없다. 보쌈용 수육 돼지고기처럼 담백한 맛이 난다.
‘목란’의 군만두는 크래커처럼 바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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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란’의 들머리의 붉은 벽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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