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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6.15 18:21 수정 : 2005.06.15 18:21

예전엔 그랬다. 허리가 개미처럼 잘록 들어간 짧은 윗옷에 커다랗게 튤립처럼 퍼지는 치마를 선보인 크리스찬 디올의 ‘뉴 룩’,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직선적인 패턴에 에이치(H)라인의 직사각형 스타일을 선보인 지방시의 ‘스페이스 룩’ 등 디자이너들이 내놓는 스타일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생소한 것들이었다. 20세기 초 드레스들이 점차 현대적으로 발전하면서 옛 디자이너들은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아 여성을 자유롭게 해방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치마가 짧아져 다리가 보이고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윤복희도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달걀 세례를 받지 않았던가), 남성 윗옷과 바지를 여성들이 입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를 알렸다. 패션의 역사에서 샤넬, 크리스찬 디올, 이브 생 로랑과 같은 옛 디자이너들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것을 조화롭게 매치시켜 새롭게 선보이는 것’으로 유행의 흐름이 변해가고 있다. ‘창조’의 개념의 아닌 ‘조화로운 구성’이라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소비 형태와 생활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다. 100가지도 넘는 상품을 다닥다닥 일렬로 진열해 놓은 백화점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확실히 모르면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을 나와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넌 나와 어울리지 않는데 왜 여기에 와 있는 거니’라고 묻고 싶은 상품을 들고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쇼핑 형태가 청담동 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멀티숍’이라는 낱말이 이젠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라 점차 확산되고 있고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외국의 경우 이미 백화점과 ‘플러그 십 매장’(단독 매장)보다 멀티숍은 더 인기 있는 쇼핑 공간이 되어 버렸다. 멀티숍은 바이어들이 세련되고 절제된 감각으로 까다롭게 선별한 상품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패션’과 ‘문화’가 보다 조화를 이루고 있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공간이다. 보다 능률적이고 세련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젊은이들이나, 유행을 앞서가는 이들이 즐겨 찾는다. 바이어들은 자신이 선별한 옷에 어울리는 전자 제품이나, 가구, 도서, 음반 심지어 전시회까지 열며 사람들에게 확실한 쇼핑 방식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프라다의 치마라고 해도 멀티숍의 스타일에 따라 도시적으로, 혹은 목가적으로, 심지어는 섹시하게 연출되는 것이다. 도시적이고 혁신적인 파리의 콜레트, 예술적이고 서정적인 밀라노의 코르소코모, 그리고 뉴욕의 제프리와 런던의 브라운에 이르기까지 이제 멀티숍은 그 도시의 ‘현재’와 ‘문화’를 제시하는 공간이 된 것이다.

서은영/스타일리스트

사진 청담동에 위치한 멀티숍 ‘분 더 숍(Boon the 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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