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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15 15:48 수정 : 2008.05.15 15:54

서울 시티투어 2층버스로 시내 나들이에 나선 일본인 와타나베 다이스케(왼쪽), 히카리 부부.

[길에서 만난 사람] 시티투어버스 탄 일본인 부부

20개국 돌아다닌 남편 “핀란드 가장 인상적” 

지난 5월7일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서울 시티투어버스 승차장. 일본인 일행 3명이 청계천~황학동 풍물시장~대학로~창경궁~창덕궁~인사동~역사박물관 등을 돌아오는 2층 버스에 올랐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업 일로 한국을 찾았다는 일본인 와타나베 다이스케(27)·와타나베 히카리(45) 부부와 관광 안내를 맡은 한국 거래처의 김도윤(44·방송 프로그램 배급)씨다. 남편 다이스케는 "서울 거리 모습과 고궁들을 한꺼번에 둘러보려고 탔다"고 말했다.

도쿄 시나가와에 사는 와타나베 부부는 전날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방문이 두 번째라는 다이스케는 “지난번엔 시간이 없어 명동에만 머물렀는데, 이번에 본격적인 시내 관광을 하게 돼 기대 된다”며 “특히 고궁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민 중에도 시티투어 버스를 타보지 않은 사람이 많고,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자 다이스케가 웃으며 이렇게 맞받았다.

“도쿄에도 시티투어를 하는 '핫토 버스투어'가 있지만 나도 못타봤습니다. 언젠가는 타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먼저 시티투어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말을 아끼던 18살 연상의 부인 히카리는 청계천에서 차가 막히기 시작하자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도쿄도 교통체증이 있지만 서울은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인 그는 안타깝게도 한국에 올 때마다 극심한 교통체증을 경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날에도 김포공항에서 잠실까지 40분 걸린다는 말만 믿고 일반 좌석버스를 탔는데 무려 두 시간 가까이 돼서야 도착했다”며 “첫 회의에 지각해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고 말했다. 봄 더위가 기승을 부린 그날 이 부부는 “냉방기도 틀지 않은 만원 버스에서 고생을 했다”고 통역을 해주던 김도윤씨가 귀띔했다.

창경궁 정문 홍화문 앞에서 사진찍기 자세를 잡은 일본인 와타나베 다이스케(27 오른쪽), 히카리(45) 부부.
대화는 한국에서 겪은 불편했던 기억들로 넘어갔다. 다이스케가 말했다. “택시를 타도 언제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지 예측 못할 때가 많았어요.” 히카리가 덧붙였다.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도 거리 간판이나 길 안내 표시가 한글 위주로 돼 있어 불편해요.” 다이스케도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 당황했던 때가 몇 번 있다”며 거들었다.

다이스케는 그동안 20여개 나라를 여행해봤다고 한다.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이 어느 나라인지 물으니 핀란드를 꼽았다.

“영어가 통하는 데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배려·시설도 훌륭해요. 시민들이 자진해서 길 안내에 나서줄 정도로 친절했죠. 무엇보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웠는데, 이를 관리하고 보전하려는 노력도 돋보였어요.”


이들 일행은 갑자기 내린 폭우로 황학동 풍물시장 구경 계획을 취소하고, 대학로를 지나 창경궁에서 내렸다. 창경궁 정문 홍화문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히카리는 “그래도 서울은 복잡하기만 한 도쿄에 비해 아름답고 살 만한 도시”라며 “일본과 가까운 데다 외국이란 느낌이 안 들고 음식도 마음에 든다”고 치켜세웠다.

“앞으로 일 때문에 1년에 한두 번은 서울에 올 것 같다”는 다이스케는 “올 때마다 새로운 좋은 점들을 많이 발견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글·사진/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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