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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0 11:14 수정 : 2005.05.20 11:14

메뉴 : 모든 안주 1만~1만2천원 / 아이스비어 2천원 / 피처 8천~1만2천원 / 병맥주류 3천~1만원 / 양주 5만원~23만원 \

박미향기자의 술이 익는 풍경
비어헌터

반짝반짝 작은 구두, 12시가 넘으면 변하는 호박, 그 호박이 요즘은 노화 방지에 ‘그렇게 나 좋아’ 인기라고 하던데…. 하여간 신데렐라는 우리에게 그렇게 다가온다. 작고 투명한 구두, 그 구두를 얼리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무도회장에서 발끝에서 부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면서 짜릿하게 스텝을 밟을 것이다. 흐흐…, 그럼 우리는? 우리처럼 술을 좋아하는 이 땅의 주사파, 우주파들은? 아마도 그 작은 신발에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겠지~. 그런 환상과 꿈이 만들어낸 동화 속, 작은 신발에 맥주를 부어 마시는 곳이 있다.

<비어헌터>, 로빈후드가 생각난다. 로빈후드 같은 모든 동화 속 주인공들은 잘생기고 멋지다. 영화나 TV 주인공도 그렇지만 동화만큼 할까 싶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못생기면 짐승 취급 당한다. 슈렉처럼…. 그래서 성형외과가 잘되나 보다. 어릴 때부터 세뇌되어 왔으니까. 특히 심한 곳이 미국 마이애미이다. 이곳은 늘 더워서 모두 ‘훌러덩’ 벗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미우면’ 정말 이사 가야 한다. 신기한 건 이곳에 사는 남자들의 성형이다. 그저 지방 흡입 정도겠거니 했는데 , 그것이 아니오라 가슴, 어깨와 팔, 배의 왕(王)자 등 보형물을 넣어 크게 만든단다. “가슴을 크기를 얼마 정도로 할까요?” 성형외과 의사가 멋지게 생긴 청년을 앞에 두고 질문을 던진다. 이제 성형외과에서 남자와 여자는 실로 평등해졌다.

<비어헌터>에서 한두 잔 하면 그런 보형물을 넣은 남자들보다 더 멋진 ‘맨’들이 테이블 이곳저곳에 눈에 띈다. 신데렐라를 그리워하는 남자들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하얗고 작은 맥주잔 때문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다. 영하 20도에서 12시간 얼린 후 맥주를 부어 마시는, 보송보송 얼음이 낀 잔이 있다. <비어헌터>는 체인점이다. 소위 말하는 프랜차이즈점인데, 같은 프랜차이즈점이라도 주인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다. 이곳의 주인장은 평범하지만 우아한 ‘아줌마’다. 인테리어업을 하시는 남편과 자주 야밤 테이트를 하다가 <비어헌터>를 알게 되었고 바로 목 좋은 곳에 문을 여신 것! 처음 이곳 빌딩 주인은 술을 팔겠다는 말에 난색을 표했는데, 주인장이 반했던 점들을 차근차근 이야기해 설득했단다. 그녀가 반했던 것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류로 있는 맛나고 질 좋은 음식이 안주라는 것과 이곳에만 있는 얼린 맥주잔 때문이었다. 맥주잔을 얼리는 아이디어는 종종 다른 술집들에서도 눈에 띈다. 하지만 얼렸다고 해서 다 시원하고 멋진 것은 아니다. 이곳 얼린 맥주잔은 정말 멋지다.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도 선뜻 그 잔의 손잡이을 잡게 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너무 흥해서’ 주인장은 마포에 비슷한 <비어헌터>를 열었단다. 손님들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어, 사장님. 이거 그만두실 때 저한테 넘기세요. 요새 회사 어렵거든요….” 하며 씩 웃는다. 한 해를 마치는 12월이나 새해를 시작하는 1월에는 특히나 단체 소님들로 북적댄단다. 대략 25명 정도 신나게 마실 만한 공간이 따로 있는 것도 장점일 게다.

초저녁에 빠른 음악이 맥주잔을 잡은 혈관으로 수혈된다면, 밤에는 느린 음악이 우리의 심장을 부여잡는다. “똥블라레쥐~” 얼린 맥주잔 부딪치며 어릴 때 받은 세뇌에서 탈출한다. 당신의 맥주가 도와줄 것이다.

글·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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