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찜닭. 간장에 조린 맛이 복잡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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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안동 맛집들
무·고춧가루 넣어…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마!
헛제사밥·찜닭 ‘전국구’…안동국시는 정작 없어
한 철없는 며느리가 추석명절에 시댁을 찾았다. 하지만 이 며느리는 추석 차례를 지내기도 전에 혼쭐이 났다. 사연인즉,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고 있는데, 막내며느리 혼자 손 안에서 반죽을 조물거리고 있었다. “아가, 뭘 만드느냐? 좀 보자”하고 시어머니가 말하자 막내며느리가 “아, 네 어머니”하고 손을 펴보였다. 며느리의 손에는 쌀로 송편 반죽으로 만든 작은 코끼리와 토끼가 있었다. “이제 콩으로 눈을 붙이려구요.” 기가 찬 시어머니는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가족들은 모두 크게 웃었다.
친구가 들려준 명절 경험담은 지금 생각해도 우습다. 요즘은 가족들이 일을 나눠서 하는 집이 많지만 예전 우리네 여인들은 할 일이 많았다. 특히 종갓집 맏며느리는 집안 행사나 명절 때마다 수천의 군사를 이끄는 장군처럼 진두지휘를 해야 했다. 작은 실수라도 있는 날에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발칙한’ 막내며느리에 눈에 쌍심지 켠 시어머니
안동에 있는 광산김씨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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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는 종가가 많다. 그래서 제사도 많다. 그렇다보니 생긴 재미있는 음식이 있다. 만약 죽고 난 다음에 제사상을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면 안동에 가서 ‘헛제사밥’을 먹어보면 된다. ‘헛제사밥’은 안동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후에 음복을 하고 남은 음식들을 모아 만든 비빔밥이다. 이름에 ‘헛’이 들어가는 이유는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는 서원이 많았던 안동에서 유생들이 제사음식을 앞에 두고 축과 제문을 지어 노는 거짓제사 놀이를 했는데 놀이가 끝나면 그 음식들을 나눠 먹었다고 한다. 두 번째 유래는 쌀이 귀해서 제사를 자주 지낼 수 없었던 평민들이 때로 헛제사를 지내고 그 핑계로 제사음식을 먹었다. ‘헛제사밥’은 담백한 각종 나물에 밥을 넣고 쓱싹쓱싹 비벼먹는 음식이다. 다른 비빔밥과 다른 점은 제사음식이 재료가 된다는 것, 비빌 때 들어가는 소스가 간장이라는 점이다. 제사상에 오른 듯한 전과 산적이 반찬이다. 그릇 안에 함께 넣어 비벼먹어도 좋다. 안동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안동댐 주변에 ‘헛제사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터줏대감>과 <까치구멍집>이다. 너른 방과 한옥 문양의 창이 돋보인다. 넉넉하게 나오는 음식이 푸근하다. 음식점 앞에는 월영교라는 아름다운 다리가 있다. ‘안동식혜’도 다른 곳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혜와 다르다. 식혜의 단맛과 물김치의 매운 맛이 어우러져 신기한 맛을 낸다. 아삭아삭 씹히는 무와 뭉클하게 터지는 밥알이 서커스 줄 그네를 타는 예인들처럼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안동식혜’는 따끈한 찹쌀에 잘게 썬 무와 생강, 엿기름 내린 물을 섞는다. 고춧가루도 넣는다. 이것을 하룻밤 재우면 밥알과 다른 건더기가 삭는다. 일종의 유산균 음료인 셈이다. 저온에서 3일 정도 더 숙성시키면 유산균 수가 증가한다. 무가 들어가는 것도 특이하다. 그래서 ‘무식혜’라고도 부른다. 후루룩 마시기에는 국물 안에 건더기가 많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좋다. 안동사람들은 ‘안동식혜를 먹을 수 있느냐’를 가지고 고향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별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처음에는 맛이 독특해서 낯설지만 먹을수록 정이 드는 음식이 안동식혜다. 원래는 ‘안동네찜닭’…<선덕여왕>의 비담 같이 복잡 미묘한 맛
헛제사밥. 안동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 후에 음복을 하고 남은 음식들을 모아 만든 비빔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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